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공연 분야 암표 근절을 강화하기 위한 개정 공연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현장과 온라인에서 암표 거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표소 앞 암표상들, 너무 자연스러워 ‘충격’
“티켓 팔아요”, “몇 명이에요?”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에서 나오자 인파 사이에서 들려온 말이다. 4월 28일 기아 타이거즈와 엘지 트윈스의 4월 주말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 서울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앞에서는 암표를 사고파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티켓 여러 장을 쥔 암표상은 매표소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표가 필요하지 않냐며 “응원석은 8만 원, 외야 3만 원”이라고 속삭였다. 정상 가격은 주말 성인 기준 응원석 2만 원, 외야 9000원인데, 암표 가격이 4배 이상 높다.
이날 12시부터 2시까지 중앙매표소 앞에서 관찰한 결과, 암표상은 10명 정도로 파악됐다. 대부분 노인이었는데, 판매하는 티켓값이 다 달랐다. 외국인에게는 가격을 더 높게 불렀다. 한 외국인이 스마트폰에 숫자를 입력하고 암표상에게 보여줬다. 이 외국인은 “그린석(외야석)을 두 장에 8만 원에 샀다”고 전했다.
암표를 사고파는 행위가 너무 익숙해 일종의 ‘문화’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티켓이 없는 커플이나 가족은 암표상에게 먼저 다가가 자연스럽게 “표 있어요?”라고 물었다. 경기 시작 시각인 2시가 가까워지자 티켓값은 점점 내려갔다. 경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자 일부 암표상은 “오렌지석(응원석) 2장에 7만 원에 해줄게”라며 적극적으로 돌아다녔다. 2시가 넘어가자 암표상은 대부분 모습을 감췄다. 이날은 KBO 인기 구단인 기아와 엘지의 주말 경기라 표를 구하기 힘든 날이었다. 티켓은 2만 3750석 모두 매진됐다.
현장에서 티켓을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일정 장소에서 웃돈을 받고 되파는 행위를 하는 경우 ‘암표매매’로 분류되어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된다.
#‘온라인 거래는 막을 ‘법’도 없다
암표 판매는 온라인에서도 활발하다. 티켓 양도 플랫폼 ‘티켓베이’에서는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각종 콘서트 티켓도 거래된다. 앞서 기아와 엘지 경기의 경우 4월 26일 온라인에서 응원석은 1장당 8만~15만 원, 외야석은 2만~2만 5000원에 거래됐다. 정상가의 7배가 넘게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온라인 암표 판매는 경범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현장 판매가 아니면 처벌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온라인 암표 판매도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판매만 해당된다. 다른 암표 판매는 처벌 대상이 아닌 데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판매도 현실적으로 잡아내거나 입증하기 힘들기에 법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이를 비웃듯 유명 가수들의 공연은 초고가에 암표가 팔리고 있다. 5월 26일 예정된 임영웅 콘서트의 VIP 좌석은 정상가 16만 5000원이지만, 티켓베이에서 최고 22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5월 3일 열리는 아이돌 NCT 콘서트는 VIP석이 정상가 19만 8000원이지만 티켓베이에서 최고 93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향후 암표 매매 근절을 위해 법률·제도 정비와 더불어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은 과거 콘서트 티켓을 NFT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판매했다. 전송·재거래가 불가능한 NFT의 특성을 활용해 암표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암표 매매 근절에 좋은 사례로 남았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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