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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빨라졌는데 배송이…' 숏폼 탄 이커머스, 남은 숙제는?

네이버·SSG닷컴 등 숏폼 콘텐츠 매출 증가 '주목'…배송 빨라지는 만큼 비용 늘어

2024.05.31(Fri) 11:23:00

[비즈한국] 이커머스 업계가 숏폼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다. 짧은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요즘 트렌드에 발맞춰 가는 추세로 보인다. 네이버쇼핑, SSG닷컴, 11번가, 티몬은 일찌감치 숏폼에 발을 들이고 AI 기술까지 접목했다. 그러나 쿠팡에 비해 ‘배송’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숏폼 콘텐츠를 도입한 대표적인 이커머스 앱. 네이버, SSG닷컴, 11번가, 티몬.

 

#네이버·SSG닷컴·11번가·티몬, 실적에 긍정적 영향

 

‘숏폼’ 콘텐츠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숏폼은 15초~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일컫는다. 인플루언서 영향력 분석 스타트업 피처링이 발간한 ‘2024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유튜브 10만 팔로워 이상의 채널 1000개를 분석한 결과, 숏폼 콘텐츠 업로드 비율은 2022년 17%에서 2023년 45%로 증가했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전문기업 콜랩아시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유튜브 유입의 88%가 ‘쇼츠(숏폼)’를 통해 이루어졌다.

 

숏폼의 영향력은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의 상승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알리와 테무는 각종 SNS에서 ‘알리깡’, ‘테무깡’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사진 위쪽은 네이버 앱의 ‘숏클립’ 메뉴 바. 사진 아래는 SSG닷컴의 ‘쓱티비’ 메뉴 바. 사진=각 앱 화면 캡처

 

이커머스 업계는 일찍이 숏폼에 발을 들였다.​ 네이버쇼핑은 2022년 9월부터 ‘숏클립’ 서비스를 운영했다. 앱에 접속하면 하단에 나타나는 ‘클립’ 메뉴를 통해 접근성을 확대하기도 했다. 판매자들은 본인이 만든 영상을 등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연동할 수 있어 SME(Small-Medium Enterprise·중소상공인)의 참여가 높다. 짧은 시간에 상품이나 혜택을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어 고객을 확보하고 판매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숏클립 거래액 성장률은 2022년 대비 지난해 1254% 상승했다. 숏클립을 통한 거래액에서 SME 판매자가 53%를 차지했다. 새로운 마케팅 홍보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SSG닷컴은 2022년 7월 ‘쓱티비(SSG.TV)’를 도입했다. 상품과 숏폼 콘텐츠를 결합해 고객들에게 입체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재 운영 중인 콘텐츠는 여섯 가지로 ‘포즈(패션·뷰티)’, ‘신선직송(식품)’, ‘MD톡(바이어 추천 상품)’, ‘힙스토랑(레스토랑 간편식)’, ‘워너비(인플루언서 패션·뷰티)’, ‘이달의 미식’이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올해 3월 ‘포즈’에서 A 의류브랜드 숏폼 공개 이후 직전 주 대비 매출이 4배 올랐다. 4월에는 ‘이달의 미식 Explore’ 관련 상품 매출이 전주 대비 17배 증가했다. 긍정적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11번가 숏폼 ‘플레이’(위)와 티몬의 ‘티몬플레이’. 사진=각 앱 캡처

 

