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나섰다. 이동통신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본업에 경고등이 켜지자, AI 알고리즘의 대표주자인 LLM을 통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성장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스타트는 늦었지만, 오랜 기간 축적한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승부를 걸겠다는 포부다. 통신 3사의 LLM 전략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국내 통신사들은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자체 거대언어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LLM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LLM은 인간의 언어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딥 러닝 알고리즘이다.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나 대화형 신규 서비스 ‘GPT-4’도 이 LLM이 핵심이다. 거대 언어 모델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언어 모델을 수억에서 수천억 개 단위로 모아놓은 형태다. 개발부터 운영까지 많으면 조 단위의 자금이 들지만, 자체 기술과 응용 서비스 등으로 시장성을 확보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거대언어모델 개발, 어디까지 왔나
통신 3사의 공통 키워드는 ‘통신 전용’ LLM이다. 개발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SKT다. SKT는 통신업에 특화된 ‘텔코 LLM’ 개발 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이르면 다음 달 개발을 완료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자사 고객센터 실무 등에 도입될 예정이다.
텔코 LLM은 GPT, 클로드와 같이 개인이 이용하는 범용 LLM과 다르다. 5G 요금제, T멤버십, 공시지원금 등 국내 통신 전문 용어와 통신사 내부 지침을 학습한 업계 전용 LLM이다. 번호 이동 방법이나 구체적인 절차, 요금제 추천과 같은 고객 요구에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범용 LLM과 달리, 텔코는 고객센터에 적용하면 검색부터 요약, 상담, 기록까지 상담사의 빠른 업무 처리를 효율적으로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 상품, 멤버십 혜택, 고객 상담 패턴 등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선별해 학습했기 때문에 통신 영역에서만큼은 더 빠르고 정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B2B 수익원 기대감 높지만…경쟁력 확보가 관건
3사 중 가장 먼저 자체 LLM ‘믿음’을 선보인 KT도 빠지지 않는다. KT는 믿음과 GPT, 메타의 ‘라마’ 등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사내 업무 시스템과 IPTV,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스팸 필터링 모델,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등에 적용했다. KT는 국내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으로 멀티 LLM를 구축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믿음에 대한 접근 전략은 일부 수정됐다. KT는 지난해 10월 말 조 단위 데이터를 학습한 믿음을 내놓았다. 당시 계획은 믿음을 통해 기업 대상 LLM 사업화를 가속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고객이 원하는 AI 사업 모델과 관련 서비스 확산을 이끌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규모의 경쟁이라는 ‘전면전’을 택하기보다 경량화 모델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는 믿음이 역점 사업 중 하나였던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김영섭 현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수정된 전략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수십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규모의 경제는 현실적으로 안 되고 어떻게 할 수도 없다”며 사업적 관점에서 방향 재정립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브랜드 슬로건을 ‘Growth Leading AX Company(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로 바꾸고 모든 업무, 사업 영역에 AI를 적용했다. 그룹사의 기술력 덕을 봤다. LG AI 연구원과 협력해 개발 중인 통신 특화 LLM ‘익시젠(ixi-GEN)’을 통해서다. 익시젠은 LG AI 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에 기반을 둔다. LG유플러스는 상반기 중 익시젠을 선보이고 올 하반기에는 너겟 요금제나 소규모 자영업자 요금 상담이 가능한 에이전트를 추가로 출시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LLM 기반 B2B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기 용이한 사업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AI 기술 적용 효과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통신 특화 LLM의 수익모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B2C보다 기업을 상대로 한 B2B가 수익성이 높은 데다 생성형 AI 기술의 특성을 고려하면 최선의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바른AI연구센터장)는 “국내 통신사가 글로벌 범용 LLM와 경쟁하기에는 자본력의 한계가 뚜렷하다. 또 앞선 생성형AI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이에 비해 기업의 수요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바뀌지 않는다.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사와의 협력 단계에서 데이터 관리 등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협업 과정에서 국내 데이터를 오픈AI 등 글로벌 선두 기업에 제공하는 데 있어 독점 우려와 같은 양면이 존재한다. 공동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명확히 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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