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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최대' 남산타운아파트 리모델링, 서울시 반대하는 까닭

전체 단지 리모델링 조합 설립 신청 반려 "임대주택 동의 빠져"…임대주택 소유 서울시 "임대 동 리모델링 반대"

2024.05.06(Mon) 11:07:58

[비즈한국] 강북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서울 중구 남산타운이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실패했다.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된 이 단지는 분양주택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임대주택을 소유한 서울시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면서 조합 설립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가권자인 중구청은 조합 설립 인가를 위해 임대주택 존치를 전제로 하는 조합 설립 동의를 유도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강북지역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남산타운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좌초됐다. 사진=차형조 기자

 

서울 중구청은 25일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이 낸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주민들이 조합 설립에 필요한 구분소유자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주택법에 따라 주택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려면 전체 단지 구분소유자 3분의 2 이상과 각 동 구분소유자 과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동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해당 동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중구청 도심정비과 관계자는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필요한 소유자 동의 요건에 맞지 않아 남산타운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주민들은 전체 단지를 리모델링하는 경우로 조합 설립을 신청했는데, 임대주택에 대한 동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선정된 강북 최대 규모 아파트

 

남산타운은 강북 최대 아파트단지다. ​총 42개 동 5150세대로​ ​2002년 5월 매봉산 북단에 조성됐다. 한강 이북 대단지로 꼽히는 서울 성북구 한신한진(4509세대)과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4300세대), 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3930세대)보다 단지 규모가 크다. 분양주택은 35개동(3116세대), 임대주택은 7개동(2034세대)이다. 전체 세대 39%를 차지하는 임대주택은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다. 

 

남산타운은 대표적인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앞서 2018년 6월 남산타운 등 서울 시내 7개 아파트 단지를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오래된 아파트를 허무는 대신 고쳐 쓰고, 단장한 단지 일부를 이웃에게 개방하면 공공이 행정·재정적 지원에 나선다는 취지였다.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선정 당시 남산타운 리모델링 대상은 서울시 임대주택을 제외한 분양주택(3116세대) 전체로, 시범 단지 중 규모가 가장 컸다.

 

남산타운은 실제 공공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중구청은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선정 6개월 뒤인 2018년 12월 시비 보조금 3억 5000만 원을 투입해 남산타운 리모델링 기본설계와 사업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했다. 이듬해 5월에는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기본설계와 사업방향을 제안했다. 기본설계에는 임대주택을 미화(존치)하고, 단지 내 공공보행로(둘레길)을 조성해 외부 접근성을 높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남산타운 주민들은 분양주택 소유자 동의 수렴해 지난해 11월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선정 이듬해인 2019년 동의서를 징구한 지 4년 만이다. 조합 설립에 관여한 남산타운아파트 소유자는 “남산타운 분양주택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와 분양 주택 동별 과반 동의서를 걷어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산타운아파트 전경. 사진=차형조 기자

 

#임대주택 소유주 서울시 반대로 동의 요건 충족 못해

 

문제는 남산타운아파트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모두 한 필지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주택법에 따라 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되는 일단의 토지는 하나의 주택 단지로 본다. 남산타운 주택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려면 원칙적으로 임대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남산타운 리모델링 조합 설립 신청에서는 서울시 소유 임대주택에 대한 동의가 빠졌다.

 

서울시는 남산타운 임대주택 리모델링에는 반대한다. 중구청이 지난해 11월 남산타워 리모델링 조합 설립 신청서를 접수한 직후 발송한 의견 조회에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은 별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므로 남산타운아파트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사업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업 시행 시) 임대주택 입주민 주거권 침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는 남산타운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는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구청은 올해 1월 임대주택 존치를 조건으로 하는 남산타운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동의하는지 물었지만, 서울시는 앞선 답변과 동일하게 회신했다. 이에 중구청은 올해 2월 그간 행정 행위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분양주택만을 대상으로 한 조합 설립 인가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며 사전컨설팅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컨설팅 제외 사유라며 거절했다. 

 

중구청 도심정비과 관계자는 “남산타운 리모델링 사업 계획과 관련해 임대 동을 존치하는 조건으로 조합 설립에 동의하면 어떻겠냐는 취지로 서울시에 제안을 했지만 동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주민들이 만족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이에 동의하면 중구도 조합 설립을 인가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시 주거안심지원반 관계자는 “서울시가 소유한 남산타운아파트 임대 동은 리모델링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답변을 했다. 나머지 동은 서울시가 어떤 권한도 없고 참여 또한 하지 않기 때문에 동의 여부를 답변할 수 없다”고 맞섰다.

 

남산타운이 자력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주택과 하나로 묶인 분양주택 필지를 분할하거나, 전체 단지가 아닌 동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필지 분할에는 분할 측량과 개별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등의 행정 절차가, 동별 리모델링은 현재 과반 수준인 동별 동의 요건을 3분의 2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의서 징구 절차가 필요하다.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데다, 단지 용적률이 231%에 달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앞서의 남산타운아파트 소유자는 “​서울시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돼 행정청의 지도를 받으며 5년간 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동별 재건축이나 필지 분할까지 고려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하소연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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