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 일부 자치구가 대형 카페의 불법 증·개축을 적발했지만 이행강제금만 받고 그 이상의 조치는 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건물의 안전성도 우려된다. 적발된 업소들이 이행강제금만 내고 시정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 이행강제금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차례 시정명령 후 이행강제금 연1회 부과
종로구에 있는 T 카페는 SNS 해시태그가 1만 개가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북한산 뷰가 한눈에 보이는 대지면적 732㎡(222평)인 대형 카페로 평일 낮에 방문해도 사람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T 카페는 위반건축물로 확인됐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건물 후면(38㎡)과 외부 계단(11㎡)이 경량철골구조로 무단 증축된 사실이 2018년 종로구청에 적발됐다.
카페 건물의 건축면적은 156㎡(47평)으로 대지면적(222평)의 20%밖에 되지 않지만, 실외 공간이 넓다. T 카페는 카페 건물과 실외 공간을 이으려 건물을 무단 증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페 뒤편 야외에는 넓은 부지에 15개가 넘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안전상의 문제도 우려된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바위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건축 전문가는 “지지하는 상부 구조물의 중량이 얼마 되지 않아 기둥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물 안전성에 대해 문의하자 종로구 관계자는 “건물 안전은 주택과나 건축과 등에서 담당하지 않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위반건축물이 적발될 시 자치구는 건물주에게 두 차례 시정명령 후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1년에 최대 2번까지 부과할 수 있으며 시정할 때까지 계속 부과된다. 종로구 관계자는 “민원인(T 카페)의 부담을 고려해 이행강제금을 1년에 1회 부과하고 있다. 금액은 개인정보여서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등기에 따르면 T 카페는 2019년 이행강제금을 체납해 토지가 압류되기도 했다.
#이행강제금보다 버는 돈이 더 많다?
종로구뿐만 아니다. 강북구에 있는 S 카페는 대지면적 672㎡(203평)의 대형 카페로 이른바 ‘핫 플레이스’다. 이곳 역시 2022년 강북구청에 위반건축물로 적발됐다. 건물 좌측, 중앙, 우측에 판넬과 샤시를 무단 증축했기 때문이다. 세 곳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30㎡(9평)에 이른다. 무단 증축된 부분에는 테이블이 10개 이상 놓여 있다. 강북구는 S 카페에 이행강제금을 연 1회 부과한다고 밝혔다.
성북구 북악산 밑에 위치한 R 카페는 네이버 리뷰 3000개가 넘는 인기 있는 장소다. 대지면적이 771㎡(233평)에 이르는 대형 카페다. 성북구는 2019년 이 카페에 판넬 구조의 건축물이 무단으로 증축된 것을 적발했다. 원래 건물 두 개가 분리돼 있었으나 가운데 부분을 무단 증축해 건물을 연결한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도 R 카페에 이행강제금을 연 1회 부과한다고 밝혔다.
R 카페는 건물 내부 용도를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도 의심된다. 건축물대장에 지하 1층 용도가 일반음식점과 주차장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R 웨딩’이라는 팻말과 함께 부케를 만드는 장소와 그림이 걸린 갤러리가 자리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꽃을 만드는 곳 같은 경우 용도변경을 반드시 해야 하는 시설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나 더 알아봐야 할 듯싶다. 주차장 관련해서는 건축법상 용도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 직접 가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시정 비율은 떨어지고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높아
앞의 대형 카페 세 곳은 모두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영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행강제금을 내면서도 무단 증축을 시정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1년에 1회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보다 불법 시설물을 유지해서 벌어 들이는 돈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자치구는 위반건축물에 이행강제금을 1년에 1회 부과하고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행정대집행’이라는 조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종로구, 강북구, 성북구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은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엄격한 기준도 있고 따질 부분이 많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안전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불법 증·개축 현황 점검에 나섰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서울시 자치구 관계자들은 “무단 증축된 건물의 안전성에 구청에서 관여하는 시스템은 따로 없다. 적발하거나 추인하는 일만 할 뿐”이라고 전했다.
시정조치는 계속되지만 시정 완료율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높게 측정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최근 3년간 위반건축물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정 완료율은 2020년 59%, 2022년 43%, 2023년 상반기 38%였다. 반면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매년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이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보다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제도의 실효성에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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