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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공사 유찰 막겠다"던 정부, 설계보상비 한도 삭감 논란

개정 전보다 비율 더 낮아 "현장 불만 상당"…기재부 "공사 규모 커지면 보상비율은 낮아져야"

2024.05.17(Fri) 09:13:14

[비즈한국] 올해 공공이 발주한 대형공사가 유찰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대형공사 유찰을 막겠다며 바꾼 기술형입찰 설계보상비 한도가 공사비 2000억 원이 넘는 일부 초대형공사에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기술형입찰 설계보상비를 현실화해 대형 공공공사 유찰을 막겠다던 정부가 오히려 초대형 공공공사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인 2022년 4월 서울 성동구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6공구 건설 현장 모습.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말 정부 입찰·계약 집행 기준을 개정해 공공공사 기술형입찰 낙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보상비 지급 한도를 바꿨다. 일괄입찰(턴키, Turnkey) 설계비용과 기술제안입찰 제안서 작성비용에 대한 보상 한도는 각각 기존 공사비 1.4%, 0.7%에서 공사 종류·규모에 따라 1.2~2%, 0.6~1% 수준으로 변경됐다. 기술형입찰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 낙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보상비 한도를 현실화하겠다는 취지다.    

 

기술형입찰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에 부치는 제도다. 주로 공사비 300억 원 이상인 대형, 고난도 공사를 발주할 때 건설사가 시공뿐만 아니라 설계에도 관여하도록 만들었다. 기술형입찰은 설계 관여 수준에 따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대안입찰, 기본설계·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로 나뉜다. 그간 기술형입찰 낙찰탈락자에게 턴키 기준 공사비 1.4% 한도로 설계비를 보상했는데, 실제 지출 비용에 비해 과소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한 달 앞선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공사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대형 공공공사 지연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적정 단가 산출 기준과 물가 상승분 반영 기준을 조정해 적정 공사비를 반영하고, 기술형입찰로 추진되는 국책 사업 유찰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보상비 등 입찰 제도를 합리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간 대형 공공공사 유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설계보상비 한도는 ‘실제 투입한 설계비’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비 2000억 원 이상 토목공사 기술형입찰의 설계보상비 한도는 오히려 기존보다 줄었다. 이번에 개정된 집행기준에 따르면 일괄입찰에 부쳐지는 도로(1.35%), 상수도(1.32%) 공사의 경우 공사비 2000억 원 초과부터, 철도(1.33%)와 항만(1.28%)의 경우 3000억 초과 공사부터 설계보상비 한도가 공사비 1.4% 아래로 내려갔다. 기술제안입찰 제안서 작성비 보상 한도도 같은 규모부터 0.7% 미만으로 떨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추정 공사비 자체가 낮게 책정된 데다 기존 1.4% 한도였던 기술형입찰 설계보상비는 실제 소요되는 설계비를 한참 밑돌았다. 많은 건설사가 내부 투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올해 공공공사 다수가 응찰자를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항만 공사의 경우 설계비가 공사비 2.5~3%를 넘어서는 공사도 많다”며 “정부가 설계보상비를 최대 2%로 현실화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했는데 초대형 공사에서는 오히려 설계 보상 한도가 깎여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이 기술형입찰로 발주하는 토목 공사의 경우 대부분 공사비가 2000억 원이 넘어간다. 공사비 2000억~3000억 초과 공사에 대한 설계보상비 한도를 오히려 깎아버리니 업계 불만이 상당하다”며 “의욕이 있는 것은 좋지만 현장의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더 좋은 제도 개선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계약정책과 관계자는 “실제 입찰 과정에서 투입된 설계비를 적정 수준으로 보상한다는 취지로 기존 설계비 보상 상한을 공사비 1.4%에서 1.2~2.0%로 바꿨다”며 “공사 규모가 커지게 됐을 때 과거 이 요율을 단순 적용하면 실제 설계비에 비해서 금액이 커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공사 금액이 커질수록 그 비율은 낮아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개찰된 추정공사비 2000억 원 이상인 초대형 공공공사 입찰 23건으로, 모두 기술형입찰형태다. 이 중 낙찰자를 찾은 공사는 지난 10일 개찰된 부산항 진해신항 준설토투기장 3구역 호안 1공구 축조공사가 유일했다. 유찰된 공사는 △서울 강남역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건설공사(4회) △서울 강북정수장 증설공사(3회) △부산항 진해신항 남측 방파호안 1단계 2공구 축조공사(2회) 등 22건으로 토목 분야에 집중됐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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