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증명]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식당업체들이 ‘초월’이란 상표를 보유한 상표권자로부터 상표 침해 경고장과 합의금을 요구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초월’을 식당업 등에 대한 상표로 등록한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상표권 행사가 될 수 있다. 반면 상표권 침해 주장을 받는 식당업체들은 지역명이 상표로 등록된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고, 설령 상표로 등록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장사하면서 해당 지역명을 못쓰게 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지역명은 상표 등록이 가능한 것일까.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에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대한 상표 등록을 불허하고 있다. 그리고 심사관들의 심사 편의와 기준을 제시하는 심사기준에서는 행정구역상 시·군·구나 관광명소, 그 밖에 널리 알려진 지역명의 경우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보고 있다.
초월은 행정구역상 시·군·구 하위 개념인 읍이어서 문제일 수 있다. 법원에서는 심사기준에서 제시한 시·군·구는 심사관들의 심사편의를 위한 것이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백암온천, 사리원 등은 시·군·구의 행정구역은 아니지만 대법원에서 모두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판단했다.
초월읍은 읍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판단될 수 있을까. 초월읍은 인구가 5만 129명으로 충남 계룡시(4만 6712명), 강원 태백시(3만 8272명)는 물론 충북 옥천군(4만 8673명), 경북 의성군(4만 9588명) 등 전국의 수많은 군단위 지역 인구보다도 많다. 또 인구 23만 명의 이천시민, 11만명의 여주시민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수도권 전철 경강선 초월역이 위치하고 있어 초월읍 인구 이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초월읍은 행정구역상 읍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판단될 수도 있겠다. 초월이 만약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판단받게 된다면, 침해 경고장을 받은 다수의 식당업체는 상표 침해에서 간단히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초월은 초월읍의 초월 이외에도 ‘어떠한 한계나 표준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초월읍을 모르는 대부분의 일반 수요자들은 초월 상표를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초월의 상표 심사시에도 무언가를 뛰어넘는 의미의 단어로 인식돼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이처럼 행정구역상 지역명칭이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고, 그 다른 의미가 지역명칭보다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충청남도의 공주시의 공주, 경상남도의 진주시의 진주 등도 현저한 지리적 명칭일 수 있지만, 행정구역상 지역명칭 이외에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단정해 거절하기 쉽지 않다. 이런 경우 해당 상표를 보고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지가 상표 등록 및 권리 행사에 중요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주식당, 진주식당 등으로 출원되었다면 해당 상표는 지역명을 떠올리는 것으로 상표 등록이 어렵겠지만, 화장품 등에 공주나 진주라는 상표는 지역명보다는 해당 단어의 의미로서 인식될 것이어서 상표 등록도 가능할 것이고, 이에 따른 권리행사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처럼 널리 알려진 지역명이면서 다른 의미를 갖고 그 의미가 일반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는 있는 명칭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상표법상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초월 같은 상표에 대한 분쟁의 발생이 사전에 방지될 수 있다.
사견으로는 지역명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하거나 해당 지역명이 다른 의미가 널리 인식돼 있는 경우에 상표 등록은 허용하되, 상표권의 효력 제한 사유에 이를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상표권은 발생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설명적인 의미로 지역명을 사용하는 경우 또한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규정함으로써, 상표권자의 독점적 상표 행사는 보호하되, 해당지역에서 지역명을 사용하는 업체들 또한 보호하도록 법적인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초월 같은 소모적인 분쟁이 최소화될 수 있다.
초월의 상표침해소송은 어떻게 진행될까. 상표권자는 내용증명으로 식당업체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이후 식당업체들의 경고장 대응에 따라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상표 침해 금지 가처분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또는 침해죄로 인한 형사고소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침해 경고장을 받은 식당업체들은 상표권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면서, 별도로 특허청 특허심판원에 해당 상표의 사용이 상표권자의 상표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면서 소극적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상표권 자체를 소멸시키기 위하여 무효심판, 불사용취소심판 등을 청구해 침해경고에 대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심판이 제기되면 민형사소송은 심판 결과를 보고 판결이 나기도 한다.
상표권자의 상표 침해 주장에 대해 식당업체들이 반박할 수 있는 논리는 여러가지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초월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판단된다면, 초월 상표의 무효여부와 무관하게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상표권의 효력이 제한되므로 초월읍의 초월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됨을 주장해 볼 수 있다.
또한 자기의 상호를 부정경쟁 목적없이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상표권의 효력이 제한되므로, 사업자등록증 상의 상호를 간판에 부정경쟁 목적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다. 하슬라 상표권자가 강릉의 하슬라가배 카페가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한 사건에서 하슬라가배 측의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져 침해가 성립하지 않은 사례(특허법원 2022허2042)가 있다.
나아가 상표법에서는 선사용권제도를 통해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사업자등록증상 상호와 동일한 상호를 사용시에는 상표권자의 상표출원보다 먼저 해당 상표를 사용했음을 입증하면 된다. 그러나 사업자등록증상 상호와 다른 상호를 간판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상표출원일 이전부터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인의 출처표시로서 어느 정도 알려진 경우에 선사용권을 획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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