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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민희진과의 갈등 뒤엔 '게임사 따라 하기' 있다

게임사 출신 임원 대거 영입, IP로 확장…랜덤 카드, 밀어내기 등도 게임업계 문화

2024.05.07(Tue) 17:24:13

[비즈한국]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가 뿔났다. 지난달 불거진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내홍을 시작으로 하이브에 대한 각종 의혹이 커지자 팬덤이 나선 것이다. 여느 팬덤이 그렇듯 소속사에 대한 일상적 항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특히 ‘게임사’처럼 변모하고 있는 하이브의 경영 리스크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티스트 중심으로 시작했던 엔터테인먼트사가 공룡처럼 커지면서 엔터 산업의 본질을 무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가 나섰다. 이들은 하이브가 소속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 근조 화환을 보냈다. 사진=박정훈 기자

 

#‘게임사’처럼 변모하는 하이브, IT 종합 플랫폼 선언

 

게임사와 엔터테인먼트사는 공통점이 있다. 일명 ‘가챠 뽑기’로 불리는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과 엔터사의 랜덤 포토 카드, 밀어내기 등의 구조가 유사하다. 국내 최대 엔터사 하이브는 몸집을 불리면서 ‘게임사’처럼 변모해왔다. 게임사 출신 CEO를 영입하고 인터랙티브 미디어 사업을 전개하는 하이브IM을 설립했다. 아티스트 육성에서 게임, 웹소설·웹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SM, YG 등 대형 기획사들도 마찬가지로 영역 확대에 힘쓰고 있다.

 

K팝 산업과 게임 산업 둘 다 ‘오락’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이브는 2021년 넥슨 CEO 출신인 박지원 대표를 하이브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영호 사외이사 역시 투자전문가이자 게임기업 조이시티 CEO 출신이다. 주요 임원도 ‘게임사’ 출신으로 채웠다. 2022년 선임된 정진수 CLO(최고법률책임자)는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6일 하이브와 MBC MOU 체결식에 참석한 양 사 임원들 모습. 박태희 하이브 CCO, 박태경 MBC 부사장, 박지원 하이브 CEO, 안형준 MBC 사장, 김태호 하이브 COO, 전진수 MBC 예능본부장​(왼쪽부터). 사진=하이브 제공

 

2021년 하이브는 사명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바꾸면서 ‘IT 종합 플랫폼’을 선언했다. 2022년 열린 부산 지스타에서도 하이브의 목표를 엿볼 수 있다. 당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하이브IM의 게임비전을 발표하며 “게임이 내겐 약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못해서 재미를 못 느꼈다. 2018년에 현질도 했지만 쉽지 않더라. 그렇지만 생태계 일환으로서 게임에 관심을 계속 뒀다. 음악만으로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될 수 있는가 고민했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높은 엔터사업에 한정되지 않고 기반을 넓히겠다는 말이다. 하이브가 음악 산업뿐 아니라 게임 산업과 위버스 등 플랫폼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하이브가 “게임사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터 업계 관계자 A 씨는 “하이브는 유독 IT, 게임사 같다는 평이 많다. 사내 분위기도 그렇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에서도 ‘게임사’ 같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경업금지’ 내용을 보고 충격 받았다. 그간 엔터사에서는 열심히 성장해서 나가 회사를 새로 차리는 걸 권장했다. 유명 프로듀서들이 기획사에서 나와 새로 엔터를 차리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방시혁 의장도 이런 경우”라고 토로했다. 게임 업계에선 ‘흔한’ 경업 금지 조항은 엔터 업계에서는 그 전에 보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아미’가 하이브를 비판하는 이유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ARMY)’가 나섰다. 5월 3일 아미는 “우리는 하이브가 아닌 ‘방탄소년단’을 지지한다”며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지 않는 소속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소속사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통상 계약 해지의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등의 내용이 남긴 신문 광고를 냈다. 용산 사옥에는 근조 화환과 트럭을 보내 하이브를 비판했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는 하이브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도 펼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에 왜 ‘아미’가 나섰을까? K팝 산업은 ‘팬덤’을 주축으로 돌아간다. 주요 소비층도 ‘팬덤’이다. 대중적 인기가 많은 여자 아이돌보다 코어 팬층이 많은 남자 아이돌이 매출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팝 팬들 사이에서는 “하이브가 K팝을 망친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다. 하이브가 최대 엔터사여서만은 아니다. 하이브가 굿즈를 과도하게 비싸게 팔고, 콘서트 티켓의 가격을 올린다는 지적은 이미 유명하다(관련기사 하이브 인수 소식에 SM 팬들 ‘탈덕 선언’ 늘어난 까닭). 2022년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기획에 참여한 굿즈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진 본인도 “놀랐다”고 밝혀, 멤버들과 합의된 게 아니라는 점이 부각됐다.

 

아미의 불만은 누적돼왔다. 하이브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한 IP는 역시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은 웹툰, 웹소설, 게임에 등장했다. 방탄소년단이 주인공인 ‘BTS 월드’ 게임, 네이버웹툰과 하이브가 합작한 ‘슈퍼 캐스팅: BTS’ 등에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C 씨는 “아미들은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를 망가뜨린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웹소설 속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팬들은 무대 위 모습, 음악, 멤버들의 성격, 일상의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하이브는 방탄을 위해 콘텐츠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퀄리티 낮은 게임이나 웹툰에 방탄소년단을 이용한다. 하이브가 소속사의 본질을 잊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팬 D 씨 역시 “게임 회사라고 했으면 좋겠다. 음악 하는 방탄소년단이 보고 싶은데, (하이브는) 지금은 엔터사라고 할 수 없다. AI와 아이돌은 다르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멤버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지금은 소속사가 아이돌을 캐릭터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티스트 IP, 지속 가능할까

 

민희진 대표에게 팬덤이 비교적 우호적인 이유도 K팝 산업의 특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민 대표가 뉴진스 멤버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한 부분은 K팝 팬덤의 요구와 부합한다. K팝의 ‘명가’라고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민 대표가 보여준 결과물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4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가 언급한 “랜덤 카드 만들고 밀어내기 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앨범 판매량이) 계속 우상승 하기만 하면 팬들에게 다 부담이 전가된다. 연예인도 팬 사인회 계속해야 하고 너무 힘들다”는 발언도 K팝 팬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유사성’ 문제도 엔터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사에서는 같은 회사 개발자가 만든 캐릭터를 다른 개발자가 ‘업그레이드’해 출시할 수 있지만, 엔터 산업에서는 같은 소속사라도 유사한 아이돌을 출시하면 팬덤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뉴진스는 하이브 소속이지만, 하이브의 ‘소유물’은 아니다.

 

이번 사태가 게임 업계와의 간극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엔터사와 게임사가 ‘합종연횡’하는 사례가 증가했지만, ‘성공’ 사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문제는 멀티레이블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오류다. 게임 소비층과 K팝 소비층은 다르다. K팝 콘텐츠와 게임 콘텐츠도 다르다. K팝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 소비하는데, 게임 업계 출신 남성들의 리더십 문화가 이들에겐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주요 경영진이 K팝을 이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K팝은 아티스트와 기획사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그간 방탄소년단의 저력에 하이브의 문제점이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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