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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복귀하고 싶지만 분위기가…" 레지던트 4년 차의 솔직 심경

복귀 원하지만 수습 안 하는 정부 태도에 절망…진료 환경 개선 없는 증원 무의미

2024.05.21(Tue) 15:37:07

[비즈한국]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의 사직 전공의 9997명 가운데 복귀 인원은 659명으로 전체의 6.6%에 불과하다. 정부가 연일 전공의 설득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전공의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3·4년 차 전공의가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복귀해야 하는 시한인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내부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일부 병원 “대신 욕먹을 테니 돌아와라”

 

사직 후 내년 전문의 자격시험을 준비 중인 정형외과 레지던트 4년 차 A 씨와 지난 13일 서울 용산 모처에서 만났다. A 씨는 3시간가량 최근 전공의 사이 분위기와 정부의 의료개혁 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털어놨다. A 씨는 “폐쇄적인 분위기 탓에 개별 행동이 어렵다. 단체 메신저 방에서 꾸준히 ‘복귀하는 분 계시나요’ 등의 메시지가 올라오지만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며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토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A 씨가 보여준 단체 메신저 방에서는 2월부터 복귀를 문의하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메시지를 살펴보니 전공의 이탈 초기에는 ‘근무하고 계신 분들 있나’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개인별로 상황이 다 다른데 EMR(전자의무기록) 로그인이라도 허용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지’와 같은 구체적인 의견이 나왔다. A 씨는 “복귀를 희망하지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는 부담스러워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등에 비공개로 게시글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의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이 “대신 욕을 먹을 테니 복귀하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내가 돌아오라고 했다고 해라. 욕은 내가 대신 먹을 테니 부담 갖지 말고 와라”라며 전문의 자격 취득을 미루지 말 것을 권했다고 한다. A 씨는 “위계서열이 심한 곳이라 어떤 결정도 내리기 쉽지 않다”며 “전공의들은 이탈한 중에도 스승의 날을 챙겨야 하는지 묻고, 수련병원 심사를 위한 자료도 이전과 같이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전공의 이탈 직후 신속하게 수습에 나서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원래는 돌아가려고 했던 이들도 정부의 협박을 보면서 수련하지 말고 개원해서 돈이나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1년 차에서 이런 생각을 갖는 이들이 많다”며 “정부가 전문가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앞서 ‘문재인 케어’를 겪은 세대다. 정부와 대립했던 전례가 있다. 이들은 교수들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 파업에 나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원보다 수가·진료환경 개선부터 들여다봐야”

 

최근에는 미뤄졌던 전공의 대상 학회 강좌들도 재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A 씨는 최근 2개월가량 미뤄졌던 대한척추외과학회 주최의 ‘전공의를 위한 척추입문 연수강좌’를 다녀왔다. A 씨는 “보통 한 연차에 200여 명이 있는데 이날 그 정도 인원이 모였다. 교수님들도 ‘얼른 병원에서 봤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며 “공지에 ‘의학 교육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대의에 따라’, ‘의학 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과 같은 문구가 담긴 것을 보고 교수님들도 얼마나 현 상황이 해결되기를 바라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연차 전공의 복귀 시한인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환자 여러분의 치료 여정에 항상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김초영 기자

 

전공의 복귀를 위해서는 정부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빅5 병원 설득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전공의들은 대전협과 빅 5의 결정을 따라가는 구조다. 정부는 이들을 상대로 나서야 한다. 의협의 판단은 그다음”이라며 “다만 저연차와 고연차의 입장이 조금 다르다. 고연차일수록 빨리 복귀를 하고 싶어한다. 저연차는 지금도 ‘선배 저 1년 더 쉴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지만 당장 전문의 시험을 봐야 하는 고연차는 상황이 다르다. 얼마 전 선배들이 250만 원씩을 주려고 했지만, 받으면 병원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아 망설였다”라고 털어놨다. 


A 씨는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A 씨는 그간 의료계가 주장했듯 수가와 진료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통증치료 시장의 경우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한의계가 나눠 담당한다. 재활의학과의 경우 정형외과에 비해 근골격계에 이해가 덜한데도 주사치료 등으로 돈을 상당히 벌고 있다”며 “기이하게도 MRI 등의 검사 비용이 가장 (수가가) 높고, 시술, 수술 순이다. 이렇다 보니 의료진도 리스크는 줄이고 돈은 많이 버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료환경을 두고는 의료진을 위한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소아과 의사들은 힘들 것을 알고도 아이들을 좋아해서 선택한다.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해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간다”며 “그런데 정작 병원에서는 보호자에게 너무 시달리다 보니 ‘소아과는 아이가 아닌 아이 부모를 상대하는 곳’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과 관련해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여전히 정부의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하지 않는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집단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던 20일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은 3·4년 차 전공의 2910명이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복귀해야 하는 ‘디데이’였다. 이날 이후 복귀하게 되면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해 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연차 전공의의 경우 휴가, 병가 등의 사유가 있으면 수련 기간 산정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전공의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20일 오후 기준 빅 5병원 관계자들은 “복귀 움직임이 있다고 말할 만큼의 차이는 없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등의 답변을 했다. 정부는 ​21일 ​브리핑에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경우 전날(20일) 전공의 출근자는 이달 17일보다 31명 증가한 659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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