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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팬데믹과 함께 호시절 갔다' 공유주방의 몰락

배달비 부담 등 홀 영업 선호 높아져…'무권리', '현금·월세 지원'에도 입주자 없어

2024.05.21(Tue) 14:35:44

[비즈한국] 배달형 공유주방에 입주했던 자영업자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 공유주방을 떠나는 일이 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 등으로 배달보다 홀 영업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권리’, ‘월세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어도 임대 문의가 없어 속앓이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공유주방. 30여 개의 주방을 갖추고 있으나 입점업체를 모집하지 못해 최근 폐업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절반은 ‘공실’, 배달 수요 꺾이니 인기도 뚝

 

서울 중구의 한 공유주방. 30개 이상의 주방을 갖춘 이곳은 몇 년 전 단독지점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건물 전체가 공유주방으로 사용되는 데다,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키친 시스템을 갖춰 입점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입점 업체는 빠졌고, 건물 입구는 굳게 닫혀 있다. 전기요금은 3개월째 미납돼 최근에는 건물 전체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 공유주방을 운영하던 A 업체는 최근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B 씨는 “공유주방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회사가 얼마 전 폐업했다고 들었다. 몇 년 사이 공유주방 업체들이 줄지어 폐업하는 상황”이라며 “남은 업체 중에서도 매각을 고민하는 곳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유주방은 배달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며 위기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배달 시장을 겨냥해 홀 없이 배달 영업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유주방이 많다 보니, 배달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우후죽순 생겼던 공유주방 업체들은 엔데믹 이후 폐업이 이어졌고, 그나마 수익성이 유지되는 소수 업체만 살아남은 상황이었다. 올해는 남은 업체들의 공실률마저 크게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서울의 C 공유주방은 총 10개의 주방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입주업체는 두 곳에 불과하다. 배달 피크타임인 점심시간에도 C​ 공유주방을 찾는 배달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D 공유주방은 6개의 주방을 갖추고 있지만, 그 중 절반이 공실로 남아 있다. 입점한 3개 업체 중 한 곳은 현재 임시휴업 상태라 6개 주방 중 2개 주방만 사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유주방은 배달 건으로만 매출을 내는데 최근 배달 건수가 많이 줄었다.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인건비, 임대료를 내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다”며 “배달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보니 아예 임대료가 아주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홀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입주업체를 찾지 못해 비어 있는 공유주방. 사진=박해나 기자

 

#임대 문의 뚝…홀 영업 가능하게 변경하기도

 

공유주방의 인기가 사그라들자 코로나 시기 등장했던 ‘공유주방 권리금’도 자취를 감췄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당시에는 배달 주문량이 굉장히 많았고, 공유주방에 입점한 업체 중에서도 매출이 잘 나오는 곳이 상당했다. 그런 업체들이 주방을 다른 사업자에게 양도하면서 권리금을 받기 시작했는데 최근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권리금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공유주방(13㎡, 약 4평)은 보증금 900만 원, 월세 120만 원의 조건에 입주자를 찾고 있다. 이전 사업자가 직접 구매한 집기들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조건이지만 별도의 권리금은 받지 않는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공유주방(14㎡, 약 4.5평)도 보증금 800만 원, 월세 95만 원에 임대 매물이 나와 있다. 이곳 역시 이전에 공유주방을 사용하던 자영업자가 직접 구비한 집기를 모두 양도하는데도 권리금은 없다.

 

업계에서는 공용공간을 홀 매장으로 구성하는 형태의 공유주방을 선보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식당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계약 기간이 남은 ​공유주방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려는 사업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공유주방에 입점해 장사하던 장 아무개 씨는 얼마 전 인근에 홀 영업을 할 수 있는 매장을 새로 구했다. 그는 “공유주방의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이지만 배달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홀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게를 알아봤다”고 말했다.

 

장 씨는 계약 기간이 남은 공유주방을 다른 사업자에게 양도하려 했지만 3개월째 양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매달 비어 있는 공유주방의 임대료를 100만 원 이상 내는 상황이다. 권리금도 받지 않고 구입한 집기를 그대로 넘기기로 했고, 심지어 개인적으로 영업지원금이란 명목으로 현금까지 지원해준다고 해도 연락 오는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곳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계약 기간이 남은 공유주방을 양도하려는 글에 ‘월세 지원’, ‘현금 지원’ 등의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몇 달째 거래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주방을 모아 둔 공유주방만으로는 장기적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입주자들이 이탈하고, 공유주방의 사업성에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공용공간을 만들어 홀 영업까지 가능한 형태로 공유주방이 변형되는 등 생존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공유주방은 초기 자본이 적은 초보 창업자를 타깃으로 하는데, 최근 불경기로 자영업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신규 유입이 줄어든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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