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 K2-18b 외계행성을 둘러싼 이야기로 굉장히 뜨겁다. 한 천문학자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근거로 이 외계행성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50%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퍼져서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물을 때마다 막연한 먼 미래 언젠가 발견될 수 있을 거라는 모호한 이야기만 하던 것과 달리 특정한 행성에 대해 무려 50%라는 놀라운 확률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 논문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번 발견은 정작 한때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많은 기대를 받았던 K2-18b 외계행성이 사실 생명체가 전혀 없는 ‘노잼’ 가스 행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인 결과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50%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화제가 된 K2-18b 외계행성의 진실은 무엇일까?
K2-18b는 2015년 케플러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처음 발견된 외계행성이다. 지름은 지구의 약 3배, 질량은 지구의 약 9배로, 그 밀도는 지구와 해왕성 중간 정도로 추정된다. 그래서 순수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암석 행성보다는 더 가볍고, 순수한 가스만으로 이루어진 가스 행성보다는 더 무거울 거라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많은 천문학자들은 행성 대부분이 액체 물로 이루어진 바다 행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이 행성은 중심 별에 아주 바짝 붙은 작은 궤도를 그린다. 공전 주기도 고작 33일밖에 안 된다. 하지만 중심 별 자체도 태양에 비해 훨씬 작고 어두운 별이다. 그래서 이 행성에 비치는 별빛은 행성 표면에 액체 물이 존재하기에 적당한 수준이다. 따라서 여러 조건만 봤을 때, 이 외계행성은 표면 전체가 바다만으로 이루어진 행성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단순히 행성의 질량, 지름, 밀도만으로는 행성이 어떤 화학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을 관측해서 스펙트럼을 분석해야한다. 앞서 제임스 웹은 바로 이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들여다봤다.
흥미롭게도 이 행성의 대기권은 메테인과 이산화탄소 함량이 꽤 높다. 반면 암모니아의 함량은 굉장히 낮게 나타난다. 이를 근거로 초기에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 행성이 두꺼운 수소 대기로 덮이고 행성 표면은 전부 액체 바다만으로 이루어진, 그동안 전설 속에서만 존재한 하이션 행성(Hycean planet)일 것으로 추정했다. 표면을 가득 채운 액체 바다에 많은 양의 질소 기반 화합물이 녹아 대기 중 암모니아의 함량이 줄어들고, 반대로 메테인과 이산화탄소가 많이 만들어졌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팀은 전혀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행성 표면이 액체 바다가 아니라, 뜨겁게 펄펄 끓고 있는 마그마의 바다로 채워져도 이 행성의 대기권 스펙트럼을 잘 재현할 수 있다. 마그마도 질소 기반의 화학 성분을 잘 포집할 수 있다. 따라서 두꺼운 대기권 아래 뜨겁게 끓고 있는 마그마 표면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외계행성의 대기권이 메테인에 비해 암모니아 성분 함량이 유독 낮은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 이 외계행성 표면이 물의 바다로 덮여 있을지, 마그마의 바다로 덮여 있을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그런데 작년에 제임스 웹이 관측한 결과는 K2-18b 행성에 한 가지 더 재밌는 가능성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 행성이 정말 액체 바다만으로 표면이 덮인 하이션 행성이라면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외계 플랑크톤과 같은 원시적인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외계 플랑크톤이 방출하는 화학 성분을 외계행성의 대기권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검출할 수도 있다!
이를 시도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지구에 살고 있는 바다 플랑크톤이 주로 방출하는 대표적인 성분 중 하나인 디메틸설파이드를 확인할 수 있는 적외선 파장 영역에서 외계행성 K2-18b의 스펙트럼을 확인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굉장히 애매하다. 뚜렷하게 존재를 보여주는 메테인, 이산화탄소의 스펙트럼과 달리 디메틸설파이드는 있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아예 없다고 하기도 애매한 결과를 보였다. 일단은 그 신호의 세기가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당장 이 행성에 외계 플랑크톤이 살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첫 스펙트럼 관측이 비교적 파장이 길지 않은 근적외선 영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영역에서는 메테인 성분이 흔적을 남기는 파장 영역과 디메틸설파이드 성분이 흔적을 남기는 파장 영역이 겹친다. 그래서 디메틸설파이드 성분의 존재를 뚜렷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연구진은 내년에 메테인 성분으로 인한 방해 없이 디메틸설파이드의 존재 여부를 재확인할 중적외선 파장 영역의 관측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외계 생명체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살짝 감질 나는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K2-18b는 천문학자들과 SF 팬들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임스 웹의 외계행성 대기 관측 결과를 다양한 외계행성 대기권을 가정한 모델로 재현한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이 외계행성의 상황을 크게 세 가지로 가정했다. 그리고 별빛을 받아 행성 표면의 바다에서 화학 성분이 증발하고, 대기 중 화학 성분이 바다 속에 녹아드는 과정을 정교하게 재현한 대기 모델을 구현했다.
