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경기 부진에 고령층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채에서 60대가 진 빚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채무자의 절반 가까이가 60대로 조사됐다. 또 생활 형편이나 가계 수입에 대한 기대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게 나타나는 등 최근 경기 악화의 직격탄이 60대에 집중되고 있다. 고령층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아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연령대별 가계부채 비중을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 차주의 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2013년 전체 가계부채 중 15.7%를 차지했던 60세 이상 차주의 부채 비중은 2023년 20.4%로 4.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40대 차주의 부채 비중은 2013년 33.0%에서 2023년 29.0%로 4.0%포인트로 감소했다. 또 50대 차주의 부채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8.8%에서 26.3%로 2.5%포인트 줄어들었다. 30대 차주의 부채 비중은 같은 기간 19.5%에서 20.1%로 늘었지만 증가폭은 0.6%포인트에 불과해 60세 이상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30대의 경우 가정을 막 이루고 전세나 자가 등 살 집을 구하느라 목돈 대출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층 부채 문제가 심각한 셈이다. 고령층의 부채액 자체도 늘었다. 2013년 7300만 원이었던 60~64세 평균 부채 잔액은 2023년 8800만 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의 평균 부채 잔액은 6800만 원에서 8600만 원으로 늘어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고령층 부채 비중이 계속해서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액뿐 아니라 빚을 지는 60세 이상 고령층 수도 늘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60세 이상인 채무자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전체 채무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9.11%였으나 2021년 43.91%, 2022년 48.08%로 뛰었다. 2023년 47.52%로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거의 채무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0세 이상 비중이 2023년 현재 33.1%인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 중 상당수가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빚을 지는 이도 늘고 빚 규모도 커지다 보니 파산자 중 고령층의 비중이 60%를 넘었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로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서울시민의 61.5%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부채가 증가한 영향으로 고령층은 최근 경기 악화 상황에 따른 생활 형편이나 가계 수입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상황을 예상하는 4월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에서 60세 이상은 92로 조사됐다. 기준치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6개월 후 생활형편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40세 미만의 경우 생활형편전망 CSI는 102로 60세 이상보다 10포인트 높았다. 4월 가계수입전망 CSI도 60세 이상은 95인데 반해 40세 미만은 108로 1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최근 늘어나는 고령층 부채는 가뜩이나 심각한 우리나라 노인 빈곤문제에 더욱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OECD가 발표한 ‘2023년 연금 편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다.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로 빈부 격차가 심한 미국(22.8%)은 물론 이웃 나라인 일본(20.0%)의 2배 수준이다.
또한 OECD 회원국 평균 고령층 빈곤율인 14.2%와 비교해도 크게 높다. 복지가 강한 북유럽의 스웨덴(11.1%), 핀란드(6.3%), 덴마크(4.3%) 등과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75세 이상의 초고령층의 빈곤율은 52.0%로 나타나 75세 이상 인구 2명 중 1명은 빈곤의 늪에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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