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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매출 1억 보장" 감언이설 난무…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 가보니

부풀린 손익계산서 보여주고 당일 계약 권유도…"실제 가맹점주 얘기 들어본 뒤 결정해야"

2024.06.11(Tue) 11:38:12

[비즈한국]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한 번씩 찾게 된다는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 마음이 급한 일부 창업자들은 창업설명회에 참석한 당일,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맹 본사의 일방적 정보 전달만 있는 설명회 참석만으로 가맹 계약을 맺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창업설명회에서는 기업의 도덕성이나 실수익 등 핵심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 초보자들이 창업 정보를 얻기 위해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를 찾지만 전문가들은 핵심 정보는 설명회에서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창업박람회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본사가 매출 1억 보장합니다” 자료 보니 슬그머니 비용 빠져

 

강의실을 채운 30여 명의 눈은 숫자가 가득한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쏠렸다. ‘월 매출 1억 원’, ‘월 매출 2억 원’ 등의 매출표가 빠르게 화면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커졌고,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회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점장님들, 월 매출이 ‘1억 원’입니다. 안 될 것 같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본사가 점장님들 월 매출 1억 원이 반드시 나올 수 있게 보장합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A 고깃집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에 참석한 예비 창업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친구와 함께 창업설명회를 찾은 30대 김 아무개 씨는 “자영업을 해 본 적이 없어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인기가 많은 식당이라기에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창업설명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매출’을 강조했다. 가맹 본사 직원들은 A 프랜차이즈와의 가맹 계약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얼마나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대를 이어 운영할 수 있는 브랜드다”, “점주들의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오토 매장이 운영 가능하다” 등의 이야기가 들려왔고, 월 매출 1억 원, 2억 원을 달성했다는 기존 가맹점주들의 인터뷰 영상이 화면을 채웠다. 본사 직원은 “현재 안정적 매출을 내고 있는 점포의 가맹점주들은 2~3개로 매장을 확장 중”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맹본사가 창업설명회에서 공개하는 자료는 일부에 불과하며, 과장된 자료일 수 있으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여러 프랜차이즈 기업이 창업설명회에서 매출을 부풀려 광고해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A 프랜차이즈에서 공개한 자료를 자세히 뜯어보면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본사는 가맹점 수익률이 30%에 달한다며 한 매장의 손익계산서를 공개했다. 1억 4000만 원대 매출을 내는 매장에서 순수익이 4700만 원가량 발생한다는 표였는데, 손익계산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월 임대료, 수도료, 가스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통상 200~270㎡(약 60~80평)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A 브랜드 특성상 월 임대료 부담이 큰 편이다 보니, 은근슬쩍 해당 항목을 제외하고는 수익률을 실제보다 높게 보이도록 안내한 것이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설명회에서 예상 매출액 등을 공개하는데, 창업자들에게 서면 자료로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본사에서 설명한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장 운영 시 매출액에 차이가 있을 경우 배상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설명회나 상담 과정을 녹취해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에서 열린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창업설명회. 사진=박해나 기자


#“마케팅 투자는 본사가” 가맹점주 비용 부담 설명은 생략

 

최근 가맹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B 치킨 브랜드의 창업설명회에는 초보 사장들이 많이 몰렸다. 설명회 참석자 16명 중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은 3명뿐이었다. 치킨이 대표적인 자영업 업종으로 꼽히다 보니 초보 창업자들도 많이 몰리는 분위기였다. 자영업이 처음이라는 60대 여성은 “장사를 시작하려니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프랜차이즈를 해야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창업설명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개인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부부는 “현재 매출이 월 1000만 원 수준인데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를 하면 사정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찾아왔다”며 “부부가 같이 일하며 월 순수익으로 500만~600만 원 정도 가져가길 바란다. 가맹본사에서 말하는 평균 매출을 들으니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창업 초보자들이 B 브랜드를 많이 찾는 이유는 창업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교육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필수로 내야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B 브랜드는 가맹점주가 인테리어 업체를 직접 선정해 원하는 만큼 매장 보수를 하도록 하고, 교육비 등은 면제된다.

 

창업 시 준비할 비용은 가맹비 550만 원인데, 본사에서는 이를 ‘마케팅 비용’이라고 언급했다. 가맹점 매출 확대를 위해 본사가 전개하는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관계자는 배달 앱 화면을 띄운 뒤 메인 배너에 보이는 자사 광고를 가리키며 “배달 앱의 가장 좋은 자리에 월 2~3주가량 광고 노출을 한다. 1만 3000개의 외식 브랜드 중 20개 브랜드만 진행할 수 있는 광고다. 모두 본사에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비 창업자들은 직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본사의 투자로만 이뤄진 광고라고는 볼 수 없다. 배달 앱 배너 광고는 통상 할인 쿠폰 이벤트와 함께 진행된다. 배달 앱 이용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홍보하는 창구다. B 브랜드가 월 2~3주간 광고 노출을 한다는 것은 그 기간만큼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할인 행사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함께 비용을 내야 한다. B 브랜드는 행사 시 할인 금액을 본사가 40%, 가맹점주가 60% 부담하고 있다. 5000원 할인 쿠폰 제공 시 본사가 2000원, 가맹점주가 3000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최근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과도한 할인행사로 가맹점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설명회에서는 가맹점주가 할인 행사 시 비용 부담을 하게 된다는 설명은 생략됐다.

 

마음이 급한 예비 창업자 몇몇은 설명회 당일 계약서를 작성했다. 가맹 본사가 창업설명회 참석 당일 계약하는 참석자에 한해 특별 혜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기 때문이다. 몇 달간 월세를 지원하거나 주방기기 대여 이자 등을 면제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창업설명회 당일 가맹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불법 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가맹 계약 14일 전 가맹계약서, 정보공개서, 인근 가맹점 10곳의 현황 문서를 제공해야 한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설명회 당일 계약서를 준 뒤 해당 문서 제공일을 거짓으로 기입하는 등 불법 영업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강 협회장은 “창업설명회 참석만으로는 본사의 도덕성이나 순마진 등에 대해 확인하기가 어렵다.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들은 상담 후 동일 업종의 타 브랜드 2~3곳을 찾아가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가맹 사업을 하려는 브랜드를 결정했다면 현재 운영 중인 가맹점 3곳 이상을 찾아가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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