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인잡] 세상에 좋은 회사는 없다, 모두를 대표하는 '통령'이 없는 것처럼

기업은 자기객관화, 직원은 참고 정도로 활용해야…성숙하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 청취가 중요

2024.05.29(Wed) 15:29:09

[비즈한국] 재직 중인 회사의 잡플래닛* 평점 리뷰는 간신히 3점 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대내외 사정으로 최근 경영상황이 썩 좋지 않아 1분기 동안 1~3년 차 신입사원들이 줄퇴사했는데,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모니터링해 보면 조만간 기업 평점이 좀 더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직원 인사관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플랫폼에 올라오는 회사 평판이나 게시글은 안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긴 하다. 하지만 입은 닫을지언정 아예 눈 감고 귀 닫고 모르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개인 사유’​라고만 적어냈던 사직서 이면에 담겨 있던 실제 사유가 퇴직자들이 남기는 회사 리뷰에 담겨 있고, 익명이기 때문에 평소 공개적으로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나 뼈 때리는 쓴소리들이 오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내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챙겨보는 임원들도 꽤 된다. 물론 그들 중에는 직원을 불러모아 평점 높은 리뷰를 쓰라고 강요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면 다른 사람인 양 해명하거나 두둔하는 댓글을 쓰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몇몇 웃픈 경우를 차치하고 보면, 기업의 현 위치를 돌아보기에 위의 플랫폼들은 꽤 괜찮은 자기 객관화 도구이다.

 

회사 갑질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강형욱 훈련사. 사진=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 화면 캡처

 

몸 담고 있는 회사뿐 아니라 동종업계의 경쟁 기업, 꽤 이름난 대기업, 취준생 시절 가고 싶던 꿈의 직장까지 하나하나 검색해 읽다 보면 세상에 좋은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구의 80억 인구 중 나에게 딱 들어맞는 완벽한 이상형은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정말 가고 싶었던 직장일지라도 막상 그곳이 현실이 되고 일상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지금의 고통과 번민도 일반화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5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사장님 본인을 제외하고는 없지 않을까.

 

어쨌든 사람들의 평가나 게시글도 주기나 트렌드를 타기도 하며, ‘​평점’이라는 것 자체가 갖고 있는 맹점을 생각해 보면 모든 내용은 말 그대로 ‘​참고자료’​ 정도로만 활용하고 적당히 알아서 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하지만 일말의 애정을 갖고 하는 쓴소리 조언과 진짜 자신의 분노와 부당한 대우를 폭로하며 저주하는 글을 쓰는 것은 아예 결이 다르다. 하다못해 맛집이나 영화 리뷰를 단 몇 줄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카테고리별로 제시되는 질문에 응답하고, 최소 몇십 자 이상의 텍스트를 적어 내는 행위에는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에너지는 애정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보다 오랜 동안 강력한 화력을 지원하는 것은 ‘​이거라도 적어서 어떻게든 티끌만 한 흠집이라도 내고 싶다’​는 끓어오르는 분노일 것이다.

 

소위 ‘개통령’​​이라 불리던 강형욱 씨가 운영했던 회사(보듬컴퍼니)에 대해 별점 1점 평가와 가스라이팅, 인격모독, 업무 외 요구사항, 직원 감시 등 갑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여론이 시끄럽다. 9670원이라는 퇴직금(사측은 발생한 수익금 1만 원에서 3.3%를 제외한 금액이라고 주장함)은 근로자가 분명한 직원에 대해 변호사 말만 듣고 사업자 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측의 잘못이 크다. 고정 인건비를 적게 지출하고자 하는 경영자와 계약서를 제대로 챙겨보지 않고 서명하는 근로자 간의 다툼은 전문가를 프리랜서 형태로 개별 고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의 기업에서 흔히 발생한다. 고용노동청에 자주 접수되는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민원의 한 종류이다.

 

사내 CCTV 설치나 열람에 대해서도 애초에 근로자의 동의서를 징구하면 사실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다만, 이를 본래의 설치 목적과 달리 활용했다면 이 역시 다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직서에 비밀 유지 조항을 넣고 민형사상 책임을 경고하는 경우 또한 굉장히 보편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근로자가 그나마 익명이 보장되는 경우에 어렵게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만큼 흔하디흔한,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인사노무 이슈가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이유는 결국 ‘강형욱’​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던, 혹은 미디어와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통령’​이라는 단어는 ‘​일체를 통합하여 거느리는 행위, 혹은 그런 사람’​을 뜻한다.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 1인에게 이런 ‘​~통령’​이라는 별명을 쉽게 붙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겁부터 덜컥 난다. 그의 말 한마디가 갖게 될 절대적인 영향력이 무섭고, 그를 마치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인 양 바라보게 만드는 미디어의 시선이 무섭고, 언젠가 그에게 다시 돌아갈 비난의 화살이 점점 날카로워질 것 같아 걱정도 되다가, 정말 본인이 자기 스스로를 ‘​그런 존재’​로 믿어버리면 어찌될지가 두렵다.

 

이번 해프닝을 지켜보면서도 그들 사이의 시시비비와 법적 공방과는 무관하게, 어떤 이에 대해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며, 누구도 함부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숙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상관없이 언제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모양이다.​ 

 

*잡플래닛 : 특정 기업에 대해 재직/퇴직자들이 남긴 기업정보를 공유하는 기업정보서비스 플랫폼으로, 구직자도 열람이 가능하여 기업 평판 조회 사이트로 기능하기도 함.

 

**블라인드 : 미국에 본사를 둔 Teamblind가 운영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소속 회사를 인증해야 가입이 가능하며, 소속 회사 외에도 직군별, 토픽별 익명 게시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기업정보도 제공하고 있음.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인잡] 평범한 직장인이 본 민희진 대표의 '사이다와 고구마'
· [알쓸인잡] 은퇴 후 인생 2막, '좋아해 온' 일에 도전하기
· [알쓸인잡] 자기개발이든 자기계발이든 일단 시작하라
· [알쓸인잡] 직장인의 N잡 활동, 어디까지 받아들여질까
· [알쓸인잡] 직장 내에서 정치 이야기는 무조건 금기여야 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