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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한 달, 방시혁과 민희진 그리고 우리가 놓친 것

진흙탕 싸움 치닫는 동안, 아이돌과 연습생에 대한 배려는 어디로…

2024.05.22(Wed) 12:57:00

[비즈한국] 하이브 내부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당사자들이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배신이나 음모처럼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이 흔히 보인다. 지난 주말에는 ‘텐프로’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하이브가 어도어와 협력 업체의 금전 거래를 감사했으니 텐프로 룸살롱 접대를 감사하라 대응한 것.

 

언론 매체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22일 시작된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의 갈등으로 새로운 기사를 계속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 이슈 분석은 기본이고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을 파헤치거나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전하는 기사들로 풍성하다. 기사는 분명 대중이 솔깃해할 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음반 회사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이브 내부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왼쪽)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이종현 기자, 비즈한국 DB


무엇보다 하이브 사태는 음반 회사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매출 상당 부분이 음반 밀어내기와 같은 마케팅 기법에 힘입었고, 아이돌 제작사들이 팬덤을 열린 지갑 정도로 여긴다는 게 하이브 측과 민희진 대표의 감정싸움 과정에서 공개됐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아는 음반 회사의 규모도 이 과정에서 널리 알려졌다. 민희진 대표의 어도어는 지난해 매출이 1103억 원이었는데 주 매출원은 뉴진스의 활동이었다. 하이브는 논란 시작 후 1주일 만에 주가가 15%가 빠져 시가총액 1조 원이 증발했다.

 

이런 규모의 돈이 왔다 갔다 하니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제 음반 산업은 더는 음악 관점으로만 바라보기 힘들게 되었다. 어쩌면 음반 사업자들은 음악을 미끼로 팬덤의 주머니를 터는 장사꾼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음반 사업자들은 아이돌을 대중을 유혹하는 마네킹 정도로만 여길지도 모르고.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이번 사태를 민희진 대표 측 표현처럼 이혼하려는 부부의 일로 빗대어보자. 부부는 귀책사유가 상대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합의가 안 돼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로 했다. 무엇보다 양육권이 중요하다. 부부는 서로에게 유리한 증거로 아이와의 관계를 내세울 게 분명하다. 법원은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물론 아이의 양육권도 누가 가질지 정할 것이다. 부부였던 두 사람은 남남이 되면 끝이지만 이혼한 가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아이가 아닐까.

 

하이브 사태도 마찬가지다. 법정 다툼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가려내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전쟁에 뉴진스도 참전한 모양새다. 물론 어른들이 끌어들였다. 뉴진스 부모들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어쩌면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뉴진스 멤버들이 분쟁 한가운데로 내몰렸다.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 내부 분쟁의 한가운데로 내몰렸다. 사진=뉴진스 페이스북


그런데 뉴진스 멤버들보다 더 긴장하며 지켜보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이브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의 아이돌 멤버들, 그리고 연습생들이다.

 

하이브는 사옥 구조를 보면 회사 구성이 어떤지 잘 알 수 있다. 하이브의 용산 사옥에는 빅히트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KOZ엔터테인먼트, 어도어가 입주해 있다. 이들은 모두 하이브가 대주주로 있는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이다. 사옥에는 녹음 스튜디오와 연습실이 있고 메이크업과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하이브는 음반 산업의 거의 모든 요소를 사옥 안에다 구축했다. 말 그대로 음반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하이브 소속 레이블이다. 정확히는 레이블 소속 아이돌 그룹들이고 미래 아이돌이 될 연습생들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경과를 보면 하이브 소속 아이돌 그룹이나 연습생, 나아가 다른 회사 아이돌 그룹이나 연습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어 보인다. ‘케이팝 신(K-Pop Scene)’을 대표하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의 갈등이 특정 아이돌을 특별 대우하거나 홀대하는, 혹은 무시하는 정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하이브 소속 아이돌 멤버들과 연습생들은 홀대받거나 무시당한 당사자가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경영권 분쟁이 향후 활동이나 데뷔에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마음고생을 할 수도 있다.

 

연예 언론 매체들도 이들에게 관심 두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업계 빅마우스가 내뱉는 말만 쫓고 그 입이 뿜어낸 악취로 고통받는 이들은 살피지 않는 듯하다.

 

#케이팝이 잊지 말아야 할 가치 ‘사람’

 

지금의 케이팝 신은 고단한 연습생 과정을 통과한 아이돌의 땀과 눈물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어른들 욕심에 휘둘리는 돈놀이 장터이기도 했다는 게 지난 한 달 사이에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고 보면 해외에서 케이팝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이해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이 가혹한 데다 금형에서 찍어내는 듯한 시스템이라는 걸 자백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이번 사태의 경과를 보면 하이브 소속 아이돌 그룹이나 연습생, 나아가 다른 회사 아이돌 그룹이나 연습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어 보인다. 사진=최준필 기자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하이브의 경영권 갈등 또한 케이팝 시스템의 원시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음반 사업자들이 지금의 구조와 철학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돈 버는 방법이 검증되고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 사업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 하나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틀에서 찍어낸 듯한 케이팝의 정형성을 깰 수 있는 건 오직 사람의 재능과 노력이니까. 

 

케이팝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중의 관점도 중요하다. 케이팝 가수들과 지망생들을 가십으로 소비하기보다는 그들의 음악을 들어주고 그 안에 담긴 땀과 눈물을 바라봐주면 어떨까. 지금이야말로 그런 애정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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