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결제액 5999원’. 신한카드 ‘더모아(The More)’ 카드가 이런 사례에 칼을 빼들었다. 더모아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 시 1000원 미만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줘 ‘발급 대란’이 일었는데, 포인트 적립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정 사용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신한카드가 카드 정지와 포인트 회수라는 강수를 꺼냈다. 카드가 사용 정지된 일부 회원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갈등의 쟁점과 향방에 눈길이 쏠린다.
2020년 11월 10일 출시된 더모아 카드는 피킹률(카드 사용액 대비 얻는 혜택의 비율)이 높아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배달앱 결제, 이동통신 요금 납부, 해외 결제 등은 특정 가맹점에서는 포인트를 두 배로 적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시 약 1년 만에 발급이 중단됐음에도 회원 수가 38만 명에 달한다. 피킹률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도 다양하다. 상품권은 포인트 적립 대상이 아닌데도 해외에서 결제 가능한 상품권을 찾거나, 급기야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결제하는 등 기상천외한 사례가 속출했다.
손실이 1000억 원대에 이르자 신한카드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 포인트 회수 예고와 무작위 카드 정지로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약국에서 비정상 거래가 발생한 카드를, 올해 4월 30일에는 해외 사이트에서 반복적으로 소액 결제하거나 단시간에 여러 곳에서 결제한 이력이 있는 카드를 무더기로 정지했다. 더모아 카드를 이용해 매월 수십만에서 수백만 포인트를 모은 회원들이 있으나 아직까지 포인트를 회수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카드가 부정거래를 단속하는 근거는 카드 약관이다. 신한카드는 4월 15일 금융감독원의 수리를 거쳐 더모아 카드의 상품안내장(약관)에 “포인트 적립 대상에서 제외된 거래로 확인되면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내용’에 따라 이미 지급한 포인트를 회수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유의사항을 추가했다. 아울러 ‘포인트 적립 기준 상세 안내’에 약관을 위반한 카드는 사용을 정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과 민법을 위반해 카드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책임을 묻거나 수사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사용 정지 대상이 된 회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회원은 카드 정지를 취소하는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최소 500명 이상의 회원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참가자를 모아 가처분 신청에 나선 A 씨는 “참가자 정보를 취합해 변호사와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다. 늦어도 6월 초중순엔 신청을 완료하려 한다”라며 “신한카드가 이제야 정지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카드 약관에 부정 사용의 기준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고, 소명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갈등의 쟁점은 신한카드의 대처가 정당한 절차를 거쳤냐는 점이다. 카드가 정지된 회원들은 “유의사항을 추가한 것은 사실상 약관 변경”이라고 반발한다.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때는 금감원에 신고하고, 변경 6개월 전부터 매월 사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신한카드가 유의사항을 공지하면서 “해당 약관 변경 및 추가 안내는 더모아 서비스가 변경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이유다.
신한카드와 금융당국은 이들의 쏟아지는 민원에도 ‘원칙’을 따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존 약관에 부정 사용에 관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추가한 유의사항은 주의적 문구에 그친다. ‘계약자 간에 신의성실 원칙을 지켜야 한다’거나 ‘부정 사용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등 민법상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며 “약관을 변경하거나 계약을 위반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정지 회원들은 해외 결제 등에 포인트 미지급이 아니라 사용 정지로 대응한 것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출시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최근 4개월(2023년 12월~2024년 3월) 사용 내역을 기준으로 정지 대상을 선별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는 비정상 거래를 유지한 경우만 제재했다고 설명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모든 고객의 사용 행태를 보려는 것이 아니다. 전체 회원 중 반복적으로 비정상 거래가 발생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최근까지 비정상적인 결제 패턴이 있는 회원에게 통보했다. 약관상으로는 당일 고지 후 곧바로 거래를 정지할 수 있지만, 정상 사용자를 위해 소명 기간을 부여했다”라고 답했다.
신한카드가 이 같은 강력 조치에 나선 건 카드 혜택을 줄이기 어려운 탓으로 보인다. 출시일 3년이 지나 부가서비스 변경이 가능하지만,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변경은 금융당국이 제한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7월에도 더모아 카드의 분할결제를 막으려고 했지만 논란 끝에 보류했다.
포인트 적립에 한도를 두는 방안도 언급됐지만, 금융당국이 전체 회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어 변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신한카드 측은 “서비스 변경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약관을 명확하게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분쟁을 해결하려면 민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쪽이 부당함을 인정하지 않을 테니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카드사 쪽이 정당한 조치를 했는지, 사용자가 남용한 것인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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