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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왕국' 동원 김남정 회장 '연어의 꿈' 이루기 쉽지 않네

절차·사업비 문제로 양식장 조성 지지부진…동원 "사업 중단 없다, 기르는 어업으로 확대"

2024.05.23(Thu) 16:06:26

[비즈한국]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르며 김 회장이 전개할 신사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참치’로 성장한 동원을 앞으로 ‘연어’로 키워나가겠단 의지를 보였지만, 연어양식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동일인(그룹 총수)이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 회장(사진)으로 변경됐다. 사진=동원그룹 제공


#사업비 상승하며 정부 지원 등 방법 모색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동원그룹 동일인(그룹 총수)이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 회장으로 변경됐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 명예회장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고, 지난 4월 김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한 달여 만에 ​김 회장이 동일인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2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그간 신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만큼 향후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회장은 동원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연어양식 사업 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은 그간 참치어업 중심이던 사업을 연어양식으로 확장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동원산업은 2020년 연어양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중관정리 일대 11만 7000㎡(약 3만 5400평) 부지에 연어양식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원산업이 연어 스마트 양식장 사업에 투자할 금액은 2000억 원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강원형 K-연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100% 수입에 의존하는 연어 시장의 30%를 국산화할 것”이라며 “최첨단 바이오 기술과 AI 기술을 집적해 대한민국 육상 양식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이 바라던 ‘연어의 꿈’은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당초 동원은 올해 3월 연어 스마트 양식장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동원 관계자는 “국내에 없던 새로운 사업을 도입하는 것이다 보니 새로운 절차나 규정 등의 문제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비 부담이란 얘기도 들려온다. 사업 준비 과정에서 원자재값 및 인건비 등이 크게 상승했고, 당초 3000억 원으로 예상한 사업비가 4000억 원으로 뛰었다. 강원도 양양군 관계자는 “예상보다 사업비가 늘면서 업체(동원산업)에서 지원 방안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이 아예 중단된 것은 아니고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4월 회장으로 취임한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참치’로 성장한 동원을 향후 ‘연어’로 키워나가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동원산업


#다른 지자체들, 사업 줄줄이 포기하는 상황

 

사업비 부담이 커진 동원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부는 양식산업을 디지털산업으로 전환해 국내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2019년부터 부산, 경남 고성, 제주 등 6곳에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도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로 선정됐으며, 동원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배후 부지에 연어 스마트 양식장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는 배후 부지에 기반 조성을 하면 민간기업이 들어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다. 동원은 자체적으로 배후 부지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한 상황이었으나 사업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비를 투입하게 될지, 다른 형태로 동원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동원은 구체적 금액 지원 요청을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동원 관계자는 “정부가 연어 사업 육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도움을 받을 부분이 있을지 협의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지원 요청한 것은 아니고 인프라 지원 등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사업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는 듯한 분위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공사비가 크게 인상되면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 사업자들이 줄줄이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특정 지역, 민자 사업에 지원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남 고성군은 최근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을 포기했다. 민간 사업자가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현실적으로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사업비가 오르는 등 여건이 나빠져 민간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달 해수부를 통해 포기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지정이 된 전남 신안군도 민간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 신안군은 민간 사업자가 빠지며 국비 지원의 필요성을 호소했으나, 결국 군비로 충당하기로 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위탁사업자가 있었는데 중간에 포기했다. 사업비를 위탁사업자가 부담하면서 국비, 도비를 보조 받는 형태였는데 사업자가 포기하는 바람에 그 부분을 군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원 측은 정부 지원이 안 되더라도 연어양식 사업을 중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 관계자는 “외국 파트너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 등도 있다. 토지까지 매입한 상황에서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잡는 어업을 중심으로 해왔는데, 이제는 기르는 어업으로까지 확대하려 한다. 연어는 100% 수입이다 보니 국내 생산하게 된다면 합리적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연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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