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인공지능(AI)이다. 몇 년 전부터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한 AI는 알파고 열풍으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대화 기반 인공지능 챗봇 ‘ChatGPT’를 통해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ChatGPT는 초반에는 검증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완전히 틀린 데이터를 제시하는 등 불신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무섭게 발전하여 이제는 4.0 유료 버전의 경우 리포트나 논문 작성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흐름은 디자인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디자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어도비(Adobe)는 생성형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애프터 이펙트, 프리미어 프로, 인디자인 등의 제품군으로 평면 그래픽과 영상을 가리지 않고 시각디자인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지분을 차지하는 어도비는 자사 제품의 지배력을 활용, 미래에도 앞서 나가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로 2023년 초 출시한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를 들 수 있다.
기존 어도비 프로그램과 결합하여 사용 가능한 이미지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는 프롬프트 창에 간단한 설명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사용자가 의도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주는 ‘생성형 채우기’ 기능을 지원한다.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프롬프트를 바꿔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또한 이미지 사이즈가 작거나 포맷을 바꿔야 할 때 ‘생성형 확장’을 이용하면 원본 이미지의 구성 요소를 분석하여 빈 공간에 적절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채워 준다. 아직 정지 이미지 위주라는 한계는 있으나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동영상 데이터 구입 현황을 보면 곧 영상 생성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Adobe 2024 Make IT’ 콘퍼런스에서는 어도비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파이어플라이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가상의 화장품 광고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프롬프트 창에 제품 콘셉트에 맞는 단어를 입력하자 실제 광고에 사용 가능한 퀄리티의 배경 이미지가 생성됐다. 이를 포토샵으로 불러와 약간의 보정을 거친 후 카피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포스터를 만들 수 있었다.
다양한 매체 적용을 위해 포맷을 바꾸는 과정도 시연했다. 원본 이미지는 가로 포맷이었는데, 이미지 위쪽으로 캔버스를 확장하고 빈 캔버스에 생성형 확장 기능을 적용하자 AI가 흰 공간을 원본 이미지와 전혀 이질감 없는 모습으로 채웠다. 같은 콘셉트로 된 가로 포맷과 세로 포맷 이미지가 순식간에 만들어진 셈이다. AI 특유의 몽환적 느낌을 완전히 극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빠른 발전 속도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는 AI가 지닌 아주 작은 면일 뿐이다. 미래에는 어도비뿐 아니라 어떤 주체가 디자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더라도 AI 기반이 대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지켜보는 디자이너들의 의문점은 하나로 모이기 마련이다. 자신의 직업을 AI가 아예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는 산업혁명부터 컴퓨터의 발명, 인터넷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당대 사회에서 AI의 등장과 비교 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변곡점이 많았다. 변혁은 기존 직업을 사라지게 했지만 동시에 창출하기도 했으며, 경쟁력을 갖춘 이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란 날개를 달고 더욱 강해졌다.
AI는 그 자체가 경쟁상대가 아니라 기량을 강화해 주는 도구다. 경쟁상대가 있다면 자신보다 AI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같은 인간일 것이다. 도구를 활용하여 고유의 창작 세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는 사용자의 몫이다. 단순 작업으로 분류되는 프로세스는 자동으로 처리하고, 여기 들어갈 시간을 본질적인 문제 탐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흐름은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필요한 것은 꾸준한 공부와 자기 파괴적 발전 의지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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