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작년 실손의료보험이 2조 원 가까운 손실을 낸 가운데, 보험사들이 과잉 수술이라며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전립선 결찰술은 병원에서는 실비 적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보험사들이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제2의 백내장처럼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시간 입원’ 놓고 다툼 여지
60대 A 씨는 지난해 전립선 결찰술을 병원으로부터 안내 받았다. 10년 넘게 전립선 비대증 치료약을 복용하다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전립선을 묶은 뒤 요도를 확장해 소변이 원활하게 나올 수 있게 하는 치료법인데, 입원비까지 합쳐 약 1000만 원 넘게 지불했다. 병원에서 ‘입원을 하면 실손 적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도 수술하기로 결심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고작 50만 원. 보험사는 “통원 치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입원 치료일 때만 주는 치료비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보건복지부에서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며 치료받으면 입원에 해당한다’고 정의한 대로 따랐는데도 보험사는 “억지로 더 머무른 것”이라며 지불을 거부했다. A 씨는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모아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전립선 결찰술이 제2의 백내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년 전부터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은 통원치료로 충분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년간 진통을 겪었다. 실제 지난 2022년 전립선 결찰술 보험 청구액은 약 143억 원으로 2018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전립선 비대증과 함께 실손보험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전히 ‘전립선 결찰술은 실손보험으로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병원 홍보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들이 실손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비용을 더 높여 받기 위해 고객들의 수술을 더 유도하는 면도 있다. 청구액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6시간 입원 필요라는 부분에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으니 백내장 때처럼 대법원 판단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서 지정한 ‘신의료기술’인데도 지급 거부
보험사들의 ‘지급 거부’ 케이스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의 손해가 2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익은 1조 9700억 원 손실을 냈다. 2022년 1조 5301억 원 손실이던 것에서 4437억 원이 늘었다.
무릎 줄기세표 주사 역시 전립선 결찰술처럼 보험금 청구 및 미지급으로 인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무릎주사와 관련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상황. 보험금 청구가 안 될 수 있어서다.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물 무릎주사’(통칭 무릎주사)는 전립선 결찰술에 비해 고가다. 최저 100만 원에서 최대 2600만 원에 달한다. 무릎 줄기세포 주사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월평균 보험금 청구건수가 95.7%나 증가했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서 안과, 한방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중 3개 한방병원의 보험금 청구금액이 총 38억 원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점을 들어 보험사들은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무릎주사와 전립선 결찰술 모두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지정한 것들이다. 보험사들이 이 같은 신의료기술 적용에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결국 소비자들이 치료 전 의사나 보험회사를 상대로 직접 보험금 지급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선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급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사례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립선 결찰술이나 무릎주사처럼 신의료기술을 적용하는 경우 보험사에 직접 확인 후 치료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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