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본 홈퍼니싱 기업 ‘니토리’가 오는 8월까지 국내 점포 수를 6개로 확대한다. 지난해 11월 국내 1호점을 출점한 니토리는 대형마트 내 숍인숍 개념으로 점포 수를 늘려왔다. 대형마트에 입점해 마트를 찾는 고객의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니토리는 마트 외 쇼핑몰까지 출점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꺾여버린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세를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케아보다 존재감 약한 ‘일본판 이케아’
‘일본판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가 다음 달 이마트 화성봉담점에 다섯 번째 국내 매장을 연다. 두 달 뒤인 8월에는 홈플러스 금천점에 6호점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이마트 하월곡점에 1호점을 낸 니토리는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왔다. 현재 홈플러스 영등포점, 홈플러스 가양점, 홈플러스 인천연수점 등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니토리 측은 “2023년 국내 1호점 오픈 후 10년 이내 200개 점포 출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니토리가 처음 국내에 들어올 때만 해도 업계의 이목은 집중됐다. 니토리가 일본 홈퍼니싱 1위 기업인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존재감은 미미하다. 니토리 입점으로 상당한 집객 효과를 노릴 것이라 기대했던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실망한 기색도 엿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니토리가 입점한 마트 점포들이 생각보다 니토리와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니토리 매장도 한산한 편이다. 16일 방문한 홈플러스 니토리 영등포점은 평일 오후임을 고려하더라도 매장 이용 고객이 열 명 남짓에 불과했다. 매장 직원은 “주말에는 붐비는 편이지만 평일 이용객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니토리 측은 현재 국내 매장의 매출 추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상품 카테고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부분적으로 상품 종류와 매장 구성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껴 개선했다”며 “오픈 후 지속적으로 주방용품과 거실 가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니토리는 최근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니토리는 4월 4호점 개점과 함께 3500개 품목을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가격 인하 정책을 시행 중이다. 니토리 관계자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신념 하에 인기상품을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가격을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에서는 가구를 구매할 만한 곳이 니토리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실적이 좋은데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분위기”라며 “국내 시장 진출 시기가 늦은 감이 있다는 점이 아쉽다. 먼저 국내에 진출한 이케아에 국내 소비자들이 익숙하다 보니 양 사를 비교하게 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고집하더니…출점 방식 바꾸나
지난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니토리는 대형마트 중심의 출점 전략을 강조했다. 오누키 케이고 니토리 코리아 대표는 1호점 출점 기자간담회에서 “마트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니토리까지 함께 방문해서 쇼핑하는 방식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마트 내 출점 이유를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4개 매장을 비롯, 출점 예정된 2개 점포도 모두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대형마트와 니토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매장 출점이 긍정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니토리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에 입점하면 따로 건물에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며 “대형마트 측에서도 니토리 입점이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현재 국내 할인점 업계가 자체 운영하는 가구 브랜드 등이 없고 패션이나 생활용품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보니 니토리 브랜드를 입점해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진출 6개월 차를 맞은 니토리는 최근 출점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다. 대형마트 입점을 고수했던 니토리가 최근 쇼핑몰 등과도 입점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니토리 측은 “대형마트와 쇼핑몰에 입점하기 위해 여러 대형마트 및 운영사와 논의 중”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방문 고객이 줄어드는 분위기에 니토리가 출점 전략을 바꿨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활성화로 오프라인 마트를 찾는 고객은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다. 매출이 부진한 대형마트는 줄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니토리는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제품을 주로 판매 중인데, 이 소비자층이 대형마트를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업계가 니토리 진출 초기만큼 입점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실적 하락으로 테넌트(임대매장) 확대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이마트는 지난해까지 대형 점포 중심으로 테넌트를 대폭 확대한 몰타입 점포 리뉴얼을 추진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규 부지를 확보해 출점하는 점포는 중소형 규모의 신선식품 중심 초저가 매장으로 준비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에 공을 들이며 식료품과 잡화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통상 대형마트는 4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다. 1~2인 가구는 대형마트 이용률이 낮고 주로 편의점 또는 온라인을 이용한다”며 “젊은 소비자들이 집 꾸미기 등에 관심이 매우 높은 만큼 홈퍼니싱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니토리가 쇼핑몰 등으로 출점 영역을 확대하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유리한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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