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럽 등 선진 방산 국가에서 한국 방위산업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산 무기가 최근 폴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자 독일, 프랑스 등 무기 수출 강국이 전방위 견제에 나선 것. 가성비로 틈새시장을 주도하며 선전했지만 선진국 판로 개척은 아직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대안으로 패키지로 구매 가능한 신형 전략 무기 준비와 국가차원 협상력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영국은 자국의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독일 KMW사의 차륜형 자주포 ‘RCH-155’를 낙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는 이번 사업에 배제되면서 방산 선진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비유럽, 비나토 회원국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높은 벽만 실감하게 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무기 선정을 하루 앞둔 지난달 23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베를린에서 만나 국방·방산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방산업계는 EU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야 하는 영국이 독일의 자국 무기 구매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영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미국 다음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국가다. 영국은 여력이 있는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는 노르웨이가 차기 전차 사업에서 한국의 K2 ‘흑표’ 전차 대신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선택했다. 노르웨이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자국의 천연가스를 독일에 팔고 있어 ‘양국 간 외교 관계를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 수출이 늘어날수록 유럽의 노골적인 견제 수위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무기는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 빠른 납기, 대량 생산, 현지에 맞춘 다양한 옵션 등을 무기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세계 무기시장 강자로 올라섰다. 한국은 분단국가여서 경쟁력 있는 무기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받으며 세계 방위 산업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를 제치고 글로벌 방산 수출 ‘세계 4강’을 목표로 세웠다. 올해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10위(2019~2023년)를 차지한다.
한국의 최대 경쟁자는 전차 강국 독일이다. 유럽을 시장으로 여겨온 독일이 한국 무기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루마니아에서 한국과 자주포 수주를 두고 경쟁 중이고, 향후 다양한 국가에서 육상 무기를 중심으로 한국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EU는 방위산업의 블록화와 다각적 측면의 협력을 통해 한국 방위산업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현재 20%인 EU 역내 무기 구입 비중을 2035년 60%로 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 각국에 파견된 한국 대사들도 우리 방산에 대한 견제 분위기를 말하고 있다. 지난달 외교부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한 각국 공관장은 “EU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들이 한국 방위산업이 빠르게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무기의 선전을 마냥 좋게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방산 수출에는 정치적·외교적 고려가 중요한데 한국, 이스라엘, 터키 등 신흥 방산 강국들이 기존 방산 강대국들의 구도를 깨고 경쟁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은 선진국들과 같은 재래식 무기체계로 경쟁하는 만큼 수주 실패도 많을 수밖에 없다. 강대국 무기와 함께 패키지로 구매 가능한 정밀유도 미사일, 유·무인 복합체계, 레이저 무기, 레이더 및 센서 개발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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