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선언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의 성적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이 영향을 받는 만큼 포트폴리오 확대가 시급하다. 우리금융이 증권사와 보험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나선 가운데, 종금시-증권사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볼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3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결의했다. 증권업 라이선스를 가진 한국포스증권을 존속법인으로 우리종금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한 법인은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편입하며, 합병 후 지분은 우리금융 97.1%, 한국증권금융이 1.5%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기업금융(IB)과 디지털 중심의 리테일 기반 증권업 진출을 지향하고 있다”라며 “한국포스증권이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 투자중개업 및 신탁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타 증권사와 달리 부동산 PF 등 잠재적인 부실자산이 없어 합병 대상으로 적합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증권은 온라인 펀드 플랫폼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소형 증권사다.
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의 합병 인가를 거쳐 이르면 올해 8월, 3분기 내 증권사를 출범해 영업을 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이후 10년 만의 증권업 재진출이다. 합병으로 탄생할 새 증권사의 이름도 ‘우리투자증권’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롯데손해보험의 M&A 예비 입찰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며 손보사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다.
우리금융은 인수 없는 직접 합병의 배경으로 “한국포스증권은 ‘펀드슈퍼마켓’ 모델을 성장시키고 싶었으나 한계가 있었고, 우리종금은 기업여신 위주로 사업을 해왔는데 IB 쪽으로 확장하려니 라이선스 문제가 있었다”며 “양 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합병으로 윈-윈할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그룹 실적은 총자산 비중이 80%에 달하는 은행이 이끈다. 우리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45억 원으로 전년 동기(9113억 원)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익이 7897억 원으로 8.4% 줄면서다.
#우리종금-포스증권 합병 후 3분기 증권사 개시
우리금융은 합병에 앞서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바꾸는 밑작업을 해왔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종금 지분을 58.7%에서 100%로 늘려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종금에 5000억 원을 출자했다. 서울시 중구의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 있던 우리종금 서울영업부도 증권사가 모인 여의도로 옮길 예정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종금사 유상증자도 증권업으로 확장을 앞두고 자본 확보와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우리종금은 국내 유일한 전업 종금사다. 종금사는 증권 중개와 보험을 제외하고 수신, 여신, 투자은행 업무 등 대부분의 금융업을 전개할 수 있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신규 인가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추가 진입은 불가능하다. 유사 사례로 2010년 메리츠종금과 메리츠증권이 합병했는데, 합병 이후 메리츠증권은 증권시장의 상위권 업체로 단숨에 올라섰다. 종금업은 라이선스 만료 후 중단했다. 우리종금도 합병 후 일정 기간 종금업을 이어가다가 (경업)증권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종금의 수장과 임원도 증권사 출신으로 채웠다. 3월 5일 취임한 남기천 우리종금 신임 대표는 1989년부터 2016년까지 대우증권에서 근무한 27년 경력의 ‘증권맨’이다. 대신증권에서 나온 후에는 멀티에셋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거쳤다. 남 대표 이전에 우리종금을 이끌었던 김종득 전 대표, 김응철 전 대표는 모두 우리은행 출신이다. 2023년 3월 취임한 김응철 전 대표는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남기천 대표에게 자리를 내줬다.
4월 1일에는 신규 리스크관리본부장(CRO)으로 IBK투자증권에 있던 이위환 전무를 선임했다. 이 전무는 2022년부터 IBK투자증권에서 고객솔루션(CS) 사업부 부문장을 맡았다. 그전에는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 건설근로자공제회(자산운용본부장)을 거쳤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양 사의 실적이 부진해 합병 후 시너지 효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우리종금의 2023년 당기순이익은 530억 원으로 전년(925억 원) 대비 42.7% 감소했다. 2021년 793억 원보다도 적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연체가 생기는 등 경기 침체로 비이자 수익이 감소한 탓이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2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80억 원)보다는 회복했지만, PF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우리종금 “한국포스증권은 적자여도 안정적인 회사, 합병 가치 있어”
한국포스증권의 재무 상황은 심각하다. 2013년 9월 ‘펀드온라인코리아’로 시작한 한국포스증권은 설립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적이 없다. 한국포스증권은 2014년부터 매년 60억~8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59억 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한국포스증권은 결손금이 쌓이자 여러 차례 무상감자로 자본잠식을 피한 상태다. 2018년 10월과 2021년 1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진행했는데, 올해 3월 25일 또 다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한국포스증권이 일반 증권사와 달리 온라인 펀드 판매에만 치중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관해 남기천 우리종금 대표는 “한국포스증권은 위험 자산이 없어 안정적이고 가치 있는 증권사”라며 “적자를 내고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펀드 판매만으로 이만한 자산과 고객을 확보한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양 사 합병을 발표하면서 “고객 예탁 자산이 우리종금 4조 3000억 원, 한국포스증권 6조 5000억 원으로, 합병한 증권사의 총 예탁 자산은 10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양 사의 고객을 합치면 48만 명”이라며 “우리은행 ‘원뱅킹’ 앱에는 2000만 고객이 있다. 원뱅킹 고객을 증권사 고객으로 끌고 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증권업 진출에 관해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금융은 은행과 자본력이 있으니 시장에 나서면 단시간에 증권사 10위 내에 안착할 것이다. 인수 후에는 포스증권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금융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증권업 진출이 필수다. 다만 지금 증권업계가 포화 상태라 우리금융까지 진출하면 시장 경쟁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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