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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 잡아도 먹을 게 없다" 대형 공공공사 절반이 유찰되는 이유

공사비 300억 원 이상 52%, 2000억 이상 100% 유찰…"애초 사업비 낮아 현실성 떨어져"

2024.05.10(Fri) 15:59:45

[비즈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 입찰이 유찰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개찰된 추정 공사비 300억 원 이상 대형 공공공사는 절반 이상, 2000억 원 이상 초대형 공공공사는 전부가 경쟁입찰 불성립이나 무응찰로 유찰됐다. 공공공사 발주 공사비가 최근 급등한 일선 공사비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여겨 ​건설업계가 ​응찰을 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대형 공사 입찰이 유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제3전시장 건립공사 3회 차 입찰이 유찰된 경기 고양시 전시컨벤션센터 킨텍스 모습. 사진=킨텍스 홈페이지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9일 기준) 개찰한 추정 공사비 300억 원 이상 대형 공공공사 입찰 60건 가운데 32건(53%)이 유찰됐다. 입찰 마감 기한까지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한 곳뿐이어서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정 공사비가 20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공공공사의 경우 22건 모두가 유찰됐다. 

 

올해 유찰된 공공공사는 자체 입찰 기준이 적용된 1건을 제외하면 모두 기술형입찰이다. 주로 300억 원 이상인 대형, 고난도 공사를 발주할 때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에 부치는 방법이다. 입찰 참여 건설사는 시공뿐만 아니라 설계에도 참여하게 된다. 기술형입찰은 설계 관여 수준에 따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대안입찰, 기본설계·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로 나뉜다. 

 

대규모 공공공사 유찰은 낮은 공사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일선 건설 공사비는 최근 3년간 30%가량 상승했는데, 공공공사 발주 공사비가 실제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건설공사 직접공사비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 오른 뒤 2022년 10.7%, 2023년 3.7% 증가율을 보였다. 

 

기술형입찰이 적용된 대규모 공공공사는 막대한 매몰 비용도 유찰 원인으로 작용한다. 시공에 도전장을 내미는 건설사가 입찰을 준비할 때 설계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 낙찰 탈락자는 공사비 1.4% 한도로 입찰 설계 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는데, 실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 유찰되는 공공공사들은 과거에 책정한 예산을 가지고 발주한 경우가 많다. 공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발주처 입찰안내서대로 설계를 하면 수익은커녕 원가도 나오지 않는 게 대다수”라며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공공공사에 뛰어들 건설사는 많지 않다.​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한정된 예산으로는 수요기관이 기존 발주 과업을 축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

 

지난해 건축사업 최대어로 꼽혔던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공사는 대표적인 공공공사 유찰 사례다. 경기 고양시 전시컨벤션센터인 킨텍스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킨텍스는 지난해 말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공사를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 방식으로 입찰에 부쳤지만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면적 29만 ㎡ 규모 전시장 한 동을 짓는 이 공사 입찰 추정 공사비는 6169억 원 수준이었는데, 과업 규모와 난도에 비해 공사비가 과도하게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해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공사 입찰은 두 차례 더 유찰됐다. 킨텍스는 올해 1월 전년과 같은 내용으로 두 번째 입찰을 실시했지만 이번에도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달 23일 개찰된 3차 입찰에는 DL이앤씨가 HJ중공업과 공동으로 참여했지만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또다시 유찰됐다. 공사비를 3%(172억 원)가량 높이고 과업을 일부 축소했음에도 경쟁 입찰 구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킨텍스는 ​지난 9일 같은 조건으로 4차 입찰 공고를 냈다.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공사 입찰을 검토했던 건설사 관계자는 “애초에 추정 공사비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입찰에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과거에는 설계 변경을 통해 낮은 공사비를 보전받을 여지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공공공사 설계 변경이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어려워졌다. 마진을 낼 수 없으니 응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킨텍스 관계자는 “최초 입찰 공고가 나갈 당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건설 원가가 급격하게 오른 상태였다. 공사비가 오른 것이 유찰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공사비를 증액했다. 설계도 공용 면적을 축소하고 과도한 부분을 조정했다”며 “3차 입찰 결과 1개 컨소시엄이 참여했지만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유찰됐다. 규정상 또 한 번 유찰이 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공사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대형 공공공사 지연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적정 단가 산출 기준과 물가 상승분 반영 기준을 조정해 적정 공사비를 반영하고, 기술형입찰로 추진되는 국책 사업 유찰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보상비 등 입찰 제도를 합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공공사 공사비와 입찰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기술형입찰 공사가 유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다. 원자재 급등으로 조금 심화된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최초 단계부터 사업비가 낮게 책정된다. 물가 변동이나 사업 변경으로 증액이 되더라도 애초에 책정한 사업비가 적으니 발주 시점에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으로 발주가 나온다. 사업 초기 단계 가격 산정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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