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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거대 인공구조물 '다이슨 스피어' 가진 외계 문명을 찾아라

적외선 관측 통해 500만 개 별 가운데 7개 '후보' 추려…외계 문명 판단할 '지표' 고민

2024.05.27(Mon) 16:22:52

[비즈한국] 고도로 발전된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찾을 때, 천문학자들이 고려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만약 인류보다 훨씬 더 발전된 외계 문명이 있다면, 자신들의 항성계 중심 별의 에너지를 직접 끌어다가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아예 중심 별 주변에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감싸서 별이 방출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다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외계 문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공 구조물로 별을 감싸고 있다면, 별빛이 가려지면서 별은 어둡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인공 구조물 자체는 별빛을 받아 뜨겁게 달궈질 것이고, 결국 그 온도에 해당하는 만큼 막대한 적외선을 방출해야 한다. 여러 파장의 빛으로는 아주 어둡게 보이지만 유독 적외선 파장에서만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적외선 초과 현상을 보이는 이상한 별을 발견한다면, 그 별은 어떤 거대한 인공 구조물로 가려져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해볼 수 있다. 

 

이렇게 다이슨의 재밌는 SF적 상상력을 통해 사냥법이 제시된 상상 속 외계 문명의 별을 감싼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다이슨 스피어’라고 부른다. 흔히 SF 세계관에서 많이 인용되는 카르다쇼프 문명 등급을 기준으로 한다면, 항성계 중심 별이 방출하는 에너지 전체를 쓸 수 있는 문명에 해당하는 2단계 문명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이슨 스피어로 의심되는 별들을 본격적으로 찾는 새로운 프로젝트 ‘헤파이스토스’의 결과를 소개한다.

 

다이슨 스피어는 SF 팬들 사이에서 아주 오랫동안 회자된 전통적인 개념 중 하나다. 막연한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관측을 통해 외계 문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다. 최근 천문학자들이 다이슨 스피어가 감싼 것으로 의심되는 후보 별을 무려 60개나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중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마침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지구 바깥에 인류보다 훨씬 더 발전한 지적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별을 감싼 거대 인공 구조물 다이슨 스피어 상상도.


천문학자들은 본격적으로 다이슨 스피어로 의심되는 별을 사냥하기 위해,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정밀한 지도를 그리는 가이아 위성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적외선으로 별들을 관측하는 2MASS와 WISE 우주 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도 함께 비교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다이슨 스피어가 정말 존재한다면, 별을 감싸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별은 유독 적외선 파장 대역에서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적외선 초과 현상을 보일 수 있다.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 영역에서 굉장히 어둡게 보이지만 유독 적외선에서만 밝게 보이는 별이 발견된다면, 그 특징을 활용해 다이슨 스피어 후보를 골라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이슨 스피어를 골라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헤파이스토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 속 불과 대장장이의 신의 이름이다. 별을 감싸고 있는 인공 구조물로 에너지를 뽑아내고 있을지 모르는 외계 문명을 찾겠다는 뜻에서 별을 감싼 대장장이라는 꽤 어울리는 이름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반경 1000광년 이내에 들어오는 약 500만 개 별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 중에는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들뿐 아니라, 훨씬 먼 거리에 있는 비교적 밝은 배경 은하들도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은하들 중 먼지를 많이 머금고 있거나, 중심에 두꺼운 먼지로 둘러싸인 블랙홀과 같은 천체가 존재하고 있다면 유독 적외선 영역에서 많은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두꺼운 먼지 원반 중심에서 아기 별이 갓 반죽되고 있는 원시 행성 원반도 많은 적외선을 방출하면서 다이슨 스피어를 찾고 있는 천문학자들을 헷갈리게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이슨 스피어와 유사한 적외선 초과를 보일 다른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 천문학자들은 체계적인 파이프라인을 설계했다. 각 천체의 수소 스펙트럼과 밝기 변화, 이미지를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하면서 유효한 후보를 걸러냈다.

