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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왜 '아이패드 프로'에 OLED 패널 두 장을 겹쳤을까

밝기 부담 줄여 번인 현상 최소화…가격 올랐지만 납득할 만한 신기술 향연

2024.05.08(Wed) 16:40:09

[비즈한국] 5월 7일 밤 11시 새 아이패드 프로가 공개됐다. 아이패드 프로의 세대를 나누는 것은 조금 애매하지만 2015년 첫 아이패드 프로가 공개된 이후로 7번째 제품으로 볼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패드 프로의 발표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는데 실제로도 여러 가지 의미를 둘 만한 부분이 있다.

 

#OLED의 한계 깨는 탠덤 OLED 디스플레이

 

아이패드에 OLED가 들어간다. OLED를 넣는 이유는 명확히 화질 때문이다. 여러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나와 있지만 아직은 화질만 두고 보면 OLED는 LCD보다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이 언젠가는 맥과 아이패드 등 대형 디스플레이에 OLED를 쓸 것이라는 것은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시기가 다소 앞당겨진 느낌이 없지 않다. 다만 애플이 OLED의 특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새로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에 드디어 OLED 패널이 탑재됐다. 울트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로 이름 붙여졌으며 2개의 OLED 패널이 겹쳐져 있는 탠덤 OLED가 탑재됐다. 사진=애플 제공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간 OLED의 이름은 ‘울트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로 수식어가 잔뜩 붙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고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라는 의미로 읽으면 된다. 여기에 애플은 한 가지 낯선 용어를 꺼내 놓는다. 바로 탠덤(tandem) OLED인데, 탠덤이라는 단어는 협력 혹은 2인용 자전거를 말한다. 두 개가 서로 협력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이패드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두 개의 패널을 겹쳐서 밝기를 표현한다. 기본적으로 1000니트의 밝기를 내고 HDR 표현을 위해 순간적으로 1600니트까지 올라가는 화면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의 OLED 디스플레이로 같은 밝기를 내는데, 아이패드는 왜 이 패널을 크게 쓰지 않고 두 개를 겹쳐서 쓸까?

 

이유는 수명 때문으로 보인다. OLED는 필연적으로 소자가 수명을 갖고 있고, 그 수명이 다 하면 제 색을 내지 못하게 된다. 번 인(burn-in)으로 통하는 열화인데, 기술적으로 여러 보완책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명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는 기본 특성이다.

 

번 인은 주로 같은 화면을 오랫동안 밝게 표시하면 더 빠르게 일어난다. 사실상 소자가 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비롯한 PC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아이폰과 달리 화면을 오랫동안 켜 둘 뿐 아니라 앱의 UI가 고정된 채 정적인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열화를 일으키기가 쉽다.

 

애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패널 두 장을 겹치는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두 장의 OLED를 겹치면 패널 한 장이 내야 할 밝기는 줄어들고, 그만큼 번 인을 줄일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전력 소비도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당연히 이 방식은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패널이 두 장이 들어가고 두 개의 패널을 하나처럼 다룰 컨트롤러를 비롯해서 향후 관리 비용도 더 들어간다. 200달러 정도 오른 가격은 그리 달갑지 않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현재 최고 수준의 OLED 디스플레이라는 점을 따져보면 인상 폭이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강력한 컴퓨터를 더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함께 발표된 애플펜슬 프로. 사진=애플 제공

 

#기대보다 일찍 꺼내놓은 M4

 

가장 의외의 부분이다. M4 프로세서가 아이패드 프로에 먼저 선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말 M3 프로세서를 발표했고, 최근까지 맥북과 아이맥을 M3, M3 프로, M3 맥스 라인업으로 정리했다. 일반적으로는 이 다음은 아이패드 프로에 M3 칩을 더하는 게 적절한 순서다. 하지만 애플은 M4를 내놓았다.

 

M4 프로세서는 이전 아이패드 프로에 쓰인 M2에 비해 CPU는 50%, GPU는 4배가 빨라졌다. 당연히 M3에 비해서도 더 높은 성능을 낸다. 하지만 이미 M3도 성능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없다. 애플은 왜 4세대 칩을 벌써 꺼내놓은 것일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패널 두 장을 겹친 탠덤 OLED를 하나처럼 제어하려면 정밀한 디스플레이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전력 소비량에 있다. OLED는 생각보다 전력 소비량이 높고, 탠덤 OLED는 패널 두 장을 겹쳐 쓴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프로세서를 짜내는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M4 프로세서가 M2 프로세서와 같은 성능을 절반의 전력으로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패드는 최고 성능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중간 이하의 성능만으로 충분하다. 이를 위해서 애플은 프로세서에 부담을 줄이고 낮은 작동 속도와 저전력 코어를 중심으로 운용하도록 M4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전력 소비를 줄이고 OLED를 통해 디스플레이 두께를 줄이는 방법을 쓰면서 두께를 극적으로 줄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11인치는 5.3mm, 13인치는 5.1mm로 기존에 각각 5.9, 6.4mm보다 훨씬 얇아졌다. 애플의 차세대 아이패드는 결국 반도체로 완성된 셈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컴퓨터 못지 않은 생산 능력을 탑재함으로써, 단순히 콘텐츠 소비 용도의 미디어 기기가 아닌 다른 형태의 컴퓨터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또 하나의 컴퓨터”

 

애플은 몇 년에 한 번씩 아이패드에 무게를 싣는다. 여전히 애플 컴퓨팅의 뿌리는 맥에 있지만 또 하나의 컴퓨터, 어쩌면 다음 세대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컴퓨터로서의 아이패드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애플은 M4, 그리고 OLED 디스플레이를 맥보다 먼저 넣었다. 언젠가 맥에도 이 요소들이 적용되겠지만 이를 아이패드에 두면서 아이패드 역시 애플 비즈니스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파이널컷 프로 2, 로직 프로 2 등의 앱이다. 맥의 경험을 줄인다거나, 아이폰의 경험을 큰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독립적인 컴퓨터 카테고리라는 것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등장으로 오히려 아이패드 에어에도 숨통이 트였다.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프로는 많은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했지만 이제 아이패드 프로는 완전한 프로의 영역을 강조하게 됐고, 아이패드 에어는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M2 프로세서와 13인치 디스플레이 등 굳이 프로 라인을 선택하지 않아도 원하는 일들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결국 애플은 2015년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으면서 꾸준히 이야기해 온 ‘또 다른 컴퓨터’라는 메시지를 조금도 타협 없이 이어가고 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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