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일 임기를 시작했다. 임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등 굵직한 과제들에 대해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임 회장은 ‘독단적’이라는 부정적 평가와 ‘행동파’라는 긍정적 평가가 공존하는 인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8년간 역임하며 소청과뿐 아니라 다른 과의 민원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임 회장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주어진 과제, 그것을 해결할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Character(인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신임회장은 1970년 4월 18일생으로 만 54세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2000년 충남대 의대 졸업 후 건국대병원에서 수련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충남 아산에서 소아과의원을 운영했다. 2016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선출돼 다섯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한 의사 단체인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의 대표이기도 하다. 가족으로 아내와 딸이 있다. 취미는 드라이브인 것으로 알려졌다.
#Career(경력)
임현택 회장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뿐 아니라 2016년부터 미래를 생각하는 소아청소년과 모임 대표 역시 맡고 있다. 이 밖에 대한소아청소년학회 부이사장, 금융위원회 자문위원, 대한의사협회 수석 기획이사,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1일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은 최근 압수수색을 두 차례 당하는 등 취임을 앞두고 평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6일 임 회장의 거주지와 사무실 등에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3월 임 회장을 포함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게 압수수색을 집행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임 회장 측은 “변호사 조력권 침해”라며 준항고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Capability(역량)
임현택 회장의 최대 강점으로는 ‘추진력’이 꼽힌다. 임 회장이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데는 8년 동안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역임하며 보여준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 임 회장은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아청소년과 의사에 법률 지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회원들의 불만을 해소했다.
임 회장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 정견발표회에서 “의협 회장이 되면 회원들의 문제를 가장 먼저 나서서 해결하겠다. 소아과 의사 사이트에서 다른 의사들이 부당함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서 강력하게 항의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찾아가서 부당한 요구를 하지 말라고 항의했다”며 “의사들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주장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슈를 끌어내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 회장의 추진력은 그의 언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임 회장은 2019년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반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논의’ 심평 포럼에서 드러누워 침묵시위를 했다. 그와 함께 참석한 이들은 ‘문재인이 우리 아이들 목을 졸라 죽일 것이다’, ‘이게 문재인 지지율 올리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나’ 등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 밖에 임 회장은 2021년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사면허 취소를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규탄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주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 그는 ‘경제잡범 이재명을 당장 구속하라. 이재명 방탄 위해 국민생명 위협하는 간호법, 의사면허법 강행처리 웬말이냐’는 문구의 피켓을 들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패키지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려다 경호처 직원에게 입이 틀어 막힌 채 끌려나가는 일도 겪었다. 임 회장은 직후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려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임 회장은 1일 취임사에서 ‘회원 권익 보호’를 가장 우선적이고 비중 있게 다루겠다고 밝힌 만큼 의권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ritical(비판)
임현택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강경파’, ‘독단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 회장은 평소 페이스북에 의견을 올리거나 고소고발 사실을 알리고, 의협 차원에서 보낸 공문 등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 거친 말이 오가면서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 직능, 시민단체 등과 설전을 이어갔다. 의료계 내에서도 “자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경실련의 논평을 언급하며 약사의 역할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린 것이 논란이 됐다. 임 회장은 “자동포장기가 약을 짓는 대한민국 약국에서 외국에 비해 많은 약국들로 인해 국민 호주머니에서 엄청난 돈이 나가고 있다. 경실련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실시된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사에 지급되는 조제료, 복약지도료가 한 해 얼마인지 알고 있나. 약국에서 복용 중인 약, 천식 환자가 호흡기 치료제 쓰는 법 하나 제대로 못 들었다고 병원에 다시 전화를 하는 현 상황이 경실련이 꿈꾸던 의약분업 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바로 다음날 ‘좁은 식견과 옹졸한 인식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임 회장을 비판했다. 대한약사회는 “의약분업 제도는 국민건강을 위해 세계가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해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행 보건의료 환경에 대한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인식 수준과 당선인의 인식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판단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보건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제일 목표로 존재하는 집단으로, 그 배타적 면허의 책임은 좁은 식견과 옹졸한 인식보다는 배려와 존중임을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의사 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을 아우르지 못하고 독단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임 회장은 당선 직후 의협 비대위와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의협회장 인수위는 공문을 내고 “의도와 달리 당선인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을 비대위가 여러 차례 진행해 혼선이 발생했다”며 비대위와의 갈등을 드러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임 회장은 페이스북에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밖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박단 대표를 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최근에는 의협이 “대한의학회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여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와 1대1 대화를 언제든지 즉각 시작하도록 대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박단 대표가 “대전협은 임 회장과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에 협의한 바 없다”고 반발했다. 의협과 전공의협의회가 여전히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Challenges(도전)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국민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의료개혁특위 참여를 요청했지만 의협과 대전협 등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거부하고 있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임현택 회장이 나서서 의대 정원과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에 대한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 임기가 시작되는 22대 국회에는 의료계 출신 인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당선됐다. 그만큼 간호법, PA 입법화, 비대면진료, 성분명처방 등이 아젠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임현택 회장은 의사들의 의견을 잘 모아 다른 보건의료 직능과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다만 임 회장이 후보 시절부터 “당선되면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 “의대 정원을 500명~1000명 줄여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왔던 만큼 협의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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