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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삼식이 삼촌' 연기 구경하는 재미 확실한데, 왜 반응은 조용할까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방대한데 '한 방'이 없다…송강호 존재감은 '확고'

2024.06.07(Fri) 10:42:12

[비즈한국] 영화 같은 때깔과 배우들의 연기 흡인력이 인상적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한 방’이 요원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관은 방대한데, 많아도 너무 많고 방대해도 너무 방대하다 보니 집중이 흐트러진다. ‘송강호의 드라마 데뷔작’으로 일찌감치 시선을 모은 디즈니플러스의 ‘삼식이 삼촌’ 이야기다. 16부작에서 11화까지 지켜볼 만큼 매력은 분명 있고,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보긴 할 생각이지만··· 과연 애초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가난한 대한민국을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로 바꾸고 싶다는 욕망을 김산과 ‘먹고사니즘’을 중요시하는 삼식이 삼촌. 먹을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삼식이 삼촌의 존재는 가난했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자기가 챙기는 식구들은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의미로 ‘삼식이, 삼식이 형님,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사일개발 사장 박두칠(송강호)과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 이 두 인물을 중심축으로 한국전쟁 이후 혼돈의 시대인 1960년 전후의 대한민국 시대상을 담았다. 드라마는 삼식이 삼촌이 왜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는지 자신의 입으로 설명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곧바로 1960년 수도방위사령부 비밀벙커로 끌려간 김산이 조사를 당하며 삼식이 삼촌의 존재를 캐묻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삼식이 삼촌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정확히는 악역에 가까운 포지션의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의 식구들에겐 어떡하든 세끼를 책임지려는 부성에 가까운 책임감과 김산을 향한 묘한 브로맨스가 이 인물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내무부 국가재건부 과장 김산은 ‘국가재건사업’으로 대한민국을 산업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예비 장인 주인태의 강연회에서 김산이 즉흥적으로 펼쳤던 연설에서 삼식이 삼촌의 구미를 당겼던 건 바로 ‘피자’. 유학 시절 피잣집에서 퍼지던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나라를 배불리 먹이려 경제를 공부했다는 발언에서 삼식이 삼촌은 김산에게 끌린다. 어떡하든 자신이 챙기는 식구들을 하루 세끼 먹이려고 노력한 삼식이 삼촌의 신념 ‘먹고사니즘’과 통했기 때문. 5월 15일 공개된 1~5화의 대부분 내용은 삼식이 삼촌이 김산을 콕 짚어 자신의 원대한 계획에 끌어 들이려 휘감는 과정이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1950년대 말 대한민국. 국민들은 먹을 게 없어 가난하지만 그 시대에도 권력자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권에만 몰두하는 모습으로 묘한 공감을 산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선악의 구별이 무의미한 삼식이 삼촌이란 존재다. 삼식이 삼촌은 겉으로는 사업가지만 실상은 돈과 권력이 깃든 모든 곳에 손을 뻗치는 로비스트이자 그 어떤 더러운 짓도 마다 않는 해결사다. 정재계와 군부 등 어디에나 손길이 닿아 있는 그는 삼촌이란 호칭처럼 능글맞고 친근하지만, 동시에 어릴 적 하루 세끼만 먹여주면 무엇이든(그것이 살인이라도) 하는 무자비한 존재이기도 하다. 모두 잘 먹고 잘 살자는 이상주의자 김산에게 순수하게 감응하여 브로맨스를 빚나 싶다가도 김산을 이용해 국무총리로 만들어 자신들의 이권을 공고히 하는 청우회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주무르려는 야심가로도 보인다. 흥미롭지만 완벽하게 시청자가 호응하긴 어려운, 전형적인 피카레스크(주요 등장인물을 도덕적 결함을 갖춘 악인으로 설정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르)의 주인공이 삼식이 삼촌이다. 