11번가는 숏폼 ‘플레이(PLAY)’를 올해 1월 공개했다. 앱 메인 하단에 위치한 플레이에는 30초 내외 짧은 동영상에 제품 소개, 후기, 활용법 등 쇼핑과 관련된 콘텐츠가 게시된다. 지금은 11번가와 콘텐츠 제작 계약을 맺은 크리에이터나 판매자들이 만든 영상이 올라오지만 앞으로는 고객이 참여한 리뷰 숏폼을 운영할 계획이다. 11번가도 숏폼 도입 이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통계분석 전문기업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1번가 올해 1분기 모바일 앱 1인당 월평균 이용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91%)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도입 3개월 만에 숏폼 영상 시청 수는 1600만 회를 넘기면서 판매자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식기건조대 업체의 경우 숏폼 영상 이후 거래액이 2.5배(154%)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티몬은 지난해 6월부터 ‘티몬플레이’ 숏폼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상품 판매를 위한 영상뿐 아니라 티몬 내 혜택과 이벤트를 전달하는 역할도 하는 게 특징이다. 티몬플레이는 평균 구매 전환율이 43.4%로 매우 높은 편이다. 티몬 관계자는 “지난 3월 사이판 여행 숏폼으로 하루 매출 약 9억 원을 기록했다. 전자기기 직구 상품 숏폼도 하루 매출이 약 8억 원이 됐다. 숏폼 콘텐츠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AI 신기술도 접목

 

숏폼으로 단순히 상품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도 나왔다. GS25는 유튜브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를 재해석한 ‘편GPT-편쪽이’를 숏폼으로 선보였다. AI 캐릭터 편쪽이가 일상의 궁금함, 소소한 질문에 알파 세대 말투로 답을 해주는 콘텐츠다. 편쪽이 숏폼이 화제가 되면서 GS25 유튜브 구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CU도 웹드라마 시리즈 ‘편의점 고인물’, ‘편의점 베짱이’ 숏폼을 제작했다. 편의점 고인물은 누적 조회수 3억 회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숏폼에 AI 기술이 접목됐다. 네이버쇼핑은 ‘AiTEMS(에이아이템즈)’를 도입해 앱 이용자에게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해준다. SSG닷컴은 지난달 말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GPT 모델을 활용해 리뷰 요약 기능을 도입했다. 상품별 리뷰를 종합해 한 문단으로 요약해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11번가도 지난 2월 AI 기술을 접목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 ‘Ai홈’을 도입했다. Ai홈은 머신러닝을 활용한다. 고객의 검색이나 구매 이력을 파악 후 관심 상품을 예측해 추천 정확도를 높였다. 티몬 역시 지난해 말 머신러닝 기반의 ‘스마트AI’ 기술을 도입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맞춤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빨리 배송하려면 결국 ‘돈’이 든다

 

숏폼 콘텐츠가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지만, 근본적인 숙제가 남아 있다. 이커머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쿠팡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배송’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커머스 업계가 트렌드를 쫓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배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네이버는 지난 4월 18일 일부 상품에 한해 당일배송과 일요배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오전 11시까지​ 주문한 건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당일에 배송한다. 아직 지방은 해당이 안 되고, ‘도착보장’ 상품의 50%만 가능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SSG닷컴도 배송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다. SSG닷컴에는 ‘쓱배송’, ‘트레이더스 쓱배송’, ‘새벽배송’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하지만 무료배송 조건이 비교적 높다. 쓱배송은 4만 원 이상, 트레이더스 쓱배송은 12만 원 이상, 새벽배송은 4만 원 이상일 경우 무료배송을 시행한다.

 

11번가는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슈팅배송’을 앞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주문에는 아쉬움이 있다. 해외직구다 보니 간혹 배송이 느리거나 분실 사고가 발생한다. 또 환불이나 교환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웬만하면 그냥 사용한다는 사례도 있다. 아마존 측 귀책 사유로 인해 교환 또는 반품하더라도 구매자가 먼저 ​배송비를 내야 한다. 반품 물건이 아마존 창고에 도착한 게 확인돼야 비용이 11번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티몬은 2022년 ‘새벽배송’을 야심 차게 시작했다. 오후 4시 이전 주문 건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한다는 것인데, 지금은 중단했다. 현재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의 ‘로켓프레시’, 컬리의 ‘샛별배송’, SSG닷컴의 ‘새벽배송’이 경쟁하고 있다. 새벽배송에는 상품 직매입, 물류센터 구축, 인건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들기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컬리와 SSG닷컴은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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