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정부가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지역종합병원, 의원에서 골고루 수련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전공의가 실제 현장에 맞는 역량을 키우고 지역의료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의와 전공의들은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진료 큰 차이 없어…대형병원 수련으로 충분히 가능”
전공의법상 수련기관은 의료기관,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및 그 밖의 보건관계기관이다. 의원급 의료기관, 조산원, 병원급 의료기관 등이 포함되지만 시설, 인력, 장비, 진료실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주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수련병원으로 선정된다.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련환경평가 결과에서도 의원급 의료기관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전공의법은 다른 병원으로의 전공의 파견을 허용한다. 이 밖에 단일전문과목 레지던트 수련병원 등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이런 곳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병원’인데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안과 등이 과목으로 있다.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본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단일전문과목 레지던트 수련병원’은 23곳이 있다. 과목별 수를 살펴보면 정신건강의학과(12), 안과(6), 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2), 영상의학과(1) 순이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은 한 곳도 없다.
#“1차 의료 이미 과부하…자금 마련도 어려울 것”
개원가는 1차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이 잘못됐다고도 짚는다. 내과 전문의 C 씨는 “1차 의료는 이미 과부하다. 종합병원 인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의원급에서 전공의를 가르친다고 우수한 인력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역의료를 살린다고 하더라도 권역별 거점센터 인력을 키워 인근 지역 환자를 이송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 지금도 지역에 의사가 없는데 지역 1차 의료기관에서 수련한다고 지역에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나”라고 비판했다.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문제다. 전문의 C 씨는 “대형병원도 저렴한 가격에 전공의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개인 의원들이 전공의에 그 돈을 주면서 일을 시키겠나. 더구나 대형병원은 전공의가 그만큼 벌어다주니 그 비용을 내고 있는 것인데, 개인 의원은 전공의를 쓸 필요가 없다. 결국 입학정원을 증원하게 되면 대형병원에서 전체 인력을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의원이나 중소병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전공의 노동력을 사용하라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정부가 검증을 안하고 감정적으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번에는 외국 의사를 데리고 온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전공의를 의원에 보내겠다고 한다. 비난이 쏟아지면 보완해 설명하는 식이다. 전공의가 의원에서 공부하고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 대형병원에서 전공의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잡일을 줄여줘야 한다.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충분한 분석한 후 발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특위에서 의원의 수련기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특위와 전문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전체 수련체계를 어떻게 편제할지, 인턴제도를 어떻게 내실화할지 이런 부분을 한꺼번에 논의해야 한다. 어떤 과 또는 어떤 의료기관에서 몇 개월을 수련하게 될지 이런 부분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논의를 통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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