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놀랍게도 1년이 넘도록 ‘알쓸인잡’을 이어가고 있다. 알아 두면 실제 직장생활에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인사(人事)라는 한자가 보여주듯 좁게는 직원의 임용과 평가, 이동과 배치, 징계와 해임 등의 행정적인 실무 이야기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온갖 종류의 일을 주제로 ‘잡다한’ 내용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제목에 부합하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1년을 넘게 꼬박 썼으니 책을 출판한 ‘작가’까지는 아니어도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이라는 나름의 부캐는 만들어 가는 중인 셈이다.
본업 외에 사이드 잡을 갖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해서이다. 정규직 상용 근로자로서 받는 고정적인 임금소득의 쥐꼬리만 한 상승률로는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기 어렵다. 대파뿐 아니라 더 많은 수의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은 앞으로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안정될 리가 만무하며,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고 성장하는 만큼 돈이 필요한 곳은 늘어난다. 회사에서도 야간이나 주말에 배달알바를 하거나, 집 근처에서 라이더를 뛰는 생계형 N잡러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당장의 생활비나 자녀들의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투자나 대출금 마련 등 특정 목적의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생계형보다는 직장에서 해소되지 않는 나의 자아실현을 위해, 혹은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자 부캐 키우기에 매진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실제로 웹소설 작가로 여러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고 있는 모 직원 매년 신고하는 종합소득세가 증가하고 있으며, 재능 매칭 플랫폼을 활용해 주말이나 야간에 1:1 개인강습을 하는 직원도 있다. 같은 부서에는 배우자가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으로 광고수익이 발생하자마자 바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설레발을 쳐서 걱정이라는 팀원도 있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 982명 중 89%가 N잡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퇴사의 시대, 조용한 사직(있는 듯 없는 듯 최소한의 업무만 하는 형태), 진거자(진급거부자)와 같이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의 의미가 사라지다 보니 자신의 멀티 자아를 실현하거나 본업이 아닌 다른 형태로 부족한 소득을 메꾸는 것이 이제는 당연지사가 되어버렸다.
부캐나 사이드 잡은 보통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근로하거나 일용직, 프리랜서, 자영업 등 개인사업자의 형태로 운영한다. 고용보험의 이중적용을 피해야 자신의 겸직여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근로복지공단이나 타 사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고 부득이 직원의 겸직(이중취업)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직원의 근태를 관리하는 인사 부서에서는 해당 직원의 겸직이 정당한지 확인할 의무가 발생한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사기업도 사규나 근로계약서를 통해 종사자의 겸업과 겸직을 제한하거나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과도한 사업활동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어 본연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회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영리활동을 하거나 타 사업장에 취업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조직질서를 문란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재직 중인 회사 또한 취업규칙으로 직원의 겸업과 겸직을 제한하고 있는데 의외로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회사에 병가와 질병휴직을 내고 근로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업장에서 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고액의 연장근로수당을 포함한 급여를 받다가 고용보험의 중복가입이 확인되어 징계한 사례도 있다.
헌법에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근로기준법에도 근로자의 겸업을 금지하는 조항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4대 보험 중 고용보험을 제외하고는 중복가입도 가능하다. 따라서 주 5일 40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할지는 어디까지나 사생활의 영역으로 개인의 자유이고 선택의 문제이다. 다만, 본연의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면 회사에서도 부득이 취업규칙 위반으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부업이나 겸업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회사의 취업규칙을 우선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절차에 따라 인사 부서에 사전 허가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회사에 굳이 밝히지 않을 생각이라면 4대 보험과 소득세 정산 등의 행정적인 문제를 철저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적당히 선을 지키며 본캐와 부캐의 밸런스를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정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본업에 충실해야 부업 또한 꾸준히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속이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속인 사실을 들키는 것이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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