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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도 도움도 안 돼" 외국의사 활용, 의료계는 왜 반대하나

수련병원서 연수 중인 외국의사 투입 방안도 검토…의료계 "교육 및 경험 수준 국내와 맞지 않아"

2024.05.30(Thu) 17:39:19

[비즈한국]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받은 이른바 ‘외국의사’​의 진료 문턱을 낮추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마쳤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련병원에서 연수 중인 외국의사를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장의 의료진은 외국의사 도입을 어떻게 바라볼까.

 

정부가 외국의사의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정부, 세부 내용 준비…​연수 중인 외국의사 활용하나

 

보건복지부가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의료행위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3주가 지났다. 정부는 “만일 있을 수도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입법예고 기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입법예고 제출 의견 검토 결과를 공고했다. 검토 결과에서 보건복지부는 “정해진 기간 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 지도 아래 사전에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의사의 자격, 의료행위 승인 절차, 승인 기간 등의 사항은 향후 안내할 예정이다.

정부가 세부 지침을 발표하기 전이므로 병원 측에서 ​아직 나서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빅5 병원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의사 진료와 관련해 현재까지 정부와 별도로 논의한 바는 없다. 29일 기준 빅5 병원의 의사직 채용공고와 교육수련실 공고에 외국의사 근무 등에 대한 내용은 없으며, 병원별 ‘해외 의료인 연수’ 홈페이지에도 수정되거나 추가된 부분은 없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연수의 일환으로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의사를 정부가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수사업 참가자로 참관 또는 제한적 의료행위를 하는 외국의사들을 전공의 대신 투입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외국의사가 수행하고 싶은 의료행위 등을 담은 신청서를 제출하면 복지부 심사 후 전문의 지도 아래 의료행위가 허용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외국 의사·치과의사의 국내 연수 중 제한적 의료행위 승인에 관한 고시’에 따른 연수 중인 외국의사의 의료행위 신청 절차와 유사하다.​

 

#“​100시간씩 함께한 전공의와 같을 수 없어”

 

의료계는 정부의 ‘외국의사 도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앞서 공보의와 군의관이 주요 수련병원에 파견됐지만 빠져나간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인 데다,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와 달라 전공의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수들은 외국의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료 수준 차이, 팀플레이의 어려움, 법적 책임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의료진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진료 수준의 차이다. 국가별 경제 규모와 상황에 따라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달라 이들이 국내에서 진료할 경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빅5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A 씨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의사는 복강경 수술(최소한의 부위만을 절개해 카메라로 들여다보면서 하는 수술)을 해본 적이 없다. 이들을 데리고 갑자기 로봇수술을 하자고 하면 할 수 있겠나. 10명보다는 11명이 낫다는 것이 정부 생각인 것 같은데 의료는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응급의학과 교수 B 씨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포함한 20개국 의사들과 함께 일을 해봤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일을 잘했다”며 “국내 의대는 다른 국가와 다르게 젊은 나이에 수련 과정에서 케이스를 수없이 많이 본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국가의 응급의학과는 하루에 10명 정도를 본다면, 한국은 하루에 70~80명을 본다. 선진국인 미국 의사도 우리나라보다 잘하는 사람이 드물다. 더구나 이들은 연봉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5~6배 정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올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과의 협력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A 씨는 “수술장이든 응급실이든 서너 명이 손발을 맞춰서 치료를 한다. 전공의들은 일주일에 100시간씩 계속 손발을 맞추던 이들이다. 서로의 손버릇, 성격, 자주 하는 실수 등을 다 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다른 국가 의사들과 협력이 잘 되겠나”라고 짚었다. 빅5 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C 씨는 “군의관, 공보의와도 수술을 하지 않았다. 인턴은 인턴이 하는 게 있고, 전공의도 연차별로 역할이 다 있다. 이들이 다 모였을 때 훌륭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주최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수요 반차 휴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증원 정책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응급의학과 교수 B 씨는 “연수 형식으로 온 의사 대부분은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책임’이 가장 중요한데 누가 이를 책임지고 허용하겠나. 의료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지 복지부는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빅5 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D 씨는 “의무기록도 군의관에게 맡기지 못하는데 외국의사에게 맘 편히 의료 행위를 맡길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수련병원마다 외국면허 의사 담당 지도 전문의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름을 단지 하나 더 붙이는 일”이라는 것이 의료진의 반응이다. A 씨는 “의사는 ​똑같이 ​있는데 이름을 하나 더 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B 씨 역시 “과연 전공의를 키우는 정도의 노력으로 다른 국가의 의사를 교육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누가 이들을 책임질지에 대해 복지부에서도 입을 닫고 있지 않나. 그냥 던져 보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국적인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오더라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A 씨는 “이들은 ‘한글을 할 수 있다’는 장점밖에 없다. 정부가 다른 나라 의사들은 의사소통 문제로 진료가 어렵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던 한국인을 데려와도 교육은 우즈베키스탄 사람과 똑같이 받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호흡기내과 교수 C 씨도 “지금도 정부에서 인증한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국내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보면 합격률이 30~40%에 그친다. 환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제도도 거치지 않고 다른 나라 면허가 있다고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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