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3사가 파이 확대에 난관을 겪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한국에서 구독료 수입으로만 약 8233억 원을 거둬들이는 동안 티빙·웨이브·왓챠는 총 6173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적자 부담은 일부 덜었지만 넷플릭스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국내 OTT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갈수록 어려워지는 영업환경 속 3사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3사 합산 매출로도 넷플릭스에 2000억 뒤져…역대 최대 격차
최근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은 8233억 원으로 전년(7732억 원) 대비 6.5%(501억 원) 성장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143억 원)보다 소폭 감소한 1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오리지널 콘텐츠 ‘더 글로리’가 흥행한 지난해 1분기 실적과 계정 공유 유료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본사로부터 멤버십을 사와 국내 구독자들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넷플릭스는 개정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4년 전부터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를 통해 국내 사업 실적 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국내 3사는 통합 성적으로도 여전히 넷플릭스를 넘지 못했다. 오히려 매출 격차는 더욱 커졌다. 3사 합산 매출은 전년(5945억 원) 대비 3.8% 오른 6173억 원으로 나왔다. 넷플릭스와 3사의 매출 차이는 △2020년 1817억 원 △2021년 1992억 원 △2022년 1787억 원 △2023년 2060억 원으로 넷플릭스가 재무제표를 공개한 이후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넘어섰다.
개별적으로 보면 3사는 각자 골치 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T ‘시즌’과 합병한 티빙은 CJ ENM에서 분할 설립한 2020년 이래로 적자가 가장 컸다. 매출 규모가 3264억 원으로 800억 원가량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은 전년(1192억 원) 대비 19.2% 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웨이브와 왓챠는 손실폭 줄이기에는 성공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매출(3340억 원)과 영업손실(803억 원) 모두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2022년 매출은 2735억 원, 손실은 1188억 원이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왓챠의 경우 555억 원이었던 영업손실을 약 60%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매출도 2022년 592억 원에서 430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도 흑자 실패…‘적자 경쟁’ 끊어낼 묘수 있나
국내 OTT 사업자들은 창립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OTT 사업자들이 지금까지는 ‘적자 경쟁’ 내지는 ‘출혈 경쟁’을 벌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OTT 시장을 두고 ‘소수의 시장 지배자가 살아남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별도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쿠팡플레이 역시 적자 상태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OTT 3사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 등으로 멤버십 가입자 확대에 나서는 한편, 왓챠는 광고선전비 등 비용을 통제하며 적자 축소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웨이브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예능·시사교양장르에 집중하며 유럽 시장으로 영역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비용 구조, 콘텐츠 차별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 다만 비전이 없는 적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미디어로서 역할이 있기 때문에 각 사 뒤에 있는 대기업들이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OTT 시장은 코로나19 특수 이후 성장세가 꺾이며 위축되고 있다. 한정된 영업 환경에서 예상되는 가입자 수익에 비해 더 많은 콘텐츠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콘텐츠 원가는 티빙의 경우 2022년 1169억 원에서 지난해 1658억 원, 웨이브는 2022년 2562억 원에서 1952억 원으로 늘어났다.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의 말을 고려하면 업황이 나쁘다고 마냥 투자비를 줄일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대규모 제작비를 집행하면서 콘텐츠 질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고, 전반적으로 투자 부담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며 “전체 사업 기간으로 보면 초기인 만큼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초 지표에서 ‘넷플릭스 천하’에 균열이 감지된 것이 3사에겐 희망적이다. 지난 3월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한 달 사이 80만 명이 빠졌는데, 이 수치가 1200만 명 아래로 감소한 것은 1년 반 만이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도 다소 주춤하는 동안 티빙은 같은 기간 DAU가 지난해보다 22.5% 증가했다. 경기 중계 유료화와 송출 중단 등 운영 미흡 문제가 있었지만 충성도 높은 스포츠 팬들의 신규 진입을 유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성숙 단계에서 들어서는 시장에서 각 사가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쿠팡은 스포츠·SNL’처럼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독자적 영역을 얼마나 차별화하는지 마케팅 전략도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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