[비즈한국] 엔비디아는 지난 7일 1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1208.88달러였던 주가는 장 마감 후 액면분할로 120.88달러로 조정됐다. 보유 주식이 있다면 10배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5주를 보유했다면 50주가 되는 식이다.
삼성전자가 동학개미운동의 시발점이 됐다면, 서학개미운동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급등한 후, 진작 더 매수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많이 들린다. 급등 이후에도 200% 오를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어서, 액면분할 이후 매수해볼까 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액면분할은 1주당 가격을 일정 비율로 나누고 현재 주가도 그만큼 낮춘다. 기업의 재무상태나 자본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단순히 주식 수만 늘어난다. 그럼에도 액면분할 이전보다 이후에 주가가 더 오른다는, 즉 ‘쪼개면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어 호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액면분할 후에는 유동성 증가로 거래가 활발해지고, 액면가 저하로 투자자들이 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액면분할을 하는 기업 중에는 ‘싼 맛’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기대하는 기업들도 있다. 액면분할은 개인들의 투자 심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 중 하나로 인식되고, 개인들이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에서는 액면분할의 ‘약발’이 먹히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 내재가치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주가 영향은 미미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공시 시점에만 호재로 작용하며,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기업 내재가치가 변하지 않는 액면분할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견지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엔비디아 주가는 10대 1 액면분할 후 첫 거래일인 현지시간 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0.75% 상승한 121.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승 폭이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에 대한 전망은 밝다. 엔비디아는 AI 대장주로서 ‘대체 불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고 평가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엔비디아의 순이익은 323억 달러에서 올해 654억 달러로 10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850억 달러로 30%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S&P500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율 전망치는 94%로, 지난해의 126%보다 낮지만, 대형주 중에서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 전망치는 58%, 내년에는 40%로 관측되는데, CAPEX 증가는 향후에도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든 중요한 변수다.
결국, 엔비디아를 포함한 AI 산업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로 기존 AI 주도주의 모멘텀은 지속될 것”이라며 “AI가 적용된 스마트폰, PC 등이 출시되면서 개인 사용자의 AI 사용 빈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같은 날 음성 비서 ‘시리’와 챗GPT를 연동한다는 계획부터 글쓰기, 알림 요약,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AI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개인의 AI 대중화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나 연구원은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기가 확산되는 시기에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기기 내에서 AI 연산처리 장치가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디바이스는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기존 AI는 서버 등 클라우드에 기반해 작동됐지만,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 기기 자체에 탑재돼 서버에 연결 없이 작동한다. 나 연구원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형 AI 모델의 연산처리를 담당한 것처럼 온디바이스 기기에서 저전력으로 연산처리가 가능한 신경망처리장치(NPU), 중앙처리장치(AP) 관련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중화 시대 관련 종목으로 애플,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AMD, 퀄컴, ARM을 꼽았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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