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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자발적 고독으로 다져진 기안 84의 '나를 세우는 시간'

타인과 함께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온전해지는 자신을 발견…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면해야

2024.05.07(Tue) 14:19:10

[비즈한국] 스트레스가 가득하거나 지친 날, 어려서는 친한 친구와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며 찌든 마음을 푸는 걸 좋아했던 1인이다. 그런데 어느새 나이가 들고 나니 그런 날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며 뇌 속을 텅 비운 채로 집에서 TV 예능 프로그램을 잽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됐다. 톡 쏘는 맥주의 탄산감을 즐기며 아무 생각 없이 키득키득 웃다 보면 고되고 헤진 마음이 조금은 풀린달까.

 

바이크 여행을 하는 기안84. 사진=MBC ‘나혼자 산다’​ 화면 캡처

 

딱 그런 마음이 드는 날, 늘 그렇듯 좋아하는 맥주를 앞에 두고 TV 리모컨을 돌리다가 우연히 지난해에 방영됐던 MBC ‘나혼자 산다’의 500회 특집을 보게 됐다. 당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막강한 인기를 구가하던 기안 84의 나홀로 바이크 여행이 소개되고 있었다.

 

바이크를 타고 강원도로 떠난 기안 84. 바이크의 낭만을 싣고 한참을 시원하게 달리던 그는 잠시 바이크를 멈추고, 집에서 준비한 김치볶음밥을 꺼내 먹는다. 어이 없게도 숟가락을 챙기지 않은 기안 84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도시락 뚜껑을 숟가락으로 사용해서 먹더니만, 결국 불편한 지 손으로 볶음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선 자신의 생각을 오래도록 담은 일기장을 꺼내 읽으며 과거에 자신이 했던 생각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지금의 생각을 끄적여 보기도 한다.

 

글 쓰는 것을 마무리한 그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춘천으로 길을 향한다. 적당한 동네에 온 것 같아 보이는 그가 찾아간 곳은 동네의 평범한 모텔. 뒤이어 기안 84의 개별 인터뷰 내용이 다음과 같이 나왔다.

 

“저는 여기에 오면 사회와 단절된 느낌이 들어요. 집에 혼자 있으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은 아니지만, 여행을 혼자 와서 낯선 모텔에 들어가면 낯선 우주에 온 느낌, 이상한 적막함이 있어요. 그 적막함 안에서 나를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저는 이 쓸쓸함을 즐기는 거 같아요.“

 

기안 84는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지금 그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하고, 그간 누르고 지냈던 감정도 터트리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기안 84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선택한 자발적 고독의 시간은 그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에게 다시 세상 속에서 살아갈 힘을 만들어 주는 시간이 아닐까.

 

그렇다면 혼자만의 시간은 왜 중요한 것일까. 그 이유를 책에서 찾아보면, “사람은 오직 혼자 있을 때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대체로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없어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독립된 '나'가 되지 못한 채 관계를 형성하다 보면 중심 없이 휩쓸리게 되고 결국 외로워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자발적으로 고독해지면 내면이 채워지면서 공허한 외로움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혼자 있는 시간,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좀 더 타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잘 정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나 자신과 마주하고 그런 나를 제대로 세우는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을 통해 재충전하며,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힘도 얻게 된다.

 

그러니 때론 관계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마주하는 시간,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당신도 두려워하지 말고 대면해 보길 바란다. 혼자 공원을 산책을 하든, 홀로 책을 읽으며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보내든, 단순히 조용한 명상의 순간을 즐기든, 자발적인 고독을 우리 삶에 조금씩 융합시켜 나가 보자. 그 융합의 시간만큼 당신은 조금 더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될 것이고, 그만큼 당신을 오롯이 위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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