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27일 “올해 법인세가 생각보다 덜 걷히고 있다”면서도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들어 3월까지 국세 수입이 사상 최대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지난해보다 더 줄면서 커지는 세수 부족 사태 우려를 달래기 위한 발언이다.
하지만 소득공제나 세액 공제 등을 통해 가계나 기업에 재정을 지원해 주는 조세 지출이 올해 들어 8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고, 이러한 조세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국세감면율 한도제는 2년 연속 무시되는 등 정부의 세수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국가 곳간에서 나가는 돈만 줄인 게 아니라 들어올 돈도 함께 줄였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5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나쁘게 나오다 보니 올해 법인세가 생각보다 덜 걷히고 있다”며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흐름은 괜찮아서 법인세가 예측대로 못 가는 것을 얼마만큼 보완하느냐에 따라 올해 전체 세수 전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정부에서 5년간 총지출 증가율이 8.2%였는데 우리 정부 들어와서 4% 수준”이라며 세수 부족에도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올해 초 세수가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으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막으려는 해석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84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87조 1000억 원)보다 2조 2000억 원 적은 규모다. 법인세 수입이 18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조 2000억 원)에 비해 5조 5000억 원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자칫 56조 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세수가 줄어드는데 정부가 조세감면·비과세·소득공제·세액공제·우대세율 등으로 가계나 기업에 재정을 지원해주는 조세 지출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7조 원이었던 조세지출 규모는 2022년 63조 5000억 원, 2023년 69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77조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조세 지출 규모가 20조 원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조세지출이 급증한 이유는 일몰이 도래한 각종 조세 특례 제도 대부분을 연장한 때문이다. 지난해 일몰이 도래한 항목은 71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종료가 된 것은 6건(8.5%)에 불과하고, 연장된 건은 65건(91.5%)에 달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연장 비율이다. 올해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에 정부까지 합세하면서 일몰 도래 항목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일몰 도래 항목 대거 연장으로 조세 지출이 급증하면서 국가재정법이 정한 국세감면율 한도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세감면율(국세 수입 대비 조세 지출) 한도제는 조세 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국가 수입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러한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초과하는 일이 2년 연속 벌어질 전망이다. 2022년 국세감면율은 13.0%로 법정한도(14.6%)보다 낮았으나 지난해에는 15.9%로 급증하면서 법정한도(14.3%)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올해는 국세감면율이 16.3%까지 뛰면서 법정한도(14.6%)보다 1.7%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올해 3월 총지출을 역대 최대치까지 늘리면서 재정 건전성 관리에 더욱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올 3월 한 달에만 85조 1000원을 지출하면서 역대 가장 큰 월간 총지출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총지출 역시 212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조 8000억 원)보다 25조 40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고치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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