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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중국 스타트업 '니오', 자동차 종주국 독일에 도전장 내밀다

독일 전문가 영입해 베를린에 기술센터 오픈, 현지 기업와 협력하는 동시에 현지화에도 심혈

2024.04.16(Tue) 11:26:10

[비즈한국] 지난주 독일을 뜨겁게 달군 뉴스는 중국 자동차 기업 니오(NIO)의 소식이었다. 니오는 지난 4월 9일 베를린 인근 쇠네펠트(Schönefeld)에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smart driving technology center)의 문을 열었다. 베를린 시내에서 불과 30여 분 거리이고, 베를린 신공항과는 10분, 베를린 근교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 팩토리와도 20여 분 거리로 가깝다. 

 

베를린 근교에 문을 연 니오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  사진=nio.com


니오가 중국 외 지역에서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곳도 아닌 자동차 종주국 독일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이 중국 스타트업이 유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전기차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2014년 중국에서 스마트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니오는 이제 프리미엄 스마트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었다. 2018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으며, 2022년 3월에 홍콩증권거래소(HKEX), 5월에는 싱가포르거래소(SGX)에 상장해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니오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영역인 전기차 및 배터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및 다양한 스마트 기술과 연동되는 디지털 기술, 자율주행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작년 9월에는 자체 개발한 라이다 제어용 칩셋과 자체 앱 스토어를 포함한 니오 차량 전용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니오 자동차 이용자는 이 스마트폰을 통해 약 30개의 자동차 관련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 원격 주차, 창문 및 트렁크 개폐, 차량 잠금 해제, 공조 장치 제어, 시트 마사지 같은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니오 차량을 제어하는 기능을 지닌 니오 전용 스마트폰. 사진=phone.nio.com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폰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는 역부족이겠지만, 적어도 니오 자동차 사용자에게는 일종의 다용도 차량 스마트 컨트롤러로 충분해 보인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10년간 공들인 애플이 최근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을 밝힌 가운데, 전기 자동차 회사가 연결성(connectivity)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수월한 접근처럼 보인다. 니오뿐만 아니라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의 볼보 및 폴스타도 중국 내수 시장을 위한 전용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를린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센터의 의미 

 

베를린 근교의 니오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는 유럽에서 연구개발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우선 기존 자동차 기업이 많은 독일의 뮌헨이나 슈투트가르트가 아닌 베를린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베를린이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수도이기 때문이다. 분단으로 제조업 등의 전통 산업이 다 떠난 수도 베를린에 스타트업은 전략산업이 되었다. 특히 베를린에는 기존 산업 기반이 없어도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기술 스타트업이 많으며, 물가가 싸고 외국인이 많은 국제도시여서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이러한 상징성 덕분에 니오가 처음 개장한 유럽의 R&D센터 니오 혁신 센터(innovation center)도 정확히 1년 전인 2023년 4월에 베를린에서 문을 열었다. 베를린 혁신 센터는 유럽에 출시되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개발 및 테스트, 현지화를 담당한다. 

 

독일 최초의 니오 하우스도 다른 도시가 아닌 베를린이었다. 니오 차량의 쇼룸 역할을 하는 니오 하우스는 단순한 자동차 전시장을 넘어 니오 사용자의 커뮤니티로 활용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카페뿐만 아니라 갤러리가 있고, 상시로 요가 강좌, 강연화, 디자인 강좌 등이 열린다. 기존 독일 자동차 쇼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2022년 말, 베를린에 처음 문을 연 뒤 현재 독일에는 뮌헨,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함부르크에 니오 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문을 연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센터는 2023년 개장한 니오의 베를린 혁신 센터와 긴밀히 협력해 유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가 위치한 쇠네펠트는 베를린 신공항 옆이라 국제적 접근성, 무엇보다 유럽의 여러 도시와 연결성이 좋다. 이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의 개소는 베를린이 미래 모빌리티의 클러스터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니오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센터에는 테스트 트랙이 있어서 니오의 슈퍼 컴퓨팅 플랫폼인 아담(Adam)과 슈퍼 센싱 시스템인 아퀼라(Aquila)가 어떻게 운전자의 운전 경험을 향상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의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유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니오의 ADAS 소프트웨어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데, 운전 보조 시스템에 대한 규제는 중국과 유럽이 많이 다르다. 반드시 시장 규제에 대응해 개발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다. 베를린 스마트 드라이빙 센터는 유럽의 규제와 사용자에 맞춘 니오 소프트웨어의 현지화를 담당할 예정이다.

