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차장이 되기를 꿈꾼 소년이 있었다. 만화 속 승객들에게 우주를 가이드하는 차장처럼 사람들에게 우주를 안내하고 싶었다. 소년은 자라서 천문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어 글과 영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지웅배 지음 김영사
452쪽, 2만 5200원
유튜버 ‘우주먼지’로도 잘 알려진 천문학자 지웅배가 우주를 안내하는 책을 펴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은 제목처럼 매일 하루에 한 장씩 우주를 보여주는 천체 사진 365장을 맛깔난 설명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제임스 웹, 유클리드 등 다양한 우주 망원경과 태양계 천체 곳곳을 누비는 탐사선들이 찍은 사진을 모았다. 매일 우주 사진을 보며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근사한 사진들과 함께 어떤 날에는 지적 즐거움을 더하는 깊이 있는 설명을, 어떤 날에는 우주덕후의 유머를, 또 어떤 날에는 문학과 영화에서 가려 뽑은 멋진 문장을 담았다.
이를테면 3월 3일 사자자리 삼중주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의 문구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로 설명하고, 7월 25일 먼지구름 IRAS 20324+4057은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고길동이 우주에서 만난 우주 청소부 ‘우주 핵충’에 비유한다. 9월 13일 라디 달 탐사선의 발사 사진에는 로켓이 날아오르는 순간 진동으로 튕겨나간 개구리가 사진에 찍혔다(!)고 설명한 뒤 “개구리의 운명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물론 천문학자가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천문학 지식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책에 실린 화려한 사진들과 달리 눈으로 보는 우주 풍경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주 사진은 가짜일까? 책에 실린 사진은 왜 컬러일까?
“우주의 모습을 담은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볼 때마다 한 가지 떠오르는 물음이 있다. 정말 우주로 나가 눈으로 봐도 우주가 똑같이 화려하게 보일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본질적으로 사람의 눈과 망원경, 카메라가 세상을 보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빛을 저장하지 못하지만 카메라는 빛을 차곡차곡 담아둘 수 있다. 긴 노출 시간만 주면 아무리 희미한 빛이라도 더 밝게 볼 수 있다. 우주를 관측하는 망원경에 탑재된 카메라도 똑같다. 또 사람의 눈은 아주 좁은 파장 범위인 가시광선만 볼 수 있지만 망원경은 가시광선 외에도 적외선, 자외선, 전파 등 아주 다양한 빛을 감지한다. 다만 천문학자들은 이 빛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다양한 색을 입혀 사진을 완성한다.” -199쪽
‘날마다 우주 한 조각’은 우주 관측의 새 장을 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2022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공개한 이미지 대부분을 수록했다. 경이로운 사진들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주요한 발견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흥미로운 설명을 덧붙였다.
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어떻게 개발되고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우주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사진 데이터를 수집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제임스 웹에 앞선 허블 우주 망원경의 사진과 보이저, 뉴허라이즌스, 퍼서비어런스 등 탐사선들이 보내온 사진들도 함께 실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때나 아무 페이지나 들춰보면서 시각적,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혹 삶이 심난하다면 광활한 우주 사진을 보면서 인간이 고작 ‘우주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시라. 사는 일이 조금은 견딜 만해질 것이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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