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장기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채권은 투자 금액이 크기 때문에 주로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매입하지만, 개인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채권 종류의 하나인 커버드본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주택과 관련한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은 주택이나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개인의 신용보다는 집이나 전세금을 담보로 잡으면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이자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은행은 집이나 전세금 등의 담보를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커버드본드는 장기 담보부채권,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이라고도 하는데,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이는 대출자산을 담보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주택저당증권(MBS)와 유사하다. 그러나 채권 발행 시 담보자산을 별도로 설립된 특수목적기구(SPC)에 이전하면서 최초로 담보물을 보유했던 금융기관의 변제 의무가 사라지는 ABS와 MBS와는 달리, 커버드본드는 담보물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보장받으면서도 채권 발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원리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흔히 회사채에 투자할 때 투자 종목은 대부분 ‘무담보무보증사채’다. 즉, 보증이나 담보 없이 회사 신용만 믿고 투자하게 된다. 그러나 담보부사채의 경우, 회사가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담보물로 채권 회수를 시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채권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일반 회사채의 경우, 무담보무보증 ‘선순위채’지만, 담보부사채는 선순위채보다도 선순위에 있는 채권이다. 다만, 담보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중요하다. 채권 금액보다 담보물의 시장가치가 더 낮다면 담보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높은 안정성을 얻는 대신 수익률은 다소 낮을 수 있다.
은행이 발행하는 담보부사채인 커버드본드의 경우, 우선변제권과 이중상환청구권으로 원리금 상환을 보장받기 때문에 일반 채권보다 발행금리가 낮게 형성된다. 은행들은 만기가 짧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자금을 운용하면 금리 위험에 노출돼 장기로 자금을 운용하기 어렵지만,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 낮은 고정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늘릴 수 있다. 결국 은행들은 안정적인 장기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가계 입장에서는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나온 채권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은행 입장에서는 시스템 구축, 사후관리, 인력 확보 등 부대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커버드본드 발행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부터 원화 예수금의 1% 내의 커버드본드 발행액을 예수금으로 간주하겠다며 예대율 규제 완화를 예고하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커버드본드의 인기는 은행채보다 금리 매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곧 시들해졌다. 금리가 낮으면 아무래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 입장에서도 장기채권보다는 만기가 짧은 은행채를 여러 번 발행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금리 인상 시기에 가계부채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커버드본드 발행을 독려하는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는 우선 시중은행의 커버드본드에 대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신용 보강을 하고, 커버드본드 재유동화 프로그램도 추진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을 경우, 조금 더 낮은 금리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선변제권과 이중상환청구권에다 주금공의 지급보증까지 더해질 경우, 투자자들을 더욱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은행권의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주고, 다른 금융기관 등이 커버드본드에 투자할 경우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을 제약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개선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채권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투자 수요를 늘릴 방안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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