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이브의 ‘ESG’ 경영 선언에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하이브와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하이브의 대응 방식이 비판에 직면했다.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내부 감사에 착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감사 과정을 무리하게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론을 언론에 알렸기 때문이다. “검찰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와중에 하이브는 “ESG 경영활동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도 안 끝났는데 고발부터?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갈등은 지난 22일 하이브가 어도어 내부 감사에 착수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에 대해 내부고발 하자 감사에 착수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하이브의 이번 감사 절차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에 감사를 시작한 건 22일로, 아직 감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하이브는 감사를 시작하자마자 어도어 경영진에게 주주총회 개최와 ‘사임’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론’부터 낸 셈이다.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 ‘중간 감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하이브는 두 차례에 걸쳐 ‘감사 내용’을 공개했다. 감사를 시작한 지 3일 후인 25일 오전 8시경 하이브는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 여부를 감사 중인 하이브가 25일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 일부 캡처본을 공개했다.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 불과 약 6시간 만에 하이브는 또다시 ‘주술경영’ 의혹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약 20분 전이다.
경찰에도 고발했다. 이 역시 내부 감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다. 다만 고소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고발은 당사자 외에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감사 일정이 어도어 소속 뉴진스의 앨범 발매 일정과 겹친 것도 의아하다. 뉴진스의 새 앨범 ‘하우 스위트(How Sweet)’는 4월 26일 음반 예약 판매, 27일 ‘버블검(Bubble Gum)’ 뮤직비디오 선공개 등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소속 뮤지션의 앨범 예약 판매 4일 전 감사를 진행하고 이를 공개한 셈이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하이브가 소위 ‘검찰 압수수색’처럼 대응하는 모양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는 감사 결과가 나온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시하고 고발한다. 감사 중간에 ‘주술경영’ 같은 내용을 흘리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다. 다만 정책적, 도덕적 비판과 별개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내부 감사 자체가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감사와 별개로 해임요구나 고발은 그냥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도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희진 대표의 해임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노 변호사는 “실제 해임까지는 몇 개월이 걸리겠지만 해임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어도어의 대주주는 하이브지만, 이사회에서 결의를 해야 주주총회가 열린다. 문제는 이사회가 민 대표 측 사람들이란 건데, 이사회가 열리지 않으면 해임을 할 수가 없다. 법적으로 이사회를 열어야 하는 의무도 없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하이브가 주주총회 소집을 법원에 청구하는 거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관계자는 “이미 제보와 내사를 통해 대표이사 배임, 기업기밀 유출 등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 감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주주총회 개최와 이사 교체는 최대주주의 고유한 권한이니 감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의무공시 아닌 자율공시, 기준은?
하이브의 ‘ESG 경영’ 선언에도 의문이 나온다. 민희진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에 대해 “ESG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다음날 하이브는 “당사는 당사가 추진할 수 있는 범위에서 ESG 경영활동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하이브가 ‘입맛대로’ 경영한다는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렵다. 29일 종가 기준 하이브 주가는 20만 5000원을 기록했다. 분쟁이 불거지기 전인 19일(종가 23만 500원)과 비교하면 11%가량 하락한 셈이다. 시가총액은 1조 원 넘게 줄었다.
어도어와의 갈등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하이브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시’는 하지 않았다. 지난해 ‘BTS 재계약’이 성사되기도 전에 공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9월,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과의 재계약 계획을 ‘자율공시’했다. 상장법인은 54개 항목 등 주요 경영사항에 해당하는 사실 또는 결정이 있는 경우 이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BTS 계약 체결 계획은 공시 의무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하이브가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이를 공시하면서 “주가 방어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관련기사 BTS 재계약 완료 전에 '설레발', 하이브 무슨 일 있기에?).
다만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를 고발한 사실도 공시 의무 대상은 아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하이브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현재는 어도어에 대한 고발이기 때문에 공시 대상이 아니다. 고소는 당사자지만, 고발은 제3자도 할 수 있다. 어도어 경영진인 민희진 대표의 ‘경영권 탈취’에 대한 고발을 제3자인 하이브가 한 셈이다. 현재 민 대표가 하이브 임원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 본다. 다만 하이브에서 자체적으로 자율공시는 가능하다. BTS 재계약 건 역시 의무 공시는 아니었다. 이때도 하이브에서 자율적으로 공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규정상 검찰 기소 사건이거나 대표이사가 임원 등을 고소한 경우에는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를 고발한 내용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주가가 30% 이상 폭락한다면 한국거래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현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하이브 측에서도 여러 검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하이브가 고발이 아닌 ‘고소’를 했다면 한국거래소에서 ‘매매 거래 정지’ 조치를 취했을 거다. 살짝 피해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브의 자산 규모는 5조 5235억 원으로 5조 원을 넘어서 대기업 지정 대상이 되었다. 이 때문에 대기업 지정을 앞둔 상황에서 ‘경영 리스크’가 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감사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사임을 요구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뉴진스 앨범 발매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리스크를 터뜨렸다. 하이브가 뉴진스를 하이브의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K팝은 경영이 리스크다”고 비판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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