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츠가 최근 업주들에게 다른 배달앱과 조건을 맞추라며 일방적으로 강요해 논란이 인다. 이를 지키기 않는 매장에는 이른바 ‘와우 배지’를 회수하면서 업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쿠팡이츠는 과거에도 배민과 최소주문금액을 맞추도록 압박해 논란이 됐는데, 최근에는 그 조건이 더 늘고 압박의 강도가 더 세졌다는 말이 나온다.
#쿠폰, 이벤트까지 통제…회수 통보조차 못 받은 경우도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는 와우(wow) 배지가 부착된 매장이 있다. 쿠팡 와우 회원에게 배달비 무료와 할인 혜택을 주는 ‘와우할인’ 매장이다. 이런 혜택 때문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고, 앱 내에서 가게 노출도 늘기 때문에 업주들은 이 배지를 달고 싶어한다. 다만 주문완료율, 최소주문금액, 고객부담 배달비, 메뉴 가격 등이 다른 배달앱과 다르면 와우 배지는 회수된다.
그런데 최근 쿠팡이츠가 특정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와우 배지를 회수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화를 받은 업주들은 “과거에도 쿠팡이츠가 ‘최소주문금액’을 배달의민족과 같은 가격으로 하거나 그 이하로 하라며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데 최근에는 직접 전화해 최소주문금액뿐만 아니라 다른 조건들까지 맞추지 않으면 배지를 회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원도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쿠팡이츠 직원이 전화해, 배민과 최소주문금액을 같거나 더 저렴하게 하지 않으면 다음날 와우 배지를 회수하겠다고 하더니 실제로 다음날 와우 배지가 없어졌다. 주변 가게나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보니 대규모로 전화를 돌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 조건에 쿠폰 사용과 리뷰 이벤트도 포함됐다. 전국에 가맹점 50여 곳을 관리하는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B 팀장은 “쿠팡이츠에서 가맹점주들에게 전화해 ‘배민배달’이나 배민 ‘가게배달’에서 쿠폰을 사용해 쿠팡이츠보다 가격이 낮아질 경우 와우 배지를 회수하겠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울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C 씨는 “배민의 ‘가게배달’에서 ‘첫 주문 쿠폰’ 2000원을 제공하는 걸 보고 쿠팡이츠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매장에 와우배지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D 씨는 “쿠팡이츠로부터 배민의 ‘첫 주문 쿠폰’뿐 아니라 ‘바로할인’ 쿠폰도 제거하라고 연락 받았다”며 “이건 협박, 갑질 아니냐”고 분노했다. D 씨의 통화 녹음을 들어보니 쿠팡이츠 직원은 업주에게 배민의 쿠폰이 업주 부담인지를 묻고 업주 부담 쿠폰이라면 와우 배지를 회수하겠다며 시간은 “내일 12시(정오)까지”라고 말했다. D 씨가 쿠팡이츠 측과 통화한 것은 전날 오후였다.
리뷰 이벤트 역시 배민에서 진행할 경우 쿠팡이츠에서도 동일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와우 배지가 회수된다고 업주들은 전했다.
심지어 쿠팡이츠에 연락조차 못 받고 하루아침에 와우 배지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업주들도 있다. 분식집 업주 E 씨는 “하루아침에 와우 배지가 사라졌다. 쿠팡이츠에서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다”며 “와우 배지가 사라지고 남은 건 ‘우리 매장은 와우 매장 선정 기준에 충족되지 않아 와우 배지가 회수되었다’라는 문자 하나뿐이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 커뮤니티에도 쿠팡이츠에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와우 배지를 박탈당했다는 업주들의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조건 더 까다로워졌는데 업주들은 몰랐다
업주들은 최소주문금액이 배민과 동일해야 한다는 조건은 알고 있으나 각종 쿠폰이나 리뷰 이벤트까지 맞추는 것은 없었던 내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쿠팡이츠가 업주들에게 보낸 문자를 확인해보면 지난해에는 ‘주문완료율’, ‘최소주문금액’, ‘고객부담 배달비’, ‘메뉴가격’까지만 명시됐으나 최근에는 운영시간, 쿠폰 혜택 등이 추가됐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쿠팡이츠는 와우 매장 선정 기준을 업주들에게 재공지했다. 쿠팡이츠 사장님캠퍼스 홈페이지에 지난 24일 업데이트된 내용에는 ‘스마트요금제 이용 매장’ 한정으로 와우 매장 선정 조건 7개가 명시됐다. 피크타임 영업시간, 주문 완료율, 메뉴 가격, 메뉴 수, 영업시간, 최소 주문 금액, 기타 할인 혜택 등이다.
업주들은 한숨을 내쉰다. 쿠팡이츠(9.8%)의 중개수수료가 배민(6.8%)보다 더 높아 그동안 쿠팡이츠에선 할인쿠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주문금액을 높였는데, 그것조차 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일부 업주는 그냥 해지하는 게 낫겠다고 말하지만, 매출에 타격을 입은 업주들은 속이 탄다. “와우 배지가 갑자기 없어져 하루 매출이 100만 원에서 10만 원도 안 되게 떨어졌다. 조건을 맞추고 다시 장사하고 싶다. 주말 동안 전화를 수십 통 했는데 관련 부서 연락만 대기하라는 대답뿐”이라고 하소연한다.
일각에선 쿠팡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저조해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쿠팡이 지난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8% 증가한 71억 1400만 달러(92조 4505억 원·분기 평균 환율 1328.45원)지만, 영업이익은 4000만 달러(531억 원)로 같은 기간 61% 감소했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쿠팡 측은 와우 배지와 관련한 비즈한국의 질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불공정행위 판단은 여러 내용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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