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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자발적 탄소 시장 '활활', 누가 앞에서 뛰나

감축량만큼 '크레딧' 발급 받아 거래도 가능…상쇄 프로그램 운영·인증·거래 플랫폼 등 활발

2024.05.09(목) 16:30:13

[비즈한국] 탄소 배출량을 0로 하는 ‘탄소중립’이 세계적 기준으로 확산됨에 따라 자발적 탄소 시장 역시 최근 몇 년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자발적 탄소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탄소 크레딧 거래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거된 탄소만큼 탄소 크레딧을 발급받는 자발적 탄소 시장에 개인과 기업이 발빠르게 투자하고 있다. 사진=pixabay


지난해 탄소 크레딧의 품질과 신뢰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자발적 탄소 시장이 다소 위축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탄소 크레딧을 탄소 상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말 산림 복원을 통해 탄소를 제거하는 체스트넛 카본(Chestnut Carbon)과 15년 계약을 체결하며 270만 미터톤의 탄소 제거에 나섰다. 사업 개시 3년 후부터 제거된 탄소만큼 MS가 탄소 크레딧을 발급 받는다.

  

체스트넛 카본(Chestnut Carbon)은 조림사업을 통해 탄소를 제거하고 탄소 크레딧을 발급한다. 사진=체스트넛 카본 페이스북

 

#탄소 크레딧이란?

 

탄소 시장은 크게 규제적 탄소 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 CCM)과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으로 나뉜다. CCM은 국가, 지역, 제도적으로 정해진 온실가스 총량에서 참여자가 할당량을 거래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cheme, ETS)를 기반으로 한다. VCM은 기업이 자연자본 활용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공신력을 가진 비정부 기관의 승인을 얻어 획득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VCM은 할당 대상이 아니면 탄소 감축을 유도할 수가 없다는 규제시장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정부나 규제 기관의 직접적인 감독을 수반하지 않는 시장 중심의 자율적인 구조가 큰 장점이다. 하지만 민간이 탄소 감축 사업을 추진해 탄소 크레딧을 획득하는 만큼 탄소 크레딧의 품질이나 신뢰성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현재의 탄소 제거 크레딧은 상대적으로 입증하기 쉽고 탄소 제거 효과가 확실한 산림 복원 및 조림·재조림 산업에서 대부분 생성되고 있다.

 

#메인 플레이어는 누구?

 

탄소 크레딧 거래에 있어서 메인 플레이어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베라(Verra), 골드스탠더드(Gold Standard)와 같은 탄소 크레딧 발행기관이다. 이러한 비영리단체들은 탄소 오프셋(상쇄) 방법론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검증해 자신만의 표준을 수립한다. 또 정부, 기업, 프로젝트 개발자, 제3의 검증 기관과 협력하여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보장한다. 탄소 크레딧 등록부를 운영하며 실제로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제거하거나 회피했는지 추적하기도 한다.

 

탄소 제거 프로젝트 표준을 수립하고 크레딧을 발행하는 베라(Verra)의 인증마크. 제3자 검증을 통하여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보장한다. 사진=Verra 홈페이지

 

두 번째는 탄소 상쇄 프로젝트의 등급을 매기는 평가기관이다. 대표적으로는 실베라(Sylvera)가 있다. 2019년 창업해 세일즈포스(Salesforce), 셸(Shell),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미쓰비시, 베인앤컴퍼니 등을 고객으로 둔 대표적인 평가 기관이다. 평가기관은 삼림 벌채 및 산림 퇴화 감소(REDD+), 조림, 재림 및 식생(ARR), 개선된 산림 관리(IFM) 및 재생 가능 에너지원(RES) 프로젝트 등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한 뒤 대기 중 탄소 제거에 미치는 영향을 점수화해 등급을 매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좋은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세 번째는 탄소 크레딧 거래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선 증권사 같은 금융사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중개업무를 통해 VCM에 참여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많은 스타트업이 베라나 골드스탠더드 같은 크레딧 발행기관과 협약을 맺고 개인이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도 팝플, 이이티에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자발적 탄소 크레딧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데, 아직 해외에 비해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탄소 크레딧 거래 플랫폼 등장

 

민간 시장의 특성상 탄소 크레딧 거래는 여러 형식을 취하고, 스타트업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 및 기업과 탄소 상쇄 프로젝트를 연결한다. 영국 스타트업 카본엑스(Carbonex)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탄소 거래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업이 기존 화폐처럼 거래할 수 있는 코인으로 탄소배출권을 변환해준다.

 

감축 프로젝트와 기업 혹은 개인을 직접 연결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민간 탄소 시장에 참여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독일 스타트업 굿카본(goodcarbon)은 고품질의 탄소 감축·제거 프로젝트를 개인 또는 기업과 연결해주는 디지털 투자 및 거래 플랫폼이다. 프로젝트 소유자에게는 선불로 자금을 조달해 안전하게 수익을 창출하게 해주고, 기업과 프로젝트 소유자를 직접 연결해 거래 투명성을 개선한다. 

 

스페인 스타트업 클라이밋 트레이드(ClimateTrade) 역시 전 세계 약 200개의 탄소 상쇄 프로젝트와 개인·기업을 직접 연결한다. 클라이밋 트레이드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탄소 발자국 계산을 제공하고, 탄소 발자국을 추적하여 프로젝트를 제공하는 기업과 이를 구매하는 개인·기업이 더 나은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선택하도록 돕는다. 

 

페루 보스케스 아마조니코스 사의 산림 복원(REDD+)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업자.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된 탄소 크레딧은 클라이밋 트레이드의 마켓플레이스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진=클라이밋 트레이드 홈페이지

 

다배출 산업과 직접 연계해 탄소 크레딧을 중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핀란드의 온카본(Oncarbon)은 탄소 관리 및 크레딧 거래를 통해 비행 배출량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항공 업계의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배출 탄소 여행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자발적 탄소 시장의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들은 좋은 프로젝트를 선별하기 위해 모니터링 및 검증기관과 긴밀히 협력, 관리한다. 탄소 크레딧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경우 피해를 보상해주는 탄소 크레딧 보험도 등장했다.

 

자발적 탄소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사회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자발적 탄소 시장의 탄소 크레딧 발급과 사용에 관한 표준을 만들고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oluntary Carbon Markets Integrity Initiative, VCMI)’는 지난해 11월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탄소 상쇄 크레딧을 발급 받으려는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과 탄소 크레딧 발행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기준을 공개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탄소 감축·제거 프로젝트가 늘어나 자발적 탄소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하길 기대한다. 

 

필자 김은빈은 해외에서 국제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국제기구, 정부기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속 가능성 및 개발협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베를린의 123팩토리에서 스타트업의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은빈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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