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이 폐기 수순을 밟았다. 5월 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안소위에 법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결국 다음 회기로 공이 넘어갔다. ‘변호사 플랫폼’ 로톡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초로 8대 전문직이 모인 단체가 결성돼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단순 친목 도모를 넘어 여러 전문직 직종 간 고객을 공유하고, 협업하고 있다.
청년단체 ‘좋은인연’은 지난해 시작됐다. 8대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관세사, 법무사가 모였다. 정회원은 총 100명. 모두 만 40세 미만이다. 이들은 기존 전문직 모임이 추구하던 ‘학술, 세미나’를 넘어 고객을 공유하고 일을 넘기기도 한다. 사건 의뢰뿐 아니라 자문도 받고 있다. ‘확장형 로톡’과 같은 모양새다. 이들은 기존 전문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비즈한국이 지난 24일 좋은인연의 임원진을 만났다. 회장인 임성효 세무사(세무법인다솔 제1지점)와 임원인 김시욱 회계사(하나회계법인), 안민선 공인노무사, 이원재 법무사(서초지율합동법무사사무소), 유태균 관세사(다옴관세사무소), 윤신우 변리사(비즈엔특허법률사무소), 전중혁 변호사(법무법인 한원), 최승혁 감정평가사(나라감정평가법인)다.
-젊은 8대 전문직이 모인 건 국내 최초다. 단체는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
임성효 세무사(임): 같은 직종의 전문직끼리 교류하는 소모임은 많았지만, 다양한 전문직이 모인 공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젊은 8대 전문직이 모여 함께 성장 발전하며 사회와 인류를 위해 공헌한다”는 비전을 설정했다. 처음에는 소규모였는데, 금세 100명이 넘어갔다. 우선 회원 정원을 100명으로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8개 직종의 전문직인데, 파트별로 8명 이상의 회원이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단체를 등록한 건 아니지만, 그럴 계획도 있다. 현재는 단체 문의방을 통해 사건을 의뢰 받거나 각종 요청을 받고 있다. 하나의 의뢰가 들어오면 임원진끼리 또는 같은 직종끼리 논의해 배당하는 형태다.
-기존 전문직 법인과의 차이점은.
이원재 법무사(이): 하나의 사건을 처리할 때에도 여러 직종의 전문직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굉장히 특수한 사건들도 있다. 여기에는 노무사가 할 수 있는 일, 법무사가 할 수 있는 일, 관세사,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서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임이 없다면 간단한 문의도 하기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누구나 필요성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가볍게는 각자 맡고 있는 사건의 자문부터, 넓게는 창구를 넓혀서 의뢰인을 공유하고 적절한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했다.
전중혁 변호사(전): 소송 기록을 보다 보면 회계 자료도 많이 봐야 한다. 아주 구체적인 부분을 봐야 할 때는 회계사, 세무사에게 자문을 구할 때가 있다. 서로 쉽게 자문 받고 있다. 8개 직종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분야를 연결해줄 수도 있다. 향후 사업으로 만들 구상도 하고 있다.
유태균 관세사(유): 현재 시장은 기존에 있는 파이를 서로 뺏어가는 형태다. 이런 부분을 넘어 젊은 시각에서 어떤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 영역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단체방에서 다양한 사건에 대한 자문과 논의가 오간다. 모임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많이 배운다. 고객 입장에서 소통하기에 편안할 수 있다고 본다.
김시욱 공인회계사(김):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최신 트렌드와 정보, 전문적인 지식을 공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최승혁 감정평가사(최): 8대 전문직 간에 원활하게 업무 연계가 가능하다.
윤신우 변리사(윤): 청년 조직은 기존 조직과는 다른 모습으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전문 자격을 가진 사람과 소비자의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좋은인연에서는 기존 전문직 조직보다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잘 소통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종과 회원 규모를 확장할 계획도 있나.
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정회원을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많다.
이: 현재는 법률·회계 분야 전문직 위주로 모였는데, 더 확장할 가능성은 있다. 아직 배당이나 자문에 대해 규칙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오픈 네트워킹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직 업계의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안민선 노무사(안): 밖에선 수평적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선 수직적인 회사들도 많다. 자율성이 없거나 강압적인 조직 문화가 남아 있다. 기수에 따른 수직 문화도 있다. 개인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김: 회계법인도 마찬가지다.
유: 특정 기관에서 퇴직한 사람에게 특권이 쏠리는 경우가 있다. ‘전관예우’ 같은 부분들이 업계 바탕에 깔려 있다.
윤: 소통의 부재다. 소비자들과, 다른 전문직과의 소통 모두 그렇다.
-향후 목표는.
임: 한국에 전문자격사 제도가 도입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각 전문자격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경쟁은 과열됐다. 이 때문인지 사회의 기반이 되고 공익을 실천해야 하는 역할을 전문직이 하지 못하고 탈선하는 사례도 나온다. 지금은 전문직 스스로가 기존의 전통적인 업무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각자의 분야에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과 함께 다른 분야 전문직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시도가 전문자격사 시장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 단순히 전문직 100명의 모임을 넘어, 단체를 브랜딩화 하는 게 목표다. 다른 분야의 전문직과 다양한 소비자를 만나고 싶다.
윤: 8대 전문직의 영역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각 전문 영역은 개인·기업이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협업을 통해 소비자가 직면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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