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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두고 또 의약 갈등, 진짜 중요한 것은…

약사회 "수급 안정, 건보 부담 줄어" 의협 "효과 달라, 재고처리에 악용" 환자단체 "기득권 싸움, 리베이트부터 해결"

2024.04.26(Fri) 09:44:52

[비즈한국] 의료계 출신 인사가 국회에 대거 입성하며 이들이 후보 시절 언급한 공약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인은 앞서 서울시약사회와 ‘성분명 처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정책협약을 맺었다. 의사계와 약사계가 오랜 기간 대립한 성분명 처방이 이번에는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약사회 홈페이지

 

#약사계 “의약품 중복 복용, 품절대란 등 해소 가능”​​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의약품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약사가 성분·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대체조제는 이미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이 경우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약사계는 그동안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 향상 등을 이유로 성분명 처방을 주장해왔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체조제가 조금씩 늘어나자 성분명 처방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약사계는 △의약품 중복 복용 및 부작용 예방 △의약품 사용과오(처방과 조제 투약과정에서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나 실수로 인해 환자에게 피해가 생긴 것) 예방 △환자 의약품 접근성 및 선택권 향상 △의약품 품절 대란 해소 △비대면진료 처방의 원활한 조제 △국민의료비 및 보험재정 절감 등을 이유로 성분명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약사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약 봉투와 책갈피 등을 통해 약사와 국민들에 성분명 처방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당연한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약사계 관계자는 “10년 전에 약사회에서 편의점 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반대했지만 결국 이뤄진 것과 같다고 본다. 다른 지역에서 비대면진료를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강남의 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는데 그 약이 환자 거주지역인 부산에 반드시 있다고 장담을 할 수 없지 않나. 그러면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를 할 수밖에 없다. 약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이런 부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왼쪽)과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가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상호 의견을 나눴다. 사진=대한약사회

 

그동안 대한약사회와 지역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 관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대체조제 활성화를 성분명 처방을 위한 준비로 보고 대체조제를 격려하고 있다. 일부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 문제를 계기로 대체조제 절차 간소화를 논의 중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대체조제 절차 간소화를 위해 법안 개정을 준비 중이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대체조제를 알리는 것이 심리적 압박이 되기에 제3자를 통해 의사에 알리는 등 보완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총선을 앞두고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당시 후보와 정책 협약도 맺었다. 이 가운데에는 ‘국민이 단골약국을 편하게 이용하고,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기여할 수 있는 성분명 처방 활성화 및 사후통보 간소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윤 당선인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성분명 처방이 이뤄져야 약과 관련한 여러 왜곡된 행태가 바로잡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과 관련한 리베이트가 오가거나, 처방이 과하게 이뤄지거나 약값에 거품이 끼는 등의 문제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짜지 않았지만 성분명 처방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사계 “전문성, 안전성 측면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해야”​

 

반면 의사계는 “약사계가 국민건강을 앞세워 의약품 재고를 처리하려고 한다”며 성분명 처방을 반대한다. 전문성이나 환자의 안전성 측면에서 성분명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병의원에서 환자에게 약을 직접 주는 형태가 가장 낫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2022년 성분명 처방을 두고 약사계와 갈등을 빚던 시기 의협은 성명을 내어 “임상경험이 없는 약사가 경제적 판단을 토대로 구비한 일부의 복제의약품 중에서 환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등 재고의약품 처분에 악용될 수 있다”​며 “복제의약품과 오리지널의약품의 약효 동등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어떤 의약품을 복용하고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담당 의사도 모르게 돼 예기치 않은 사고 등의 피해가 국민에 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식약처에서 약효 동등성을 인정받는 약들은 동등성이 80~125% 범위에 있는 경우다. 이 가운데서 대체조제를 하게 되면 유전적인 감수성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의사가 약효가 125% 나오라고 처방한 것을 환자 상태를 알지 못하는 약사가 80% 약효를 가진 의약품으로 주겠다는 것이 약사계의 주장이다. 약효가 못 미치거나 과할 수 있다. 항생제나 아이들 약 같은 경우에는 더 까다롭게 처방을 하고 있다. 시럽 같은 것도 아이들이 더 잘 먹을 수 있는 덜 쓴 약을 주고 있다”며 “약 먹고 경과나 부작용 등도 대개 의사에게 말하지 약사에게 말하지 않는다. 약사회는 국민 건강보다는 약 관리를 편하게 하고 돈을 벌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당선인은 “이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 의견대로 결정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건보재정 부담은 줄 수 있지만…환자단체 “의약 리베이트부터 해결하라”

 

성분명 처방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의약품 비용이 건강보험 총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진료비 96조 1212억 원 중 약품비는 23.3%인 22조 896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회원국의 경상진료비 중 약품비 비중이 평균 15.1%인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규모도 2017년 16조 2098억 원에서 2022년 22조 8968억원으로 5년 새 41.3% 오르는 등 증가세다. 

 

성분명 처방을 두고 의사계와 약사계가 대립하는 것을 지켜보는 환자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와 약사가 환자를 위한다기보다는 본인들의 기득권 유지 측면에서 다투고 있다는 생각이 더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환자단체 관계자는 “성분명 처방이 맞는지 논하기 전에 제약업계의 유통 문제를 손보는 것이 더 맞지 않겠나. 환자 입장에서는 재고 부족이나 건보 재정을 운운하면서 본인들 이익을 더 챙기겠다는 심보로밖에 안 보인다. 리베이트를 없애서 약값을 내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누가 그것을 갖느냐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걸 환자들이 동의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 곳에서 리베이트를 없앨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의약업계의 리베이트는 케케묵은 문제다. 온라인에는 ‘리베이트 의사 거르는 방법’ 같은 내용이 올라온다. 약사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것 역시 리베이트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약사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향한 눈초리가 고운 것도 아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리베이트 문제는 건강보험제도 등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대체조제를 했을 때 건강보험에서 저가이면서 동일한 약품을 선정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최근 이런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성분명 처방이 이뤄져야 하며, 시범사업 등을 통해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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