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달 중순께 사법부의 집행정지 신청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10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수험생과 학부모는 의대 정원이 확정되지 않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의대생 친구도 반수한다” 현역 반수 늘어날 듯
10일 오전 8시께 대치동 학원가의 한 독학재수관. 이른 시간이지만 학생들은 이미 지하층 본인 좌석에 모두 자리한 상태였다. N수생들로 구성된 이 반은 지난 2월 개강했다. 이 학원 주변에는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독학학원이 세 군데 정도 더 있다. 인(in) 서울 의대가 목표라고 밝힌 3수생 A 씨는 “오전 8시에 입실해 밤 10시까지 공부한다.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현장 강의를 듣기 위해 이곳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본관 건물에 간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상위권 학생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현역 의대생들이 반수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걱정한다. A 씨는 “정원이 늘어나면 좋기는 하겠지만 결국 상위권일수록 증원 규모가 크지 않아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6월부터 반수생들이 늘어날 텐데 이전보다 늘어나는 숫자가 많을 것 같다. 경북에서 의대를 다니는 친구도 곧 반수를 시작할 것 같다고 얼마 전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학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정부의 입시 정책에 반감을 드러냈다. 자녀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러 왔다는 학부모 B 씨는 “작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을 얼마 안 남기고 ‘킬러문항을 없애라’라고 지시해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혼란스러워하면서 각종 설명회를 찾아다니느라 고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의대 정원을 갑자기 1000명 넘게 늘리겠다고 해서 주위에 학원을 옮겨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법원 인용 시 증원 사실상 ‘무산’
수험생들에게 가장 큰 변수는 의료계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전공의·의대생·의대교수·수험생 등 18명이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에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정부의 2000명 증원은 사실상 무산된다. 반대로 재판부가 신청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면 증원은 확정된다. 법원은 이르면 다음 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1심 법원은 신청인들이 청구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에 집행정지 결정 전까지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회의자료와 녹취록 등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대 정원 배정의 기준과 각 대학의 인적·물리적 시설 현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단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법원이 요구한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회의록 작성 여부를 두고 말을 바꿔 논란을 빚었다. 교육부는 정원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과 관련해 “법정위원회가 아니기 때문에 작성 의무가 없다. 다만 요약본은 있다”고 밝혔다가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의사인력전문위 회의록이 “있다”며 말을 번복했다.
한편 정부 방침에 따르면 2025년도 입시에서는 의대 정원이 지난 입시보다 1489~1509명 늘어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일 공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의 의대 모집인원을 살펴보면 아직 모집인원을 확정하지 않은 차의과학대학교를 제외한 31개 의대의 내년도 증원 규모는 1469명이다. 차의과대가 최대 증원분 40명을 모집하게 되면 모집정원은 1509명이 된다. 이에 따라 전국 40개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은 현재 3058명에서 4547~4567명으로 증가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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