 

1차로 368개의 후보 천체가 다이슨 스피어 의심 천체로 선별되었다. 하지만 일부는 흐릿하게 퍼져 있는 별이 아닌 천체로 밝혀졌다. 또 별이 아닌 성운, 작은 점광원이 아닌 불규칙한 형태를 가진 천체들도 배제했다. 이렇게 총 60여 개의 후보로 줄었고,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다이슨 스피어 의심 천체 7개가 남았다! 

 

물론 이 별들에 정말 외계인들이 건설한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어린 행성 원반이나 먼지 구름만으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적외선 초과 현상이 관측되는 별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양한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한 별들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


특히나 이번에 최종 후보로 선별된 별들은 모두 태양에 비해 훨씬 어둡고 미지근한 M형 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보통 태양 정도 또는 더 무거운 별들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원시 행성 원반, 먼지 구름이 미지근하게 달궈지면서 적외선 초과가 관측될 수 있다. 하지만 M형 별은 다르다. 크기가 작고 미지근한 M형 별 주변에서는 두꺼운 먼지 원반이 형성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이런 먼지 원반으로 둘러싸인 별은 주기적으로 두께가 다른 원반의 다양한 부분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서 관측되는 별의 밝기가 요동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분석에서 최종적으로 선별된 7개의 후보 별들은 뚜렷한 밝기 변동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유독 적외선 파장에서만 빛을 많이 방출하는 적외선 초과만 보일 뿐, 별다른 밝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어둡게 빛나고 있다. 물론 아주 극단적으로 두껍게 별을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부스러기로 이루어진 먼지 원반, EDD(Extreme Debris Disks)의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M형 별 주변에 이런 원반이 실제로 존재하는 현장이 확인된 적은 없다. 

 

이미 인류는 태양계 바깥, 다른 별 주변에 외계행성이 너무나 흔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 외계행성이 있다면, 그 행성에서 과연 생명 활동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가? 또 문명 활동의 징후까지 포착할 수 있는가? 아니, 애초에 무엇을 근거로 생명 활동과 문명 활동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바로 생명 활동의 지표 바이오시그니처, 그리고 문명 활동의 지표 테크노시그니처를 체계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외계 문명의 존재를 아직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건 관측 기술의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에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그들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지표(시그니처) 자체를 아직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일단 이것부터 먼저 합의를 해야 그것을 기준으로 유효한 시그널을 보내오는 외계행성을 중점으로 관측하고 더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다이슨 스피어라는 아이디어는 아주 흥미롭다. 생명체 수준을 넘어서 무려 외계 지적 문명의 존재를 어떤 지표를 근거로 찾아야 할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흥미로운 것은 적외선 파장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적외선 초과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적외선은 최근 우주에 올라가 대대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관측하는 주요 파장 범위이기도 하다. 정말 우리 은하계 어딘가, 이름 모를 어떤 외계인들이 만든 거대한 다이슨 스피어가 존재한다면 제임스 웹으로 그들의 거대 구조물에서 새어나오는 적외선 빛을 포착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다이슨 스피어라는 개념도 이미 수십 년 된 고전적인 SF적 상상력이라는 한계가 있다. 고도로 발전된 외계 문명이 굳이 별을 감싸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까 하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예 자신들의 행성 위에서 별이 만드는 에너지에 버금가는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더 효율적인 핵융합 에너지를 실현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적외선 초과가 아닌 전혀 다른 지표를 근거로 그들의 문명의 흔적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외계 생명체, 외계 문명의 존재를 찾는 건 외계인과 인류, 둘 중 누구의 상상력이 앞서가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일종의 레이스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며 우주에 흔적을 남길지 모르는 외계 문명들, 그리고 그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열심히 뒤쫓아가는 인류. 이 둘의 쫓고 쫓기는 끈질긴 레이스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참고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31.3414.1667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4arXiv240318941C/abstrac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4MNRAS.531..695S/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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