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과 16일 도쿄도 정부에서 개최하는 ‘지속 가능한 하이테크 도쿄(Sustainable Hi-Tech City Tokyo)’ 박람회가 열렸다. ‘지속가능한(Sustainable)’과 ‘첨단기술(High Technology)’을 합쳐 박람회의 이름이 ‘스시테크(SusHi Tech)’가 되었는데, 이름만큼 톡톡 튀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나리타국제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열차에서 보게 된 스시테크 공식홍보 영상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 유명한 PPAP(Pen Pineapple Apple Pen)를 부른 코미디언이 ‘스시테크’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전시회로 알려진 만큼, 재미있고 색다른 아이디어로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도쿄도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도시 문제 해결을 주제로 내세워
스시테크는 단순히 혁신 기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 가능한 새로운 가치’ 수립과 함께 최첨단 혁신을 모색하고 미래 도심의 모델을 구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시테크 행사는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40여 국가 및 도시에서 490여 업체가 참가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프로그램(Global Startup Program), 5개 대륙 도시 리더들이 모이는 서밋인 시티 리더스 프로그램(City Leaders Program), 미래의 모델 도시를 제시하는 4개의 장소에서 4월과 5월 2개월에 걸쳐 5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쇼케이스 프로그램(Showcase Program)으로 구성되었다. 글로벌 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는 인프라·환경·생활·문화·임팩트를 주제로 전시관을 나누어 관련 기술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여러 국가의 지방정부도 참여
일본에서는 요코하마, 규슈, 교토 등 다양한 지방정부가 참여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포함하여 충청남도, 부산 등이 참여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같은 아시아의 경제 중심도시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베를린과 바이에른 주), 폴란드, 네덜란드 등이 참가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들이 대표하는 도시는 혁신, 문화, 경제 활동의 글로벌 허브이지만 교통 혼잡, 오염, 불평등, 기후 변화 등 여러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나라와 문화는 다르지만 이 같은 도시의 문제는 전 세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스마트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기술 개발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가장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솔루션을 실험하고 있다.
#200년 대기업의 혁신 노력 ‘눈길’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스마트 시티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마루베니(Marubeni Corporation)는 무려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중 하나다. 이번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마루베니와 핀란드의 노르딕바이오제품그룹(Nordic Bioproducts Group)이 함께 진행하는 ‘고 그린(Go Green)’이라는 혁신 프로젝트였다.
마루베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열분해에 의한 바이오매스 활용, 산림 기금 및 산림 탄소 배출권 마켓플레이스, 바이오 리파이너리 프로젝트 등 이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200년 역사를 가진 대기업이 끊임없이 연구협력을 논의하고, 친환경 혁신 프로젝트에 동참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에서 스타트업 못지않은 혁신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기후문제도 도시 관점에서 접근
이번 행사는 도쿄도에서 출자한 스타트업 허브 ‘도쿄 이노베이션 베이스(Tokyo Innovation Base, TIB)’가 공식 출범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 11월 소프트 론칭을 마치고 5월 15일 공식 출범한 TIB는 스타트업 캠퍼스와 비즈니스 허브가 결합되어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TIB는 스시테크 연계 행사로 시티 피치(City Pitch) 세션을 개최했는데, 전 세계 창업도시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창업 생태계와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유의미한 자리였다. 많은 연계행사 중 하나였던 피치 콘테스트에는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자, 주요 기업과 도시 대표단, 학생들까지 참여했다. 기후문제를 개인, 정부, 기업의 개별적인 아젠다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로 규정하고 도시 전체를 주제로 해 모두가 혁신 기술 적용을 고민한다는 점이 뜻깊게 다가왔다.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베를린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수적인 독일과는 많이 다르다. 독일만큼이나 변화에 느린 일본도 점차 도쿄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친화적인 환경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도시는 인구를 기반으로 최첨단 기술, 기업 협업, 정부 지원이라는 독보적인 이점 덕분에 혁신이 더욱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국경에 국한된 나라 간의 교류보다 대도시 간의 역할과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 김은빈은 해외에서 국제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국제기구, 정부기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속 가능성 및 개발협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베를린의 123팩토리에서 스타트업의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은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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