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뚜기 오너가 3세 함연지 씨가 미국 법인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뚜기의 해외 사업 부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미국 시장에서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상황. 이에 오너가가 미국 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인데,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함연지, 남편, 시아버지까지 투입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딸 함연지 씨의 미국 법인 입사 소식이 연일 화제다. 업계에 따르면 함 씨는 이달 오뚜기 미국 법인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씨는 올해 초부터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에서 인턴으로 근무해왔다. 맡은 직무는 마케팅 부문이다.
함 씨는 2014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9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유튜브 채널에서 함영준 회장을 포함한 오뚜기 오너 일가의 모습을 공개해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활발히 활동하던 함 씨가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은 지난해 12월.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함 씨가 경영 참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함 씨가 입사한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는 오뚜기의 미국 사업을 전개하는 해외법인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무실을 두었다. 북미지역 현지인들에게 라면, 카레, 소스, 3분 제품, 참기름 등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2005년 5월 설립됐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산하에 생산법인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도 설립했다. 그동안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했으나, 이제 현지에 공장을 지어 직접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오뚜기 측은 “미국의 행정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설립 일정 등을 확정 짓지 못했다. 공장 부지는 본사 소재지인 라미라다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오뚜기는 미국 사업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에는 함연지 씨의 남편 김재우 씨도 근무 중이다. 김 씨는 2018년 오뚜기에 입사했으나, 지난해 미국 유학을 이유로 휴직했다. 이후 미국 법인으로 발령이 나면서 함 씨와 함께 미국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김 씨의 아버지이자 함 회장의 사돈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도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함연지 씨와 그의 남편, 시아버지까지 해외 사업에 투입된 실정이다.
오뚜기에게 미국 시장 공략은 그만큼 절실한 과제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오뚜기는 주요 라면 3사 중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작다. 농심은 40%, 삼양식품은 75%가량인 데 비해 오뚜기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오뚜기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힌다. 최근 식품업계 실적을 해외 매출이 좌우하는 상황이라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성과가 탄탄하다 보니 마진이 많이 남는 해외 시장 쪽도 보는 것”이라며 “(오너 일가가) 해외 유학파이기도 하고 글로벌 시장을 잘 알다 보니 그분들이 나서서 맡아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서 미국 가장 중요…오뚜기 “곧 가시적 성과 나올 것”
국내 라면시장은 포화상태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라면 제조사들이 앞다퉈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한류 열풍이 불면서 라면뿐만 아니라 떡볶이, 한과 세트까지도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하는 상황이다. K푸드가 각광을 받으며 해외, 특히 미국 주류 시장에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라면 업계의 해외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 시장이다. 농심의 해외 법인 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농심 아메리카는 작년 매출이 약 59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양식품도 해외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이 발생하는 곳이 미국 시장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미국 법인에서 발생한 매출이 약 1.2억 달러(1634억 원)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월마트, 코스트코 입점이 완료됐고,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입점도 준비 중이다.
서 교수는 “곧 미국의 빅3 유통업체인 월마트, 아마존, 타겟 등에도 K푸드 섹션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제대로 시장 공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내 식품업체들이 이제는 해외와 국내 매출의 비중이 반반인 형태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더 커지는 시대도 조만간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역시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는 다소 아쉬운 편이다. 1분기 실적을 보면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 등 미국을 제외한 해외 법인의 성장세는 뚜렷했으나 미국 법인만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했다.
오뚜기베트남의 1분기 매출은 2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9% 증가했고, 오뚜기뉴질랜드의 매출은 65억 원으로 전년보다 15% 늘었다. 중국 법인인 강소부도옹식품유한공사의 매출액은 2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34% 증가했다. 반면 미국 법인만 매출이 감소했다. 1분기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의 매출액은 2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6억 원)보다 13.34% 감소했다. 분기순이익도 13억 52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억 8500만 원)과 비교해 57.54% 줄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2분기부터는 무리 없이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 법인에 투자를 늘려가는 중이다.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올해가 지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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