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로의 등대’ 넷마블에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7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넷마블 지회(넷마블그룹 노조)가 출범을 발표했다. 이로써 2018년 9월 넥슨, 2023년 4월 엔씨소프트에 이어 이번에 넷마블까지 일명 ‘3N’에 모두 노조가 설립됐다. 넷마블은 2년 연속 적자를 냈는데, 실적 부진이 직원의 고용 불안정과 불합리한 처우로 이어지면서 노조 설립의 동력이 됐다. 지난해부터 국내 IT 기업과 게임사가 불황으로 한파를 겪는 가운데, IT 노조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넷마블그룹 노조는 7일 설립선언문을 통해 “넷마블은 경영 위기의 대가를 직원에게 떠넘겨왔다. 경영 위기를 이유로 불합리한 일을 자행하고 있다”며 “넷마블은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 중이다. 계약기간이 남은 계약직을 해고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팀을 해체하고, 직원의 연봉을 동결했다. 2년 사이 줄어든 직원이 수백 명이 넘는다. 자회사 폐업, 권고사직 속에 1개월 치 위로금을 주며 퇴사를 종용했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투명한 소통이다. 회사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에 비해 직원 복지엔 소홀하다”며 “인센티브 정책, 연봉 인상률 등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출범 배경을 발표했다.
넷마블그룹 노조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 엔씨소프트에 웹보드 게임 ‘한게임’ 등을 서비스하는 NHN까지 포함하면 국내 게임 업계에서 일곱 번째로 탄생한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넷마블 네오·넥서스·몬스터·에프앤씨·엔투 등 그룹 내 계열사 직원들이 목소리를 모으는 창구가 될 전망이다.
이해미 넷마블그룹 노조 지회장은 “올해 임금 협상에서 연봉 동결을 통보 받았다. 이유를 알기 위해 파트장 면담, 인사팀 면담, 대표 면담까지 일개 직원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돌아온 건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해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네가 참아라’는 답변이었다. 많은 사우가 나와 같은 일을 겪고 있다면, 모여서 회사를 상대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설립에 나섰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넷마블은 연결 기준 2022년 1087억 원, 2023년 68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실적이 부진한 손자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1월 넷마블에프앤씨는 자회사 메타버스월드를 청산하면서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한 달 월급 수준의 위로금을 제안하고 예고 없이 퇴사를 종용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2016년 11월에는 넷마블 계열사 직원이 장시간 노동 끝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7년 이를 ‘과로사’로 보고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이 사건으로 넷마블은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을 얻었고, 게임 업계에선 ‘크런치 모드(소프트웨어 등의 개발 마감을 앞두고 밤샘 근무하는 것)’에 관한 성토가 일었다.
노조에 따르면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에서 불거졌던 대기발령 문제가 넷마블에도 있다. 회사가 폐업하거나 팀이 해체돼 소속을 잃은 직원을 ‘지원실’로 불리는 곳에 배치한다는 것. 명목상 업무를 지원하는 곳이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역할이 없어 배치된 직원이 ‘붕 뜬’ 채로 대기한다고 설명했다.
이해미 지회장은 “소속을 잃은 직원 중 일부는 적은 위로금을 받고 나가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하지만, 회사에 남는 직원들은 지원실에 배치된다. 업무 지원이라지만, 제대로 된 업무가 없거나 자신의 직군과는 상관 없는 일을 한다. 업무와 관련 있는 일을 하면 운이 좋은 것”이라며 “이를 견디는 것은 직원 개인에게 힘든 일이다.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커리어에도 지장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지원실마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노조 설립에 관해 넷마블은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관계 법령에서 보장하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로 직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한다”며 “회사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해, 보다 행복한 일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함께 힘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조 측은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한 가입 권유 메일을 발송했는데 회사에서 이를 전량 회수했다”며 경고로 여겨지는 조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게임 업계에서 최초로 노동조합을 만든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게임 업계에선 3N 노조의 완성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는데 드디어 해결됐다. 노조의 필요성을 느낀 구성원이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게임 업계와 IT 업계의 불황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IT 노동조합들이 모여 임금 협상에서 공정한 성과 배분을 위해 뭉쳤다. 지난해 12월 화섬노조 IT 위원회 소속 7개 지회(네이버·넥슨·스마일게이트·엔씨소프트·웹젠·카카오·한글과컴퓨터지회)는 임금 교섭을 위해 연대한다고 발표했다. 사업장별 임금 교섭에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동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IT 노조 관계자는 “성과 배분에 관한 의제를 논의하고 공동요구안을 만들어 회사에 제안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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