 

니오의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 팀을 이끄는 사람은 자율주행 전문가 미르코 로이터(Mirko Reuter)이다. 니오 자율주행 부문 수석이사인 미르코 로이터는 전통 자동차 기업 포드와 아우디에서 자율주행 개발에 15년 이상 헌신한 뒤 독일 유명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스타트업 릴리움(Lilium)에서 자율비행(Autonomous Flight) 기술 책임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미르코 로이터는 이번 베를린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센터 개소에 대해 “니오의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센터는 베를린 주변의 자동차 및 소프트웨어 전문 지식과 브란덴부르크의 우수한 인프라가 결합한 이상적인 조합으로, 향후 유럽의 모든 스마트 디지털 개발을 위한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니오 자율주행 부문 수석이사 미르코 로이터. 사진=automotive IT 링크드인


2023년 미르코 로이터는 독일  자동차 IT서밋(automotive IT car summit)에 연사로 등장해 “자율주행 자동차는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발표했다. 전통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 이처럼 중국 자동차 스타트업의 미래 전략에 귀를 기울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유럽 모빌리티 업계 흔드는 ‘메기’가 되다

 

니오는 4륜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Battery swap station) 운영 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스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테슬라가 시도했다가 스테이션 초기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이용률이 낮아 중단한 사업이다. 이후 몇몇 스타트업에서도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스테이션 하나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만 최소 6억~9억 원에 달해 쉽게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다. 차량 모델에 따라 배터리가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가 어렵다는 것도 큰 장애물 중 하나였다. 

 

중국에서 이 사업이 가장 먼저 발달하게 된 것은 국가의 대규모 투자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2022년까지 ‘5종단 3횡단 4개 도시 클러스터(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두·충칭)’ 고속도로에 배터리 교환망을 완성했고, 배터리 표준화에서도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9일 니오는 광저우에 새로운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건설했다. 이로써 중국에서만 총 2400개의 스테이션을 보유했고, 올해 중국 내에 약 1000개를 더 지을 예정이다. 유럽에는 현재 42개의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보유했는데, 그 가운데 독일이 14개로 가장 많다. 

 

니오의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 배터리를 교체하는 속도가 3분가량으로 매우 빠르다. 사진=nio.com


니오는 유럽 진출을 계획하던 초기 단계부터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함께 구상했다. 2021년 유럽에서 전기차 비율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에서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10월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으로 유럽 출시를 확장한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2개월 전에는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EnBW와 전기차 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니오 사용차가 EnBW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기업과 협업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니오의 기술에서 공유할 수 있는 노하우는 나누겠다는 의지다.

 

니오는 2023년 유럽연합의 연구 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에서 26개의 유럽 파트너와 함께 ‘전기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대한 추가 연구 개발 자금을 지원 받았다. 연구 파트너는 나폴리대학교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전기 모빌리티 관련 연구자 네트워크인 캐리아트(Cariat), 전기 자동차용 파워뱅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리필라(Reefilla), 에너지 효율 개선 방안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기업 샘소(Samso) 등이다. 아직 니오가 진출하지 않은 이탈리아 시장을 철저히 사전 연구개발해 진입하겠다는 계획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중국의 속도와 기술력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자동차 부문에서만큼은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던 유럽 기업들도 최근 몇 년 사이 발전한 아시아의 혁신 기술에 조금씩 협력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공동 연구 개발 협력으로 천천히 기술을 공유하고, 완벽하게 현지화해 베를린이라는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니오의 행보는 느슨해진 유럽 모빌리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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