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일부 판매자들이 최저가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옵션이나 배송비를 부풀리는 꼼수를 쓰고 있다. 판매가만 보고 결제하거나 온라인 쇼핑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는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최저가 검색하니 10원짜리 라면, 치약 우르르
오픈마켓은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상거래하는 가상의 장터를 말한다. 오픈마켓에서는 상품 판매가가 10원 단위인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가격을 최저가로 낮춰 플랫폼 상단에 노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 상품을 구입하려고 들어가면 옵션이나 배송비가 터무니없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런 상품은 식품, 생활용품, 의류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네이버 쇼핑 플랫폼에 ‘치약’을 검색하고 ‘낮은 가격순’을 선택하면 10원 단위 상품이 다양하게 노출된다. 그런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이트에 들어가면 배송비가 2만 원이 넘는다. 라면도 가격이 10원부터 100원대까지 다양하게 나오는데, 봉지라면 20개 가격이 10원인 상품이 배송비는 3만 4990원에 달한다.
10원 단위 상품은 일반적인 가격 범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교묘하게 꼼수 판매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신발을 그럴싸하게 할인한 것처럼 2만~3만 원에 올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상품을 사려고 옵션을 선택하면 추가 금액이 몇만 원씩 붙는다. 소비자들을 낮은 가격으로 유인해 이익을 취하려는 판매자의 꼼수다.
네이버 관계자는 “가격정책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 판매자로부터 어뷰징(플랫폼에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 요소가 확인되면 이 상품이 소비자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한다(카탈로그 매칭 해제). 오픈마켓 상품이 워낙 많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어뷰징 상품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난다. 한 판매자는 칫솔을 3200원에 판매하면서 배송비를 개당 4500원씩 받는다. 같은 판매자에게 동일한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더라도 수량이 증가할 때마다 배송비가 4500원씩 더해지는 것이다. 통상 한 판매자에게 특정 금액 이상 주문 시 묶음배송을 해주는 것과 다르다. 묶음배송 조건을 ‘1000만 원 이상 구매’로 해둔 사례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 상품 판매 가격은 판매자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가격이 올라올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판매자에게 소명을 요청하거나 따로 안내를 하기도 한다. 배송비 관련 내부 정책에 위반된다면 소비자에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플랫폼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상품 가격을 플랫폼이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상식선에서 말이 안 되는 가격이거나 구매 고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적극 개입해 조율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정위, 플랫폼 관심 필요
소비자가 상품가격만 보고 결제한 경우 황당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꼼수가 전자상거래법이나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은 아닐까. 전자상거래법 제13조에 따르면 판매자는 소비자가 재화 등의 거래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수나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또 표시광고법 제3조에서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는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 금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위법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낮은 가격순으로 설정했을 때 상단에 노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크패턴 유형으로 봐야 할지는 좀 더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크패턴은 사용자를 은밀히 유도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는 등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피해를 본 소비자가 신고할 경우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제품들은 그야말로 미끼 상품의 형태다. 제품 가격보다 배송비를 몇십 배, 몇백 배 책정하면 정상적인 거래 질서라고 볼 수 없다. 일부 판매자가 소비자를 잘못 인도하는 거래 행위를 공정위나 플랫폼에서 관심을 가지고 조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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