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받은 이른바 ‘외국의사’의 진료 문턱을 낮추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마쳤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련병원에서 연수 중인 외국의사를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장의 의료진은 외국의사 도입을 어떻게 바라볼까.
#정부, 세부 내용 준비…연수 중인 외국의사 활용하나
보건복지부가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의료행위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3주가 지났다. 정부는 “만일 있을 수도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입법예고 기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입법예고 제출 의견 검토 결과를 공고했다. 검토 결과에서 보건복지부는 “정해진 기간 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 지도 아래 사전에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의사의 자격, 의료행위 승인 절차, 승인 기간 등의 사항은 향후 안내할 예정이다.
#“100시간씩 함께한 전공의와 같을 수 없어”
의료계는 정부의 ‘외국의사 도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앞서 공보의와 군의관이 주요 수련병원에 파견됐지만 빠져나간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인 데다,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와 달라 전공의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수들은 외국의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료 수준 차이, 팀플레이의 어려움, 법적 책임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응급의학과 교수 B 씨는 “연수 형식으로 온 의사 대부분은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책임’이 가장 중요한데 누가 이를 책임지고 허용하겠나. 의료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지 복지부는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빅5 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D 씨는 “의무기록도 군의관에게 맡기지 못하는데 외국의사에게 맘 편히 의료 행위를 맡길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수련병원마다 외국면허 의사 담당 지도 전문의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름을 단지 하나 더 붙이는 일”이라는 것이 의료진의 반응이다. A 씨는 “의사는 똑같이 있는데 이름을 하나 더 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B 씨 역시 “과연 전공의를 키우는 정도의 노력으로 다른 국가의 의사를 교육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누가 이들을 책임질지에 대해 복지부에서도 입을 닫고 있지 않나. 그냥 던져 보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국적인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오더라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A 씨는 “이들은 ‘한글을 할 수 있다’는 장점밖에 없다. 정부가 다른 나라 의사들은 의사소통 문제로 진료가 어렵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던 한국인을 데려와도 교육은 우즈베키스탄 사람과 똑같이 받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호흡기내과 교수 C 씨도 “지금도 정부에서 인증한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국내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보면 합격률이 30~40%에 그친다. 환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제도도 거치지 않고 다른 나라 면허가 있다고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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