 

송강호가 팔 할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삼식이 삼촌’은 연기 차력쇼를 보는 듯 여러 배우들의 연기 보는 재미도 강력하다. 강성민 역의 이규형과 정한민 역의 서현우가 돋보이는 가운데, 후반부 욕망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안기철 역의 오승훈도 눈에 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문제는 삼식이 삼촌과 김산의 소위 원대한 계획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지난하다는 것. 드라마는 수도방위사령부 비밀벙커의 취조 장면이 그려지는 1960년과 삼식이 삼촌과 김산이 조우하며 원대한 계획을 꿈꾸는 1959년, 각 인물들의 서사가 담긴 1920년~1940년대의 과거를 수시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그려지는데 그 과정에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비밀벙커에서 취조를 당하는 건 김산, 정한민, 그리고 삼식이 삼촌이지만 밧줄에 묶여 끌려와 강압적인 취조를 당하는 삼식이 삼촌과 정한민과 달리 김산은 형식을 갖춰 조사를 받는 것을 보면 이들의 쿠데타는 어떤 식으로든 실패했고, 그것의 책임이 일정 부분 김산에게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추정되기 때문. 

 

혁신당 대선 후보 주인태의 딸이자 김산의 약혼녀로 등장한 주여진. 신문기자가 된 그는 여러 인물들이 얽힌 이 거대한 욕망의 굴레를 뒤쫓을 전망이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서사가 넘쳐나는 캐릭터가 너무 많은 것도 ‘삼식이 삼촌’의 장점인 동시에 몰입도를 해치는 단점이다. 김산이 꿈꾸는 국가재건사업을 위해 필연적으로 대립각을 펼치게 되는 자유당 국회의원 강성민(이규형)은 물론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힘으로 재건해 보겠다는 욕망으로 들끓는 엘리트 군인 정한민(서현우), 정계를 좌지우지하는 재계 모임 청우회의 의장인 안요섭(주진모)와 아버지 안요섭의 유약한 아들인 줄로만 알았으나 알고 보니 어마무시한 야망이 있던 안기철(오승훈), 대통령에 대항해 인기를 끌던 혁신당 대선 후보 주인태(오광록)과 아버지 주인태보다도 올곧게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주여진(진기주), 삼식이 삼촌과 긴밀한 관계를 지닌 장군 장두식(유재명), 미국이란 뒷배를 지닌 올브라이트 재단 이사 레이첼 정(티파니), 강성민을 쫓는 신의사 수장 차태민(지현준) 등 누구 하나 소홀히 볼 인물이 없다. 캐릭터도 많고 그들이 얽힌 이야기도 많으니 자연 시선은 분산되고 각자의 몫은 줄어들며 주인공들에게 몰려야 할 서사도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식이 삼촌’을 봐야 하는 이유는 역시 송강호다. 송강호가 분한 삼식이 삼촌은 그간 자신이 선보인 필모그래피의 캐릭터들을 종합해서 빚어낸 것 같은 인물로, 배우의 서사와 캐릭터의 서사가 맞아 떨어지며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야기 진행에 구시렁거리는 중인 시청자라도 ‘송강호 연기의 절정이자 종합’이라 말한 박찬욱 감독의 극찬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엔 동감할 것이다. 

 

어쩌면 ‘삼식이 삼촌’은 1970~80년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그린 ‘모래시계’의 성공을 꿈꿨을 것 같다. 유신정권 말기부터 5공화국과 6공화국 출범까지 굵직한 현대사와 맞물린 인간들의 비극적인 삶을 묘사했던 ‘모래시계’는 지금도 걸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삼식이 삼촌’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와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 등 격변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기에 잘하면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OTT 플랫폼에선 다소 긴 16부작이라는 대장정에서 ‘삼식이 삼촌’은 11화까지 공개되며 반환점을 크게 돌았다. 8화 이후로 이야기 전개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긴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진 않다. 과연 먹을 것과 능란한 언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던 삼식이 삼촌처럼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마음을 홀리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송강호가 있어 여전히 기대를 놓진 못하고 있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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