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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직접탄소포집', 혁신일까 그린워싱일까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와 거대 기업들도 투자…아직까진 경제성·효율성에 한계

2024.04.13(Sat) 14:02:08

[비즈한국] 파리기후협약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합의가 도출된 후 각국 정부는 실행을 위해 규제를 제도화하고, 국제기구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하지만 목표치와 실제 배출량의 격차는 벌어지고,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2023년 발간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하여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 움직임을 가속화해야 하며, 모든 국가에 ‘전례 없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이산화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로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CDR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으로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배출을 줄여야 하지만,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심각해진 기후 위기를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화력발전소 등에서 매연을 배출할 때 바로 탄소를 포집하는 방식과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는 방식 등 두 가지가 있다. 사진=pixabay

 

이 때문에 대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직접탄소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이 넷제로 달성을 위한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고 DAC 기술이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CDR 방법인 DAC 기술의 명암과 이를 선도하는 기업을 소개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한다

 

탄소포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점원탄소포집과 직접탄소포집이다. 

 

점원탄소포집(Point-source Capture)은 화력발전소나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매연을 뿜는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것이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보다 농도가 높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비교적 쉽게 포집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CCUS 기반 시설이 점원탄소포집을 사용한다. CCUS 기술이 장착된 석탄 화력발전소는 최대 90% 이산화탄소 양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배출된 탄소를 대기로 방출되지 못하도록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이지, 탄소를 ‘제거’(CDR)하는 기술은 아니다.

 

클라임웍스의 DAC 작동원리. 필터를 통해 화학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열을 가해 필터에서 이산화탄소만 분리해낸다. 이미지=클라임웍스 페이스북


반면 직접탄소포집(Direct Air Capture)은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해서 포집하는 방식으로 탄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아직 기술이 점원탄소포집보다는 덜 발전했지만, 현재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DAC 설비의 작동 원리는 공기청정기와 비슷하다. 대형 송풍장치를 장착한 설비가 공기를 빨아여 필터를 통과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여기에 열을 가해 필터에서 이산화탄소만 분리해낸다. 현재 클라임웍스(Climeworks), 카본엔지니어랑(Carbon Engineering), 에어룸(Heirloom) 등의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탄소 제거하기 위해 탄소 배출하는 상황 올 수도

 

탄소제거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DAC는 현존하는 CDR 기술 중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나무를 심을 때처럼 대규모 토지가 필요하지도 않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석유화학·시멘트·화석연료 공장 등 흔히 다배출원이라고 불리는 시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가운데 이산화탄소량 농도는 10% 이상인 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0.04%에 불과하다. 그만큼 직접포집은 효율성이 현저히 낮다. 

 

경제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초기 설치 비용은 많이 들지만 제거하는 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탄소 1톤당 제거 비용이 조림(재조림)이나 바이오에너지를 활용한 방법에 비해 비싼 편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분리하는 데 열과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를 연료로 쓰지 않는다면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각국 정부, 세제 혜택 등 늘려

 

그럼에도 각국 정부는 DAC 시설에 재정 지원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DAC 설비가 포집하는 탄소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설비 건설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캐나다도 DAC 투자비의 60%에 세금을 공제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DAC 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21년 국제 비영리단체인 엑스프라이즈와 함께 DAC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상금 1억 달러(1385억 원)를 후원하는 대회를 개최했고, 빌 게이츠는 DAC 스타트업 서스테라에 1000만 달러(138억 원)를 투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어룸(Heirloom)과 사상 최대 규모의 DAC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과 구글 또한 거액의 탄소제거량 구매를 통해 DAC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DAC 회사로는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이 첫손에 꼽힌다. 세계 최초로 대형 DAC 설비 오르카(Orca)를 아이슬란드에 설치해 연간 약 4000톤의 탄소를 포집하고 있고다. 오는 5월 완공될 클라임웍스의 두 번째 대형 프로젝트 ‘매머드(Mammoth)’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직접탄소포집 및 저장 시설로 연간 최대 3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5월 완공될 클라임웍스의 두 번째 대형 프로젝트 ‘매머드(Mammoth)’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직접탄소포집 및 저장 시설로 연간 최대 3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클라임웍스 홈페이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매년 50억~150억 톤의 탄소를 제거해야 하는 반면 현재 전 세계 DAC 처리 용량은 1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DAC 기술이 경제적, 효율적 한계를 극복하고 실용적인 탄소 제거 방법으로 ‘혁신’을 이룰지, 아니면 탄소 배출에 핑계로 이용되는 ‘그린워싱’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이 같은 기술을 믿고 탄소 배출량 감축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이함에 빠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탄소 제거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필자 김은빈은 해외에서 국제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국제기구, 정부기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속 가능성 및 개발협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베를린의 123팩토리에서 스타트업의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은빈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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