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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사태', 은행은 '배상' 나섰는데 증권사는?

배상 결정 '제로' 검토조차 소극적…"경제 전망 보며 상품 출시했어야" 지적도

2024.04.19(Fri) 17:33:10

[비즈한국]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주요 판매처인 은행이 자율배상 절차에 들어갔다. “차등 배상이 아닌 전액 배상을 해야 한다”라는 가입자의 목소리가 ​최근 ​높아 사적 화해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와중에 ELS 상품의 발행사이자 판매처인 증권사에서는 배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증권사 책임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의 손실이 커지면서 가입자 사이에서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사진=박정훈 기자


올해부터 손실이 예견된 H지수 ELS 판매처엔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도 있지만, 배상 논의는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판매 잔액의 비중이 은행이 81.9%(15조 4000억 원), 증권사는 18.1%(3조 4000억 원)로 차이가 커서다. 무엇보다 은행은 잔액을 기준으로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94.4%에 달해, 불완전 판매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증권사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72.3%로 높아 불완전 판매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3월 11일 금융감독원이 H지수 ELS 분쟁조정 기준을 발표하자 은행들은 이사회를 열고 손실 배상 여부와 자율 조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사회를 통해 자율 배상을 결정한 은행 중에서는 3월 말부터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에서 불완전 판매를 겪은 가입자들 중에는 금감원이 발표한 조정기준안에 증권사의 배상 비율이 포함된 것조차 모르는 이들도 숱하다. 한 가입자는 “증권사에서 ‘원금 비보장이지만 손실 난 적이 없고 3년이면 원금·이자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해 가입했다”라며 “금감원과 증권사에 민원을 넣었다”고 토로했다. H지수 ELS 가입자 단체에선 증권사 가입자에게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라’며 독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때문인지 증권사에 ELS 가입자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024년 1분기 민원 수는 219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1건) 대비 943% 늘어난 수치다. 특히 상품별 민원 건수를 보면 지난해 1분기에는 파생결합증권과 관련한 민원이 한 건도 없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19건 중 무려 198건(90.4%)이 파생결합증권(ELS·DLS·ELT 등)과 관련한 민원이다.

 

금감원이 주요 판매사로 꼽은 6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투자증권) 중 A 증권사 관계자는 “H지수 ELS 관련 민원은 당연히 들어온다”면서 “내부적으로 배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민원이 있긴 하나 적은 편”이라며 “실무 부서에서는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개별 사례를 불완전 판매로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기가 안 된 상품도 많아 배상 여부를 정하긴 어렵다”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기준 중 ‘판매사 요인’에 “증권사의 경우 일부 회사만 특정 기간에 한해 일괄 지적 사항이 확인됐다”며 “개별 투자자에 대한 판매 원칙 위반이 확인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20~40%의 기본 배상 비율이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불완전 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이 있는 증권사에는 5%포인트(p)를 가중하는데, 온라인 판매라면 3%p​를 적용한다. 같은 사례에서 은행은 각각 10%p​, 5%p​가 가중된다.

 

배상 기준에는 ‘투자자별 차감 요인’도 포함됐다. 투자자의 ELS 거래 경험, 가입 횟수, 가입 금액, 누적 이익, 금융 지식수준에 따라 ‘과실’ 사유를 매겨 최대 45%p​까지 배상 비율에서 차감한다. 증권사 가입자 중엔 평소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거나 재투자 비율이 높은 이들이 많아 차감 요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판매사의 3월 11일 H지수 ELS 배상비율을 담은 분쟁조정안을 발표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처럼 은행에 비해 판매 규모나 배상 책임이 작다 보니 6개 증권사 중 자율배상을 결정한 곳은 없다. 배상 여부의 검토조차 적극적이지 않다. C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판매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PB가 많이 파는 상품은 아니다”라며 “증권사는 금융 분쟁 조정이나 민원 처리를 상시로 하기 때문에, 그런 절차가 없는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논란에서 한 발 떨어진 태도를 보이지만, 판매 규모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2023년 말 기준 H지수 ELS의 판매 현황을 보면 잔액 비중은 은행(81.9%)과 증권사(18.1%)가 8 대 2 수준이지만, 계좌 비중으로 보면 은행 61.4%, 증권사 38.6%로 6 대 4의 비율을 보인다.

 

증권사가 판매한 상품 중 2024년 만기액은 1조 9000억 원이다. 이 중 1~2월 만기도래액이 3000억 원으로, 손실은 200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만기도래액 1조 9000억 원에 손실 1조 원을 낸 은행에 비하면 금액은 적지만, 만기액 대비 손실액 비중은 증권사(66.7%)가 은행(52.6%)보다 오히려 높다.

 

증권사가 발행사로서 일정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H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 발행 잔액은 2021년 18조 3000억 원에서 2022년 20조 6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23년 20조 10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금감원은 2018년 7월 ‘최근 ELS 발행·판매 동향 및 대응 방안’에서 “H지수는 여타 해외지수보다 변동성이 높아 ELS 제시수익률 제고에 최적으로 인식돼, 파생결합증권 발행 증권사가 기초자산으로 선호한다”라고 명시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행사로서 경제 전망을 고려해 상품을 만들었어야 한다. 중국과 홍콩의 관계를 보면 지수 폭락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판매사는 불완전 판매에 관한 책임이 더욱 크다. 증권사는 ELS가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위험한 상품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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