이들이 가정한 K2-18b 외계행성의 세 가지 모델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그 어떤 생명체도 살지 않는 조용한 바다 행성, 하이션 행성. 두 번째, 플랑크톤과 같은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가정에서의 하이션 행성, 세 번째, 표면에 액체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 작은 크기의 해왕성 같은 가스형 행성, 미니 넵튠 행성. 그리고 각각의 모델이 실제 관측된 K2-18b 행성의 대기권 스펙트럼을 얼마나 잘 재현하는지를 비교했다.
첫 번째, 생명체가 살지 않는 바다 행성, 하이션 행성이라고 가정한 모델은 실제 관측된 행성의 대기권 스펙트럼을 전혀 재현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건 나머지 두 경우다. 우선 두 번째, 하이션 행성에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가정한 경우는 실제 관측된 외계행성의 대기권 스펙트럼을 훨씬 더 잘 재현한다. 특히 지구에서처럼 메테인을 생성할 수 있는 메테인 생성 반응을 하는 미생물의 존재를 가정하면, 이 외계행성 대기권의 낮은 암모니아 함량과 높은 메테인 함량을 꽤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다. 세 번째, 행성의 표면에 액체 바다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작은 크기의 가스형 행성이라고 가정한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관측 결과를 잘 재현한다.
정리하자면 이번 연구에서 가정한 세 가지 모델, 생명이 살지 않는 바다 행성, 생명이 사는 바다 행성, 작은 가스형 행성 중에서 실제 관측된 데이터를 그나마 잘 재현하는 케이스는 마지막 두 경우다.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 자주 인용하는 “50 대 50의 확률로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 살아남은 두 모델 중 하나에 외계 생명체를 가정한 모델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한편 연구진은 이 외계행성 대기권의 기후 모델을 적용한 결과, 행성 표면이 완벽하게 액체 바다만으로 덮인 하이션 행성이라면 표면에서 벌어지는 지속적인 증발로 인해 온실 효과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결국 행성의 대기 성분이 지금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K2-18b 외계행성의 대기권 관측 결과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가장 합리적인 모델은 행성이 액체 바다로 덮인 하이션 행성이 아니라 미니 해왕성 행성, 작은 가스형 행성이라고 가정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분석 결과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많은 SF 팬을 설레게 한 K2-18b의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스형 행성이라도 기후 모델로 대기 성분을 예측하는 것에는 복잡한 요소가 많이 적용된다. 목성과 토성도 외곽 대기는 평범한 기체 분자로 이루어졌지만, 아주 높은 압력으로 짓이겨진 내부 중심으로 들어가면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초임계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화학 반응이 벌어지는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 태양계 안에 살고 있는 가스형 행성 중심에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화학 반응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태양계 바깥 머나먼 외계 가스형 행성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내다볼 수 있다. 우리 코앞에 있는 목성과 토성을 이해하는 것이 왜 외계행성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 다소 과격하게 인용되고 있는 한 천문학자의 한 마디, “K2-18b 행성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50 대 50으로 본다”라는 표현의 진짜 의미를 정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50%나 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곤란하다. 단지 지금까지 관측된 K2-18b 외계행성의 대기권 스펙트럼 데이터를 잘 재현하는 모델이 두 가지가 있고, 그 중 하나는 생명체를 가정한 모델, 나머지 하나는 생명체를 가정하지 않은 단순한 가스형 행성 모델이라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말 이곳에 외계 플랑크톤이 살고 있는 바다가 존재할지, 아니면 단지 두꺼운 가스 대기권만 존재하고 있을지, 그 진실은 앞으로 이어질 추가 관측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https://aasnova.org/2024/03/11/k2-18b-may-not-be-habitable-after-all/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d2616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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