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파킹통장’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일반 입출금 통장보다 금리가 높아, 짧은 기간 목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인다. 주로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파킹통장을 출시해 가입자를 모아왔는데, 올해 들어 줄줄이 금리를 내리면서 목돈 옮길 곳을 찾는 소비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인기 파킹통장이 올해 들어 잇따라 금리를 내렸다. 지난해 7월 파킹통장 금리를 5%까지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꼽히는 애큐온저축은행의 ‘플러스자유예금’은 최고 금리 연 4.1%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연 3.5%까지 내렸다. 2023년 11월 출시 당시 기본 금리 3.9%를 기준으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면 0.1% 포인트, 애큐온멤버십플러스에 가입하면 0.1%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해 이율이 최대 4.1%에 이르렀다. 잔액 한도가 2000만 원 이하로 적은 편이지만, 이율이 높아 주목 받았다.
애큐온저축은행은 플러스자유예금의 기본 금리를 1월 17일 3.9%에서 3.7%로 내렸는데, 2월 1일 3.5%로 내리면서 불과 2주 만에 0.4%가 떨어졌다. 여기에 4월 11일 또다시 기본 금리를 0.2% 포인트 인하해 지금은 3.3%에 그친다. 이 상품에 목돈을 보관하던 A 씨는 “가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자가 계속 내려가서 황당했다”라며 “다른 곳도 수시로 내리는 상황이라 어디로 옮길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신한저축은행의 ‘참신한파킹통장’은 2023년 11월 1억 원 이하 금액에 최대 연 3.5% 금리를 조건 없이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금리는 지속적으로 내려갔다. 신한저축은행은 이 통장 금리를 2월, 3월, 4월 연달아 0.1% 포인트씩 인하했다. 4월 18일 현재 금리는 잔액 1억 원 이하는 3.2%, 1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는 2.7%다. 출시 이후 최고 이율이 유지된 기간은 3개월 남짓에 그친 셈이다.
SGI저축은행의 ‘사이다입출금통장’은 18일 기준 1억 원 이하 잔액에 연 3.1%, 1억 원 초과에는 연 0.2% 금리를 적용한다. 이 상품도 2023년 6월 출시했을 땐 금리를 최대 연 3.5%까지 줬는데, 올해 1월 3.3%로 한 차례 내렸다가 지난 3월 21일 3.1%로 낮췄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앞다퉈 파킹통장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상품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OK저축은행이 최대 금리 7.0%의 ‘짠테크통장’을 운영하지만, 잔액 기준이 ‘50만 원 이하’에다 보통예금 계좌가 없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한때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도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금리 3%대 상품은 찾을 수 없다. 편의성과 부가 기능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하는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수시입출금 상품인 ‘생활통장’은 4월 9일부터 최고 금리(한도 300만 원)를 연 3.0%에서 2.0%로 1%포인트나 내렸다. 케이뱅크는 금리를 낮춘 대신 생활 시세 등 편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다만 케이뱅크는 자체 파킹통장을 ‘플러스박스’로만 한정하는데, 플러스박스의 금리도 연 2.3%(한도 10억 원)다. 나머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파킹통장에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 인하 이유는 업권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채권 금리 하락세가 공통적으로 꼽힌다. 앞서 케이뱅크는 생활통장의 금리 인하 배경을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금융권 수신 금리도 인하되는 추세에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B 인터넷은행 관계자도 “수신 상품은 은행마다 내부 정책에 따라 조정하지만, 최근 수신 금리의 준거가 되는 금융채 1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파킹통장 금리도 낮아진 상황”라고 전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업황이 악화한 것이 큰 이유다. 대출을 늘리기 어려워 수신 자금의 이자 비용을 낮추려는 의도다. C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돼 대출을 확대하면 연체율이나 건전성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예금 금리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 수신 자금이 들어오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높아져 금융당국에서 주시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2023년 총자산은 전년 대비 8.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5559억 원)로 돌아섰다. 반면 대출 연체율은 6.55%로 전년 대비 3.14%포인트 올랐고, 올해 들어 더 상승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제2금융권의 부실 여신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출을 추가로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앞선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원래 금리 변동이 잦다. 많으면 1년에 20번 이상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중은행이야 자금을 조달하는 경로가 다양하지만, 저축은행은 예금밖에 없어 금리에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다. 파킹통장 자체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금리가 고점에 있어 내년까지 하락세가 예상된다”라며 “올해는 지난해처럼 고금리 상품이 계속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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